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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우루과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대마초, 카포에라, 칸돔베 (여행 286일째)

2017430일 일요일

 

[1] 식탐: 먹을 것에만 돈을 220페소(9000원 정도) 썼다. 샌드위치, 웨하스, 쿠키 등 과자와 오렌지, 바나나, 빵 등을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먹었다. 더 이상 배고픔이 없음에도 그저 무언가를 섭취하고, 감각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空虛感을 채우기 위해 먹었다. 이렇게 식비를 과하게 쓴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항구 쪽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식당에서는 음식을 500-900페소에 팔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기서 지글지글 스테이크와 보글보글 맥주를 먹고 마시는데 돈을 펑펑 쓰고 있다. 심지어는 그 음식을 다 먹지도 않고 남겨 버린다. (배부르면 안 먹는 그들에 비해, 배부른데도 꾸역꾸역 먹는 나는 그들보다 못하다.) 쓸데없는데 돈을 쓰지 않으면 예산은 여유롭다. 이렇게 과자를 먹고,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고, 계란과 치즈에도 눈을 감아주다 보면, 언젠가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자신을 눈감아 줄지도 모른다. 동유럽에서 300, 500원어치 음식을 사면서 덜덜했던 것, 1달러에 행복했던 것을 기억하며 정신을 차리자.

 

[2] 산책: 낮에는 혼자서 몬테비데오를 산책했다. 주말에다가 노동절까지 겹친 연휴여서 가게들이 많이 닫혀있었다. 날씨는 무척 좋았다.

 

[3] 대마초: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에미의 친구인 구스만을 만났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친구다. 셋이서 마테차를 마시면서 <브레이킹 배드>라는 마약에 관한 미드를 보다가 대마초 얘기가 나왔는데, 둘 다 집에서 직접 대마초를 기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집 옥상에서 키우는 대마초는 엄청 커서, 구글맵에서도 보일거야,” 에미가 말했다. (우루과이에서는 대마초 재배가 합법이다.)

 

질 좋은 약이 뭘 말하는 거야?” 미드를 보다가 내가 물어보자,

 

순도가 높은 게 질이 좋은 거야,”라고 에미가 대답했다.

 

사람들이 약을 팔 때 무게를 늘리려고 마테나 잡초 같은 별의 별 잎을 다 섞거든. 전에는 속아서 오레가노(향신료)를 피워본 적도 있어,” 구스만이 말했다.

 

대마초를 차에다가 타서 마시기도 해?”라고 물어보자,

 

에미는 아니, 그렇게 해본적은 없는데 갑자기 궁금해졌어, 지금 해보자,”라고 말했지만,

 

구스만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마테는 마시는 거고 대마초는 피우는 거야,”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우리는 순수한 마테를 마시며, 30년쯤 되어 보이는 구스만의 하얀 차를 타고 밤의 거리로 나갔다.

 

[4] 카포에라: 한산하고 어두운 거리를 몇 블록 내려가니, 백여 명의 사람들이 길에다가 북을 세워놓고 모여 있었다. 한쪽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사람들 손에는 맥주, 마테, 대마초 등이 들려 있었다. 음악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니, 장궁 같이 생긴 악기 연주와 박수 소리에 맞춰 레게 머리를 한 남자와 여자들이 카포에라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실수로 머리통에 킥을 날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구경했는데, 다들 실력이 좋아서인지 부드럽게 대련이 이어졌다. 대련을 구경하다가 칸돔베 행진이 시작되려 하는 것을 보고 얼른 그쪽으로 갔다.

 

[5] 칸돔베: 핸드폰을 갖고 나갔으면 그 군중의 행렬과 무게감, 분위기를 담을 수 있었겠지만, 오히려 사진이나 동영상 찍을 걱정 없이 북소리에 빠져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수십 개의 북이 같은 리듬에 맞춰 느려지고 빨라지며 도시를 뒤흔드는 행진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걸 따라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 공기의 진동에 의해 흔들린 주차된 차들은 앵앵 경보음을 울렸고, 2, 3층에 사는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행진을 내려다보았다. 어린이건 어른이건 남자건 여자건 차별 없이, 동등하게 행렬의 일원이 되어, (브라질의 과한 열정 대신) 무표정의 절제된 춤을 추며 종종걸음으로 행진하는 건, 이건 정말 특별하다. 중국 시닝과 우루무치의 공원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는 것과 같이, 이 곳 사람들에게 북치기(칸돔베)는 삶의 일부인 것이다. (에미와 구스만 둘 다 북을 친다.)

 

수도인데도 텅텅 비어있는 거리. 대마초 냄새. 착착착 달라붙는 북소리와 둥둥 거리는 북소리.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어진다.

 

이집트 풍의 피자집
질 좋은 낙서
질좋은 낙서
한산한 거리
광장과 네모난 건물
한산한 보행자 거리
화가
쓰레기통과 참새
분수대
바닷가의 보행자 거리
가게들이 거의 다 닫혀 있었다. 열려있는 빵집과 슈퍼에서 식량을 많이 샀다.
스머프가 그려진 예쁜 간판
골동품
거리의 사진전
어젯밤 파티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