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우루과이

브라질 자구아랑(Jaguarão) - 우루과이 리오 브랑코(Rio Branco) 국경 통과 (여행 282-283일째)

2017426일 수요일

(이어서)

[1] 운전사 아저씨가 자리를 정돈하고 나니, 우리 일행이 앉을 충분할 자리가 생겼다. 우리 셋은 와하하!웃으며 逆轉勝의 짜릿한 快感을 나눴다. 스쳐가는 해질녘 풍경 속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갔지만, 두 친구 에릭과 하비에르는 피곤했는지 곯아 떨어졌다.

한편, 트럭 기사 아저씨는 운전을 하면서 계속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여러 사람들과 진지하게 통화를 했다. 알고 보니 우리 셋이 잘만한 장소를 찾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를 자구아랑에 내려주는 대신, 우선 아저씨가 화물트럭을 반납할 농장까지 같이 갔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떨어지고 짙은 어둠이 내려왔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웠다. 바지를 두 겹으로 입었고 상의는 네 겹을 입었는데 왜 이리도 추운건지. 무거운 疲勞감에 화물트럭에서 내리기 싫으면서도 얼른 어딘가에 도착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늦은 시간 농장에 도착했다. 트럭에서 내려 벌벌 떨면서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총총대는 밤하늘을 보며 아저씨를 기다리다가, 아저씨가 퇴근 절차를 마친 후, 아저씨의 자가용을 타고 자구아랑 시내로 이동했다.

[2] 자구아랑(Jaguarão)에 도착한 후에는 아저씨를 따라 어떤 사람의 집을 방문하고, 인사하고, 얘기하고, 무엇인가 물어보고, 다음 집으로 가서 또다시 인사하고, 얘기하고, 물어보고를 세 번, 네 번, 다섯 번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강변의 창고 같은 건물을 찾아 들어갔다. 알고 보니 이 건물은 아저씨가 속해 있는 모터사이클 클럽이 소유한 모임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하루 묵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고, 열쇠를 받기 위해 이렇게 늦은 밤 많은 사람들을 방문한 것이었다.

모터사이클 클럽 건물에는 조리시설, 화장실, 샤워실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불을 갖다 주겠다며 잠시 떠난 아저씨를 기다리다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먹을 것을 사러 밖으로 나왔다. 빵집에서 빵을 잔뜩 사고, 미니마트에서 과자, 파스타, 야채, 조미료, 토마토소스 등을 샀다. 돌아와서 요리를 하는 중에, 아저씨가 이불을 가지고 아들과 함께 돌아왔다. 에릭과 하비에르는 아저씨 父子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없고, 배는 몹시 고파서 정신이 온통 요리하던 음식에 쏠려 있었다. ‘아저씨도 배고프지 않을까, 먹을 것을 좀 드시고 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근데 같이 먹기에는 좀 모자라지 않을까등 온갖 먹을 것에 관한 생각들만 가득했다. 그러다가 다음날 아들이 와서 열쇠를 받아가기로 하고 아저씨 父子는 떠났다.

우리는 곧바로 요리를 마무리 하고 신나게 먹었다. 500g짜리 파스타 전체를 삶아 식용유 없이 마늘과 양파와 토마토소스에 볶아 셋이 다 먹어치우고, 과자와 빵을 뜯어 허겁지겁 虛飢를 채웠다.

에릭과 하비에르는 위층의 더러운 매트리스에 누워 이불을 덮었고, 나는 아래층의 긴 나무의자에 누워 침낭 속에서 잤다. 의자가 매우 좁아서 양 옆으로 팔이 빠져 나왔지만 꿈까지 꾸면서 잘 잤다. 몸에서 벼룩이 잔뜩 나오는 꿈이었다.

에릭. 우리는 해냈노라!

2017427일 목요일

[1] 모토 클럽에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다. 9시에는 하비에르를 깨워서 같이 커피를 마시며 대마초와 시간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마초가 우루과이는 물론 아르헨티나에서도 젊은 층에서는 흔하다는 것, 도시에서는 시간이 빨라지는 반면 郊外自然 속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 영화 장면 속에 시간의 흐름을 담는 방법 등. 하비에르는 길거리 연주가이자 여행자이지만, 映畵를 공부한 감독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니 <대부>, <아버지의 이름으로>,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영화 중에서도 어떤 감독과 영화를 말했는데,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햇살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파란 하늘과 강을 배경으로 하비에르의 옆모습을 보며, 왠지 深奧한듯한 이야기를 듣는다. 커피에 빠진 날파리와 먼지를 건져내고, 따뜻하고 시큼한 커피를 조금씩 마신다.

[2] 에릭은 11시가 다 되어서 일어나더니 여유롭게 샤워를 했다. 세 명 모두 내 수건 하나를 돌려썼는데, 햇살이 좋아서 수건이 금방금방 말랐다. 다 같이 파스타와 빵을 배불리 먹고 밖으로 나왔다.

모토 클럽 앞에서 하비에르.
에릭 머그샷.
모토 클럽 내부.

[3] 다리(Bridge Baron Mauá)를 건너 우루과이로 國境을 넘어가는데, 군복 입은 경찰은 몇 보이지만 국경심사 같은 것은 없었다. 심지어 에릭은 신분증도 없는데 무사통과였다.

면세점에 가서 에릭이 술과 초콜릿을 사는 것을 구경했다. 처음에는 가격표에 붙은 금액이 브라질 헤알로 표시된 줄 알고 눈이 빙빙 돌아갔다. 아무리 쓸데없는 물건이라도 가격이 싸니 일단 사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단위가 달러란 것을 깨닫고 나서 보니 모두 그림의 떡이었다. (에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다며 이것저것 많이 쓸어 담았다.)

하비에르는 우루과이 계좌에 잔고가 있다며 돈을 인출했고, 내가 갖고 있던 브라질 헤알과 교환했다.

[4]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기 위해 다리로 되돌아와 경찰에게 물어보니, “저쪽에 있는 폴리시아 페데랄(Polícia Federal)에서 받으시오,라고 했다. 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하비에르가 설명을 해줬다. 바로 근처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열 블록을 넘게 걸어야 했다(다리에서 왕복 50분 거리). 경찰서에 도착한 후에는 또다시 하비에르의 도움을 받아 쉽게 도장을 받았다. 멀리까지 동행해준 하비에르에게 정말 고마웠다.

돌아오는 길에는 남은 브라질 돈도 정리할 겸, 간식과 음료를 사러 구멍가게에 잠깐 들어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너무 부드럽고 친근한 인상을 줬다. 낡고 어둑하면서도 지저분하지 않은 구멍가게의 느낌도 참 좋았다.

다리로 돌아와 이번에는 우루과이 경찰에게 입국 도장을 어떻게 받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하비에르가 통역해 주었는데, “여기서는 받을 수 없고 여기서 4km 정도 들어가면 출입국 관리소가 있으니 거기서 받으시오. 버스표를 산 후 버스기사에게 출입국 관리소에 잠깐 세워달라고 하시오,라고 했다.

[5] 아직도 면세점에서 쇼핑 三昧境에 빠져있는 에릭을 찾아냈다. 아직도 살 것이 많단다. 나도 1달러짜리 네덜란드 보드카 두 병을 샀다. 내가 보드카 병을 들고 살지 말지 망설이고 있자 하비에르가 웃으며 1달러짜리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마,라고 말했다. 한 병은 고마운 하비에르에게 선물했고, 다른 한 병은 가방에 넣었다.

다리를 건너 우루과이로 가는 사람들.
여기를 통과하면 우루과이다.
면세점에 가득한 상품들.
초콜릿과 사탕들
국경마을 풍경
아름다운 풍경
사람이 살고 있다.
하비에르와 에릭. 안녕!

[6] 친구들과 작별하고 (이 친구들이 언제 또 펠로타스까지 히치하이킹을 해서 돌아갈지 걱정이 되었지만) 리오 브랑코(Río Branco) 시내를 향해 다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다리 양 쪽으로 펼쳐진 늪지대와 새들의 무리, 民家들의 모습이 꿈속의 風景처럼 아름다웠다. 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몇몇 아주머니들에게 길을 확인받으며("Donde puedo tomar el autobus?") 한참을 걸었다.

[7] 광장을 지나 버스표를 파는 조그만 가게를 찾았다. 버스회사 누네즈(Nuñez transporte)에 저녁 6시 차편이 있어서 버스표를 사면서 가다가 입국 도장을 받을 수 있지요?라고 물어보니, 말은 못 알아듣겠지만 표정이나 어투 등으로 봐서 안 된다는 것 같았다. “걸어갈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니, “택시, 아두아나, 어쩌고저쩌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페인어가 절실해지는 한편,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버스를 못 타면 오늘은 또 어디서 자야하는가, 그리고 카우치서핑 호스트에게 이틀 연속으로 노-쇼를 하고 무슨 면목으로 재워달라고 한단 말인가.

오프라인 지도 앱(maps.me)을 열어보니 2km 거리에 검문소 모양의 아이콘이 보였다. 여긴가 보다. 뛰자. 버스 출발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남았기 때문에 간당간당하다. 길가의 식당, 슈퍼, 주유소, 빵집을 지나 불안한 마음으로 달린다. 그리고 출입국 관리소(Aduana Uruguay de Río Branco)에 도착. 말은 안 통하지만 잽싸게 여권을 들이밀고, 순식간에 도장을 받았다. “그라시아스라는 직원의 인사에 오브리가도라고 응대하고, 신나게 돌아왔다. 마지막 난관까지 넘은 것이다!

[8] 버스에 타기 전 여유 시간이 있어서 과일과 빵과 과자를 잔뜩 샀다. 빵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너무 맛있어서 배터지게 먹었다. 이제 버스를 타고 뜨레인따--뜨레스(Treinta y Tres)의 호스트 알레한드로를 만나러 간다!

아름다운 들판과 하늘
햇살이 반짝이는 농가
아름다운 소택지 풍경
1달러짜리 보드카. 선물용이다.
리오 브랑코에 들어왔다.
조그만 구멍가게 풍경
리오 브랑코. 디오스 에스 아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