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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펠로타스(Pelotas) - 자구아랑(Jaguarão) 구간 히치하이킹 (여행 282일째)

2017년 4월 26일 수요일


[1] 아침에는 어제 먹고 남은 파이와 사과를 먹고, 커피를 얻어 마셨다. 


구스타프의 친구(K-Pop을 좋아하는 여자)가 왔는데, 어제 집에 왔던 구스타프의 여자친구와 복잡한 삼각관계에 있는 것 같다. 두 여자 모두 체구가 큰데 반해, 구스타프는 마르고 병약한, 광기어린 문학가 느낌이다. 에릭에 의하면, 구스타프는 도스토예프스키와 쇼펜하우어의 우울한 부분을 지니고 있고, 정돈되지 않은 쓰레기더미와 같다고 한다. 어쨌든 구스타프의 그 살짝 감은 듯한 눈과 항상 미소 짓는 얼굴은 정말 마음에 든다.


[2] 구스타프에게 열쇠를 빌려서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에서 조금 기다리니 제시가 왔다. 너무 반가웠다. 제시에게 그리도 하고 싶었던, 시간 정지, 죽음에 대한 거부감, 껍데기 같은 감각 등에 대해 얘기했다.


같이 성당 방향으로 걷다가 서점에 들렀는데, 서점 아저씨가 유창한 영어로 북한에 관해 물어봤다. 점점 익숙해지는 거리를 지나 성당에 도착했다. 천장, 돔, 스테인드글라스에 그려진 아름다운 성화들을 감상했다.


제시가 노인 요양원에서 奉仕活動하던 일에 대해 들려줬다. “한번은 療養원에 집시들을 불러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 그런데 노인들이 그걸 보고 즐거웠을까? 집시들이 춤추는 것이 오히려 약 올리는 듯한, ‘우리는 젊고 행복하다’라고 놀리는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특히 카니발 기간에는 요양원이 무척 우울해지는 것 알아?


돌아오는 길에는 대학교 신입생들이 얼굴과 몸에 페인팅을 하고 동전을 구걸하는 것을 봤다. 제시도 신입생 때는 저렇게 해봤다고 한다. 그래, 이렇게 구걸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거지. 구걸하는 사람의 마음도 알 수 있고. 신입생 한 명이 다가와 구걸하자 제시는 웃는 얼굴로 단호하게 “No”라고 말했다.


제시가 3.5헤알짜리 펠로타스 캔디(연유가 듬뿍 들어 있고 딸기 맛이 나는 초콜릿)를 사줬다. 내가 사주고 싶었지만 결국은 얻어먹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들여왔다는 분수대에 나란히 앉아, 펠로타스 캔디를 천천히 뜯어 먹고, 종이에 붙은 마지막 연유까지 싹싹 핥아 먹었다.


도서관 근처에서 제시와 헤어졌다. 아마 앞으로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가는 길에 제시가 돌아보면 손을 마구 흔들어주고 싶었는데, 단호하게 앞만 보고 걷는 제시. 고마웠어, 잘 가!


제시카와 성당 구경


제시카가 준 달콤한 펠로타스 캔디


에릭의 만화책. 재밌게 생겼다.


[3] 이제 펠로타스를 떠나 자구아랑(Jaguarão)을 거쳐 우루과이의 뜨레인따-이-뜨레스(Treinta y Tres)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원래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으나, 히치하이킹이 쉽다는 에릭의 말을 듣고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국경에 있는 免稅點까지 에릭과 아르헨티나 旅行者 하비에르도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이미 오후 1시가 넘어서 늦은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자신감 넘치는 에릭만 믿고 따라갔다.


우선 시내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 방면으로 갔다. 가는 길에 제시카가 사는 집과 공동묘지가 보였다. 커다란 코카콜라 회사 건물도 지나쳤다.


시 外郭의 도로에서 내린 다음, 길을 따라 걸으면서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길에서 만난 어떤 남자가 좋은 장소를 推薦해줘서 그 쪽으로 이동했다. 자구아랑 방면과 리오그란데 방면으로 갈라지는 지점이고, 停車할 空間도 넉넉히 있어서 히치하이킹에 理想的인 장소였다. 國境에서 뜨레인따-이-뜨레스 行 마지막 버스(18시)를 타려면, 늦어도 16시에는 차를 잡아야 할 것 같아서 焦燥한 마음이 들었다. 자구아랑(Jaguarão)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열심히 손을 흔들어보지만 칙칙한 남자 3명을 태워줄 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많은 운전자들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손짓을 했고, 격려의 표시나 엄지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자꾸 흘러가자, 우루과이에 구해 놓은 카우치서핑 호스트에게 연락을 못한 채로 노-쇼를 하게 될 것 같다는 걱정과, 오늘 당장 잘 곳이 없다는 걱정에 마음이 心亂해져만 갔다. 


그러다가 빨간 차 하나가 섰다. 에릭과 운전자가 대화를 하더니 차에 우리를 태워줘서 희망이 보이는 듯 했으나, 5분 정도 더 가서 자구아랑(Jaguarão)/몬테비데오 방면에 우리를 내려주고 떠났다. 이제 곧 쉽게 차가 잡힐 거라는 느낌에, 다 같이 경쾌하게 춤도 추고 손을 흔들면서 다시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하지만 떨어지는 해와 거세지는 바람에 몸은 점점 추워지고, 피곤해지고, 웅크러들었다. 말은 안 해도, 에릭과 하비에르 역시 피로도가 쌓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버스 시간에 맞춰 갈 수 없게 되었고, 에릭이 가려고 하는 면세점도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에릭과 하비에르는 맨몸으로 나들이를 나온 것이어서, 펠로타스에 돌아갈 시간까지 계산해야 했다.


다 같이 집으로 돌아갔다가, 내일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히치하이킹 실패. 살면서 히치하이킹을 실패해 본 일이 한 번도 없다는, 不安感이나 緊張感이 없던 에릭. 마찬가지로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던 나. 지금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했고 앞으로도 히치하이킹으로 쿠리치바까지 갈 계획인 하비에르. 우리 모두에게 가슴 아픈 패배가 될 일이었다.


暗黙的으로 실패를 인정한 에릭의 “주유소에 펠로타스 행 버스가 설 수도 있으니 물어보러 가보자”는 제안에 “오케이, 고!”라고 답하는 순간, 빨간색 화물 트럭이 우리 뒤에 섰다. 하하, 이건 헝가리에서도 한번 겪어본 상황이다. 이렇게 포기하려는 바로 그 시점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다. 위대하신 각본가의 유머 감각이란!


어떤 남자가 히치하이킹 장소를 추천해주었다.


내가 운전자라도 태워주기 무서울 것 같긴 하다.


우리를 더 좋은 장소에 내려준 아저씨


여기서 다시 한시간 정도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포기하려던 순간에 나타난 트럭을 타고 남쪽으로 달린다!


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