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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우루과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북 치는 사람들 (여행 285일째)

2017429일 토요일

 

[1]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캐나다에서 91일에 비행기를 탈 豫定이다. 9개월을 여행하면서 280만원을 썼고, 이제 4개월을 더 여행해야 하니, 남은 時間에 비해 豫算이 턱없이 많은 상황이다. 이제 500만원으로 世界一周라는 목표는 이미 達成했다고 할 수 있으니, 작은 일에 一喜一悲하지 말고,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조바심과 걱정 대신 여유와 평온으로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우루과이 동전
우루과이 지폐
알레한드로 집의 액자

[2] 이틀 동안 좋은 호스트가 되어준 알레한드로에게 직접 만든 못생긴 팔찌를 선물하고, 짐을 싸서 같이 집 밖으로 나왔다.

 

헤어지기 전, 알레한드로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마을에 살며 자라왔다는 친구 부부를 방문했다. 이 부부는 도시락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데, 때마침 점심시간 직전이라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 오븐에서는 커다란 고깃덩어리들이 지글거리고 있었고, 냄비에서는 붉은 파스타 소스가 기름진 향기를 풍기며 부글거렸다. 부르던 배가 고파질 만큼 먹음직스러운 풍경이었다. 친구 집 앞마당에서 알레한드로와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요리중이던 친구네 집을 방문했다
알레한드로와 기념사진

[3] 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에는 어제 갔던 빵집에 들러 통밀빵(인테그랄) 4개와 알레한드로가 추천한 달콤한 빵(옥수수, 코코넛, 잼이 들어감)2개 사서 먹었다. 참 맛있었다.

 

285km 거리인 몬테비데오까지는 직행 버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창구 직원에게 굳이 緩行을 타겠다고 고집해 천천히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비는 576페소(당시 환율로 23000)였다.

 

남쪽으로 달리는 버스의 창문 밖으로는 많은 소들이 보였고, 가우초(gaucho, 카우보이)들이 무리지어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는 모습도 보였다.

 

[4] 어느 순간부터인가 버스에는 승객이 나밖에 없었다. '거의 도착했나보다,'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버스가 멈추고 창밖에 버스터미널(Terminal de Omnibus)이라는 표시가 보여서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이상하게도 영락없는 시골 마을 풍경이었다. 막막하면서도 어딘가 마음에 드는 雰圍氣였다. 그런데 매표창구를 보니 몬테비데오 가는 표를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헉, 아직 몬테비데오가 아니구나!허겁지겁 다시 버스에 올라타니, 곧 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화장실이라도 갔으면 버스를 놓칠 뻔했다.

 

[5] 작고 낮은 건물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몬테비데오 外廓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몬테비데오 버스터미널은 현대적이고 깔끔했다. 환전소도 있었지만 1헤알에 8페소밖에 쳐주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국경에서는 1헤알에 8.7페소였음). 관광정보센터에서 영어가 유창한 직원에게 지도를 받아 길을 나섰다.

 

몬테비데오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 요금표
콜로니아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 두자
몬테비데오 거리 풍경
환율도 확인해 두자
과자를 먹자
여기 노숙인이 살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하고 질좋은 그래피티

[6] 오후 6시쯤 카우치서핑 호스트 에미(Emi)의 집에 도착했다. 에미는 차분하고 친근했다. 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3층 짜리 구조였다. 1층에는 거실, 2층에는 화장실과 침실, 3층에는 옥상이 있었다. 2층은 매우 깔끔한데 비해 1층은 끈적끈적한 개똥냄새와 사료 냄새로 가득했다.

 

에미네 집 거실 풍경

[7] 에미와 함께 암캐 페루(Peru)를 데리고 바닷가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에미의 오른손에는 개 목줄이, 왼손에는 마테차가 들려 있었다. 길에는 이렇게 은빛 빨대가 꽂히고 마테찻잎이 수북이 쌓인 찻잔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해변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길 너머로 보이는 바닷물이 포근하고 좋았다. 공원에 들어갔다가 모기에게 엄청 뜯기고 나서 후퇴했다. 원래는 모기가 없을 철인데, 며칠 전부터 이상 고온으로 모기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고 한다.

 

[8]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북소리를 따라가게 되었다. 칸돔베(candombe) 연주 소리다. “이렇게 북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어떤 힘에 이끌리듯 따라갈 수밖에 없어,북소리를 향해 걸으며 에미가 말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걸린 것처럼 북소리를 따라갔. 群衆 사이에서 걷다가 에미의 대학교 친구인 여학생 3명을 만났다. 에미와 여학생들이 수줍고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순수해 보였다.

 

칸돔베 북들이 연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북소리를 따라 걷고 있다

[9] 집에 돌아와서는 에미가 더 매직(The Magic)’스타크래프트2를 하는 것을 구경했다. 마우스도 없이 터치패드로 스타를 하다니, 그야말로 문화충격이다. 에미는 철저히 발리면서도 별 감정의 동요 없이 게임을 했다. 배틀넷 전적을 보니 약 100판중에 65%는 컴퓨터와의 경기였고, 나머지 35% 정도가 인간과의 대전이었는데, 그 중 승리는 단 2회였다(아마 상대방이 접속불량으로 튕겼던가 했을 거다). 게임을 정말 못하지만, 그래도 게임을 하는 그의 無心한 정신에 眞正 감탄했다(나는 패배를 두려워 게임 자체를 포기하거나 즐기지 못할 때가 많다).

 

여유롭게 게임하는 에미

[10] 밤에는 에미의 제안으로 피자와 튀긴 부침개 같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