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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크랄레보: 폭격, 전쟁, 난민 캠프, 집시 여인의 삶 (여행 93일째)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오전 09:08)고양이가 나무 위에 올라가 못 내려오고 앵앵거리는 것을 구출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나 듣던 일인데, 아기 고양이가 마당에서 기둥을 타고 포도나무 캐노피 위로 올라갔다가 못 내려와서 애처롭게 울고 있다. 나도 키가 간신히 닿아서 바둥바둥 밑으로 내려주었다. 올라갈때는 닌자처럼 그 높은 기둥을 타고 올라가더니 내려오지는 못한다... 이런 비슷한 상황을 일본 만화나 게임에서 몇 번 본 것 같다. 아침에 보야나가 차를 마시러 와서 (어제는 본인 집에 갔었음)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지난주에 크로아티아 쪽 국경에 있는 수용소에 난민들을 만나러 갔었다고 한다. 난민들은 대부분 중동(시리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부터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
세르비아 크랄레보: 집시가족, 학교수업, 시골집 (여행 92일째) (2016년 10월 18일 이어서...) 보이칸이 여자친구에게 커피를 배달하러 떠난 후, 혼자 남아 한국에 대해 세르비아 학생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안쪽 방에 있던 보야나가 부른다. "심심하면 여기 들어와 있어, 거기 춥잖아." 담배연기가 가득한 방으로 들어가니 검정 머리를 뒤로 빤질빤질하게 넘긴 아저씨가 큼직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아저씨와 보야나는 하시시를 피우고 있었다. 셋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왠지 모르게 프랑스인들과 함께 있는 기분이다. 그러다가 어린 방문객이 왔다. 16살짜리 집시(로마니)소녀다. 보야나가 여성이나 집시의 인권에 관련된 일을 하며(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강연을 함. 세르비아 문학을 전공해 이전에 스투데니차[Studenica, 유네스코 세계유산..
세르비아 크랄레보: 모험가들, 인터뷰, 도시탐방 (여행 91-92일째) (2016년 10월 17일 이어서...) 마당의 고양이들이 노는걸 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키가 크고 몸집이 좋은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보야나라고 했다. "보이칸에게 얘기 들었어.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또 카우치서핑 손님을 받았더라. 이 집을 쓰는 남자애들은 정말 남을 배려할 줄을 몰라." 보야나는 청소, 설거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을 막 사용하는 (보이칸을 비롯한) 남자들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여행자에게는 친절했다. 이때는 잘 몰랐지만, 보야나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다. 젊은 사람들 처럼 방방 떠있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쌓아두고 있었고, 타인에게 깊은 관심을 가졌고, 사진 실력도 일품이었다. 보야나가 어제 비오는 길에서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 세 마리를 데리고 왔..
세르비아 크랄레보: 펑크 선생님과 외딴 수도원 (여행 91일째) (2016년 10월 17일 이어서...) 참새 광장에서 만난 카우치서핑 호스트 보이칸은 훤칠한 체격에 지적이고 깔끔한 인상의 남자였다. 보이칸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면서, 펑크(Punk) 밴드의 일원이기도 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 음악 세계에 따라서 그 사람들의 철학이나 행동, 대화 주제, 분위기 등 많은 것이 달라진다. 마치 특정 음악을 즐기고 자주 듣는 것으로 인해, 그 사람의 세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듯 하다. 아니면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습니까?"라는 질문을 했고, 자기가 듣는 종류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보이칸은..
세르비아 니시-크랄레보: 사루만의 탑과 참새 광장 (여행 91일째) (2016년 10월 16일 저녁. 이전 글에 이어서...) 피자 사건으로 실망감과 약간의 울분으로 속이 꽁해 있었는데, 일기를 쓰다보니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그때 밀로시로부터 자신의 스승인 스리 친모이의 책을 선물 받으면서 마음을 풀기로 했다. 비싼 피자를 샀지만, 결국 나는 신세를 지고 있는 식객 아닌가! 이미 깜깜해진 저녁인데, 밀로시의 여자친구 두냐의 어머니 집에 가자고 한다. 아무리 쉬고 싶어도, 집주인이 어디에 가자고 하면 내색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따라가는게 좋다. 따라가 보면 나쁜 경우도 별로 없고. 밀로시는 두냐 어머니 집에 가는 것이 무지 싫은가보다. "자, 이제 우리는 악의 소굴로 가는거야. 싫다! 그녀는 사루만! 악마! 고통의 시간이 오는구나! 잘 견뎌 보라구." 밀로시가 격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