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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러시아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 공화국: 첫 만남과 옥수수 (여행 39일째)

2016년 8월 26일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


[등장인물]

보바(블라디미르): 헬프엑스(Helpx) 호스트. 일본 담배 회사 영업 사원. 올가의 남편.

올가(올렌카):헬프엑스(Helpx) 호스트. 가정 주부. 블라디미르의 아내.


1. 카잔(Kazan)역에 도착한 열차.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열차 도착시간에 맞춰, 어떻게 알았는지 내리는 곳까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던 블라디미르와 올가. 헬프엑스를 통해 두 사람의 프로필을 찾았고, 중국에 있을 때부터 연락을 시작해 드디어 만나게 된다. 첫 번째 헬프엑스여서 기대가 많이 된다. 두 사람은 먼저 나를 버거킹으로 데려가 점심을 먹인다(채식에 관한 말은 하지 않았다). 햄버거를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영어를 잘 하는건 아니지만, 내 러시아어 보다는 훨씬 나으니 불평할 수는 없지. 버거킹 건물의 유리 벽면 너머로는 강아지와 함께 앉아 구걸하고 있는 할머니가 보인다.


2. 카잔의 슈퍼마켓과 대형 공구점(건축 및 인테리어 재료 등을 파는 곳)에서 물건을 잔뜩 산 후, 블라디미르와 올가네 집으로 출발한다. 카잔에서는 3시간 거리인 슈키예보(Syukeyevo, Сюкеево)에 집이 있다. 한국에서 3시간이면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갈 수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거리이다. 멋진 하늘과 지평선을 지나, 볼가 강을 건너 울퉁불퉁한 길을 달린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을 지나가던 중, 블라디미르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밭에서 옥수수를 맘대로 뜯어 내기 시작한다. 미국 같았으면 총을 맞아도 할 말이 없지만, 역시 러시아에는 공산주의 정신이 살아 있구나. 


"여기 사람들 중에 옥수수 돈 주고 사 먹는 사람 한 명도 없어."


블라디미르는 옥수수를 양팔에 듬뿍 담아 차에 싣는다.


3. 집에 도착한 후, 곧 환영 파티가 시작된다. 뒷마당의 말끔하게 꾸며 놓은 나무 건물 아래로 전기를 끌어와 음악을 틀고, 모닥불을 지핀다. 보바와 올가가 키우는 고양이 몇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다가오지만 아직 나를 경계한다. 러시아 맥주와 바베큐, 토마토와 파프리카, 그리고 40도 짜리 강한 술을 대접 받는다. 도중에 블라디미르는 피곤하다고 들어가 버리고, 올가와 거의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다가 맛있는 수프를 얻어먹고 잠자리에 든다.


카잔을 향해 달리는 열차안에서


카잔의 크렘린과 쿨-샤리프 모스크(Qolşärif Mosque)


러시아의 옥수수밭


슈키예보로 가는 길. 끝없이 펼쳐진 평야.


앞으로 2주동안 머물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