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페루

Peru Lima: 숙소 찾기 (313-314)

2017-05-27

[3] 도착하고 나니 좀 피곤했다. 다음 도시 가는 버스표를 알아본 후(30솔), 근처에서 숙소를 잡기로 마음 먹었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완전 시장통이었는데, 그 혼란 속에서도 먹거리 파는 곳은 눈에 쏙쏙 들어와서, 3솔짜리  중국음식을 사먹었다. 목발을 짚은 아저씨가 호객하며 자리를 잡아주고, 팔에 문신한 남자가 큰 통에서 음식을 퍼내면, 여자가 돈을 받고 음식을 준다. 정말 다들 열심히 산다.

부킹닷컴에서 봤던 그랜드 호텔(Grand Hotel)로 갔다. 카운터에는 뚱뚱한 여자분이 있었는데, 도미토리 있냐고 물으니 그저 수줍게 고개만 젓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바로 부킹닷컴에 접속해서 예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와이파이를 쓸 수 있냐고 물으니 다시 수줍게 고개를 젓는다. 윗층의 남자들이 바구니를 줄에 매달아 뭔가를 내려보내는지 끌어올리는지 하고 있었다.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숙소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조금씩 내려오다 내려오다 보니 10km 정도를 내려왔다. 정말 많이 걸었다. 리마(Lima)에 대한 느낌은 참 별로였다. 치노? 치노? 하면서 말을 거는 아줌마들이 있었는데, 지나가고 보니 매춘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미라플로레스쪽으로 걷고 걷고 걷고 걷다 보니, 어느새 풍경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영등포역에서 강남역으로 바뀌듯이, 시장통에서 자전거 도로가 있는 깔끔한 길거리와 건물들로 바뀌었다. 편하게 앉아 있을 만한 곳도 많아서 마음이 좀 놓였다. 그래도 어깨는 무겁고 숙소까지는 너무 멀었다. 중간에 한 빌딩에서 쉬었는데, 그곳에는 피시방만 수십 개는 있는 것 같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열심히 게임하는 꿈나무들.

처음 찍어 둔 호스텔은 내부 공사 중인듯 문이 닫혀 있었다. 두번째로 점찍어 둔 호스텔은, 정신없이 계속 걷다 보니 길을 지나쳐 버려서, 되돌아와야 했다. 호스텔에 도착하니 12시 30분, 버스에서 내린 게 9시쯤이니, 3시간 넘게 물이 들어 있어서 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방황한 것이다. 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여, 어서 주님께로...

호스텔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잔뜩 앉아 있었다. 수녀처럼 머리에 두건을쓴 조그만 체구의 아주머니가 입실을 도와주셨다. 영어를 하시고, 친절하시다. 16솔. 다행이다. 자선사업 같은 것을 하시는지, 파이와 이것저것을 챙겨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똥을 싸고, 씻고, 새 양말과 속옷으로 갈아 입고, 빨래를 하고 나니 홀가분해졌다. 설사도 멎었다. 저지대로 내려와서 괜찮아진 건가? 목 윗쪽과 혀 오른쪽 뒷부분이 약간 아프지만, 코는 괜찮아졌고 기침도 없어지고 몸 상태도 나아졌다.

3시까지 그렇게 쉬다가 밖으로 나가 봤다. 바닷가로 가 보려고 했는데, 내가 있는 곳은 절벽의 윗 부분이어서, 바다는 저 멀리 아래에 보였다. 뿌연 바닷물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공원에는 구름이 가득 낀 하늘 아래에서, 마치 햇볕이 찬란하다고 생각하는 듯, 각종 행사와 야유회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헬륨 풍선을 들고 있는 사람들, 파티 복장을 입은 사람들, (매우 어색하게) 권투 연습을 하는 사람들, 똑같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무슨 놀이 같은 것을 하는 사람들.  아까 시장에서 본 사람들과 비교하니 약간 이상한 사람들로 보인다. 아, 정말로 이상했다. 뭔가 어색한 쇼와 서투른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TV나 영화에서 본 것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처럼. 몇몇 연인들을 봤는데, 여자들의 복장이나 머리 스타일, 근육을 키운 남자들이 몸에 붙는 양복을 입고 머리를 꾸민 모습을 보고 서울이 많이 떠올라 싫었다. 

물가도 꽤 비쌌다. 시장의 메뉴(런치세트)가 9솔이니, 거의 아레끼빠의 두 배다. 채식 식당의 메뉴는 12-14솔로 더 비쌌다. 그래서 저녁으로는 수퍼마켓에서 과일과 빵을 사다 먹었다. 이것도 비쌌다.

[4] 어제 아레끼빠에서 봤던 거리의 부랑자가 떠오른다. 까만 맨발로 길바닥에 앉아서, 누군가에게 받은 듯한 봉지에 들어있는 음식을, 노란 국물을 길바닥과 수염과 입에 묻혀가며, 까맣게 때가 탄 손으로 집어서 먹고 있는데, 그 모습과 눈빛이 마치 야생의 짐승과 같았다. 웃는 듯이 이빨을 드러내며 부릅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두고 싶으면서도 그러지 못하고, 단지 바나나 하나만 건네주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달려들기라도 할까봐 두려워하며 그 사람으로부터 떨어졌다. 이렇게 경제활동이 불가능해 보이는 사람도 (체격은 좋았다) 멀쩡하게 음식을 먹고 사는데, 내가 걱정할 게 무엇인가.

아, 한편으로는 노인들... 아, 노인들이여. 리마 케네디 공원의 춤추는 노인들이 아름다우면서도, 그들과, 어머니의 사진에 보이는 낯설고 늙어가는 여인의 모습이 안타깝도다. 늙음이여, 노인들이여, 어린이들아.

2017-05-28

man is the son of his past but not his slave, and he is the father of his future
why protect some and eat others? make the connection
peasant bread with each soup free

 

'세계일주 > 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Peru Huanchaco (316-317)  (0) 2021.04.09
Peru Trujillo & Huanchaco (315)  (0) 2021.04.09
Peru Arequipa: 알파카 (312)  (0) 2021.04.09
Peru Arequipa: 짐승들 (311)  (0) 2021.04.09
Peru Arequipa: **똥 주의** (310)  (0) 202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