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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마감 (여행 174일째)

2017년 1월 8일 일요일

아이슬란드 케블라비크

[0] : 어제 죽음의 승리(The Triumph of Death)와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The Garden of Heavenly Delight)을 보다가 자서인지 죽음의 꿈을 꾼다. 장소는 영국. 하지만 운전석 위치는 한국과 같았음. 조수석에 앉아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차들을 피해가고, 총격전이 있는 곳을 지나치다가, 옆자리의 운전자가 빨갛게 터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죽음의 예감, 죽음. 이세상의 누군가는 실제로 느꼈을, 겪고 있을 상황... 그 영혼에 평화를...

[1] 공항: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는 주희와 친척형은 새벽에 나가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갔다. 나와 재혁이는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후여서 여유롭게 아침도 먹고, 짐도 싸고, 청소도 했다. 숙소가 공항 근처여서 그런지 우리처럼 여행 마지막날 묵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주방 수납장에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남기고 간 각종 조미료와 식재료가 가득했다. 우리도 남은 음식 중 챙길건 챙기고 남길건 남겼다. 마을에서 공항까지는 한번 걸어가 본 적이 있어서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배낭이 있었고, 재혁이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가야했기 때문에 택시가 필요할 것 같기도 했다. 출발 준비를 하다가, 윗층에 살고 있는 집주인을 우연히 만났다. 우리가 공항에 걸어간다는 얘기를 듣자 선뜻 자기가 태워주겠다고 한다. 공항까지 가는 짧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2] 집주인: 집주인은 아이슬란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낮이 긴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끝내준다고 한다. 기대하지 못한 호의를 받고 아이슬란드를 떠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만약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나왔는데, 차를 얻어 탔으면 얼마나 민망했을까. 아이슬란드에 일주일 넘게 있었지만 정작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보고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겉핥기 여행도 이제 끝난다. 

[3] 작별: 한달간 여러 사람들과의 동행에서 나의 부족함을 느꼈고, 어린 동생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특히 재혁이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부드럽고 푸근한 미소와 겸손함, 친근함, 예의, 배려 등등. 재혁이가 인도에서 같이 인턴하던 형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수부대(UDT/SEAL 혹은 SSU) 출신인데, 팬티를 안입는 대신 항상 츄리닝 바지를 입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자유인들 얘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4] 비행: 재혁이가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나고, 혼자 밤 늦게까지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공항에 배터리와 충전기를 꽂아 두고 깜빡한 채 비행기를 탔다. 다음 목적지는 모로코의 마라케시(Marrakesh)이지만, 싼 티켓을 찾다보니 부다페스트와 바르셀로나를 경유하게 되었다. 부다페스트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중간에 불을 끄더니 소란스러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 창가에 붙어 밖을 봤다. 나는 비행기 우측 좌석이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궁금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불이 켜졌고, 비행을 계속되었다. 생각보다 길었던 비행이 끝나고 부다페스트에 착륙하자 사람들이 다 박수를 쳤다. 도대체 뭐지? 특히 왼쪽 열 사람들이 박수를 많이 친 걸 보면 사람들이 창밖에서 본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부다페스트는 미친듯이 추웠다(나중에 확인해 보니 기온이 영하 17도로 아이슬란드보다 훨씬 추웠음). 공항에서 안대를 끼고 누워 있다가 바르셀로나로 이동하고, 거기에서는 다른 터미널로 옮겨가 체크인하고 세번째로 비행기를 탔다. 


(이날은 찍은 사진이 없음. 아래는 주희가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