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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불가리아

불가리아 소피아 - 세르비아 니시: 사자, 폭동, 대성당 (여행 89일째)

2016년 10월 15일 토요일


이동경로: 불가리아 로베치(Lovech) - 소피아(Sofia) - 세르비아 니시(Niš)


[등장인물]

벨리자: 불가리아에서 만난 친구. 로베치에서 하룻밤을 재워 주었다.

밀로시: 세르비아 니시(니슈)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1. 아침에 일어나 바나나를 먹고, 발코니에서 우중충한 하늘의 로베치(Lovech)를 내려 보다가, 벨리자가 깨서 9시 반에 버스를 타겠다고 말했다. 벨리자의 친어머니와 작별하고, 벨리자와 함께 도시로 향한다. 토요일인데도 거리가 한산하다. 시티센터는 텅텅 비어 있다. 환전을 하려고 돌아다녀 보지만 환전소가 전부 닫혀 있어서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나를 한 번 더 보겠다고 벨리자의 새어머니가 나오셔서 같이 카페에 간다. 이번에도 안 마시겠다고 버티다가, 커피(에스프레소)와 쥬스를 얻어 먹었다. 영업시간이 되었는데도 환전소 문이 열리지 않아, 결국 벨리자가 10달러를 환전해 주었다. 겨우 버스표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버스 옆에 서서 끝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두 사람...


벨리자네 집에서 하루를 시작. 고마운 마음에 뭔가를 선물하고 싶어서, 러시아에서 받아온 냉장고 자석을 선물했다. 벨리자는 러시아계 조상이 있다고 했다.


소피아행 버스를 기다린다.


로베치에서 소피아까지는 10레바(약 6800원)


2. 버스를 타고 우선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향한다. 구리구리한 날씨 속에서 불가리아의 고속도로를 달려 정오쯤 소피아에 도착했다. 세르비아 니시(Niš)로 가는 버스를 찾아 이쪽 터미널, 저쪽 터미널, 기차역을 들낙날락 한다. 어떤 여행사의 여자 직원이 자기네 가게에서 판다고, 가격은 어디서나 똑같이 24레바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가게를 기억해 두고, 돌아오겠다고 한 후, 환전 및 관광을 위해 소피아의 중심부로 이동한다. 첫인상은 상당히... 고담시(Gotham City)같은 느낌을 받았다. 버스 터미널에서도 화장실 사용료가 있다(0.5레바). 돈을 내고 사용할 생각은 없어서 부근의 수풀이 우거진 곳에 가서 소변을 보는데, 여기저기 똥과 똥휴지가 널부러져 있다. 



사자들이 앉아 있는 사자다리를 건너, 환전도 하고, 먹을 것 구경도 한다. 피자가 1레바인것 같은데... 먹고 싶지만 그냥 지나친다. 모스크를 지나, 맥도날드가 보이길래 앞에 잠깐 서서 와이파이도 잡았다가, 교회도 하나 지나고, 또 다른 맥도날드가 있길래, 가게 앞에 앉아서 쉬다가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서 나뭇잎을 하나 줍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뭐가 무너지는 소리 혹은 폭발하는 소리가 난다. 폭탄 테러인가 싶어서 놀라고 있는데, 공원 사람들은 묘하게 평온하다. 아무도 소리에 신경쓰지 않고 대화를 하거나 걷거나 앉아 있다. 여기는 테러가 일상인가? 혼란스러워 하는 동안 폭발하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더 자주 들린다. 설명을 해 줄 사람도 없고,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생각해 보니 아까 전철역에서도 젊은 남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소란을 부리고 있었다. 무슨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짜피 가보려고 했던 대성당이 있는 방향이어서 폭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대부분 젊은 남자)이 무언가를 외치며 화약을 꽝꽝 터뜨리며 행진하고 있다. 행렬의 좌우에서는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고, 뒤에서는 경찰차, 구급차 등이 행렬을 따라간다. 몇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데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데(무엇에 대해 시위를 하는 건지 모르고, 외국인이라 눈에 띄기 때문에), 소피아 시민들은 그 소란을 보고 그저 웃거나 지나친다. 어떤 꼬마 아이들은 행렬에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대성당에 가려면 행렬과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겹치지 않기 위해 뒷쪽의 좀 더 작은 길로 걷는다. 가는 길에도 화약 터지는 소리와 시위하는 소리가 구름낀 도시를 울린다.


소피아의 첫 인상.


지하도를 빠져나오는데, 일군의 남성들이 소란을 일으키며 어딘가로 달려간다.


도시에 사자가 많이 보인다.




공원에서 주운 나뭇잎.


폭발 소리가 울리는데 묘하게 평온한 공원.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했다.


시위대가 지나가고 난 거리.


3. 교회는 아주 멋지고 고요하다. 바깥의 소란함으로부터의 피난처가 되어 주면서, 무료 입장이고, 앉을 의자까지 있다. 정말 대단한 건축물과 예술작품들이다. 사람이 여기에 쏟아부은 에너지가 얼마나 될까? 그나마 이런 곳에 쏟아진 에너지와 열정은 수십년, 수백년을 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동을 줄텐데, 내가 무언가에 쏟아부은 에너지와 열정은 어디에 어떤 흔적이라고 남길런지... 


소피아 알렉산드르 넵스키 대성당(Alexander Nevsky Cathedral) 입구


내부에서 올려다본 돔.




대성당을 장식하는 모자이크



대성당의 옆모습.



길가의 작지만 예쁜 교회. 특히 입구 위 성화의 색과 느낌이 마음에 든다.


멋진 건물.


또 다른 작은 규모의 시위대.



길바닥의 빈 맥주병.


다시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중이다.


도박장이 눈에 많이 띈다.


4. 시내를 다시 걸어나와 버스표 사는 곳을 물어 물어 겨우 표를 샀다. 아까 표를 판다고 얘기해 주었던 여자 직원과 가게를 찾아 한참동안 조그만 여행사들이 빽빽히 들어선 지구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못 찾았다. 커다란 터미널에서 일괄적으로 표를 파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안 통해서, 세르비아 니시로 가는 표 찾기가 힘들었다. 버스에 타기전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남은 돈(레바)을 전부 썼다. 싸고 맛있는 빵들, 바나나, 그리고 먹을 것을 좋아한다는 밀로시(니시의 호스트)를 위한 과자, 비상용 초코바 등을 샀다. 가격이 계산한 것이랑 조금 안 맞아 초코바 하나는 반납하고 나니, 거스름 돈으로 0.25레바를 돌려준다. 


버스 손님 중에는 집시 엄마와 꼬마아이(엄마는 아이에 비해 나이가 엄청 들어 보인다)가 보인다. 그 밖에도 집시들이 몇 보이고 백인들도 있다. 한시간만에 국경에 도달해서 출국 도장을 받았고, 세르비아에 입국할 때에는 여권을 전부 걷어가더니 도장을 찍어서 돌려준다. 휴게소에 들렀다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니시로 향한다.


국경에서는 짐문제로 여러번 탔다 내렸다 하는 사람이 있었다.


국경에서 수속을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 음식은 비싸기 때문에, 챙겨온 빵을 먹는다.


5. 히치하이킹을 몇번 하고 나니, 버스가 얼마나 편하고 빠른 교통수단인지 알게 되었다. 어느새 니시에 도착했다. 성곽 근처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다리를 건너 시티센터로 내려간다. 맥도날드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제다이 마스터(스타워즈를 좋아하는 밀로시가 자신을 그렇게 지칭한다)에게 연락을 했다. 무지 반갑게 맞아주는 밀로시. 웃는 모습이 톰 크루즈를 닮은 잘생긴 녀석이다. 불가리아에서 선물받은 토끼털 모자를 보고는 귀엽다고 웃으며, 머리를 헝크리듯 모자를 쓰다듬는다. 


밀로시의 차에 타고 집으로 도착해 샤워를 한다. 같은 건물 2층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와도 인사하고,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세르비아의 안전이나 밀로시의 고향 도시에 관한 긍정적인 얘기를 들으며 고무되었다. 밀로시 말에 따르면 별 걱정없이 히치하이킹을 해도 될 것 같은 나라인것 같다. 식사 후에는 밀로시 여자친구의 할머니집, 여자친구의 어머니집에 차례로 들렀다가 파티가 있다는 장소로 간다(피곤하지만). 이런 시끄러운 음악과 담배 냄새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만히 서있으면 불편해하고 즐겁지 않은 티가 날테니, 억지로 대충 몸을 흔들며, 분위기의 일부인 척을 했다. 좋았던 것은, 음료, 술, 야채, 빵 등이 내키는 대로 주워 먹을 수 있었다. 밀로시는 채식, 명상을 하면서 금주까지 하고 있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신나게 춤추고 친구들과 무지 반가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 보인다. 가끔 나에게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불가리아의 도이렌치에 있을 때에 비하면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지, 쑥쓰러움을 타는지, 투명인간 취급을 해서, 나도 조용히 쿵짝에 맞춰 머리를 흔들면서 밀로시를 기다렸다.


이미 밤이 늦었는데도, 밀로시가 시내 구경을 시켜주고, 자신의 명상 단체 스승(구루)인 스리 친모이(Sri Chinmoy)의 동상을 보여주었다. 스리 친모이의 가르침에 따라 같이 수행을 하는 추종자들이 니시에 약 30명 있다는데, 같이 돈을 모아서 세운 동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따뜻한 집에서 비맞을 걱정없이 밤을 보낼 시간이다. 소파 밑에서는 강아지가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긴 하루다...


새로운 나라로 이동할 때마다 환전 정보를 획득하는게 최우선이다.


택시 표시등이 특이하다.


니시 요새(Nish Fortress)


맥도날드는 싫은 기업이면서도 관대한 와이파이 공유는 감사하다.


밀로시가 해준 채식 요리.


밀로시 집의 거실에서 이틀동안 묵는다. 아까 만난 할머니의 젊었을 적 초상화가 걸려있다. 이렇게 아름다웠던 부부도 시간이 흐르자 고인과 노인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