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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불가리아

불가리아 헬프엑스: 해먹 마크라메와 포도 수확 (여행 81-82일째)

2016년 10월 7일 금요일

불가리아 롬치 - 라즈그라드. 

맑음. 낮에는 따뜻함.


[등장인물] 

트레이시: 영국 출신 50대 여성. 헬프엑스(helpx) 호스트. 

폴: 영국 출신 50대 남성. 트레이시의 남편.


1. 전문기술을 찾았다. 마크라메(macrame, 매듭 공예).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든다. 무겁지도 않고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어렸을 적 두려워 하던 분야에다가, 해먹도 만들 수 있고,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 오기전 기테에게 받은 실뭉치(yarn)까지 있으니 모든 것이 딱딱 들어 맞는다. 이 여기서 지내는 동안 배우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했는데, 마크라메해먹을 만들고 싶다고 하니까, 트레이시와 창고를 뒤지더니 노끈(twine) 뭉치를 하나 찾아 준다. 내일은 하루 종일 노끈을 가지고 놀아야 겠군! 생각만 해도 좋다.


2. 오전에는 풀베기를 하며 몸을 덥히고, 수동 기계로 옥수수 낱알을 털며 시간을 보냈다. 낮 12시쯤에는 다같이 차를 타고 라즈그라드(Razgrad)로 나들이를 간다. 영국에서 가져온 자동차라서 운전석 위치가 달라 왼쪽 방향을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트레이시가 운전하는 폴을 보조해 준다. 길이 너무 좋다. 인적도 드물고 날씨는 좋고 지나다니는 차도 많이 없다.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길이다. 먼저 대형 건축자재점(hardware store)에 가서 타일을 본다. 러시아에서도 그렇고, 자기 집을 직접 짓고, 수리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슈퍼마켓처럼 커다란 건축자재점이 자주 보인다. 트레이시와 폴이 타일을 고르는 동안, 나는 내 관심사인 해먹매트리스를 살펴보다가 굵고 얇은 각종 밧줄을 보니, 왠지 해먹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게 바깥쪽에는 텐트와 돗자리도 있는데 가격이 매우 싸고 가볍다. 두 개 합쳐서 15000원이만 살 수 있다. 가게 이름이 티맥스(TeMAX)라고 하는데... 기억해 둬야겠다.


그 다음에는 재래시장에서 각종 야채를 산다. 밭에다 심을 애기 양파도 사고, 먹을 채소도 산다. 장터에 햇볕이 들어와 색색의 채소들을 알록달록 예쁘게 비춘다. 야채를 산 후에는 카우플란드(Kaufland)라는 슈퍼마켓에 가서 고기, 가공식품, 군것질 거리 등을 산다.


3. 폴과 트레이시에게는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면 술술 답이 나온다. 나무 물통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얘기, 무화과(fig) 나무에 열매가 맺으려면 좀벌(fig wasp)이 필요하다는 얘기, 로스팅(roasting)과 베이킹(baking)의 차이가 무엇인지 등. 여기 있으면 정말 많이 배울 것 같다. 첫 인상과는 달리 점점 더 좋아지는 곳이다.


4. 저녁으로는 전형적인 영국 식사라는 닭고기군감자(roast potato), 그레이비(gravy) 소스, 당근을 먹었다. 해먹 프로젝트 얘기를 하고, 인터넷으로 해먹 캠핑하는 사람들 글을 읽어본다. 섭씨 0도 정도는 따뜻하고 캠핑하기 좋다는 글들을 보니 의욕과 자신감이 생긴다(이땐 따뜻한 옷과 침낭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했다).


아침 햇살을 받는 고양이.


아침엔 트레이시가 만든 그레놀라를 커피에 타 먹는다.


큰낫으로 풀베기.


검은 고양이 섀도우.


아기 고양이 키티.



라즈그라드로 나왔다.


라즈그라드의 재래시장.


각종 야채를 싼 값에 팔고 있다.





고양이가 잡아온 조그만 쥐.




고양이의 장난이 생쥐에겐 재앙이다.


영국식이라는 저녁식사.


마크라메 책을 빌렸다.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비오고 흐림


5. 자세히 안써도 오늘 오전에 고양이 해먹 만들고, 오후에 이웃집에 가서 몇시간 동안 포도 따고, 집에 돌아와 사람 해먹 만든 것은 두고두고 닳을때 까지 기억날 것 같다. 이웃집의 일리야 할아버지, 페퍼 아줌마, 아저씨, 그리고 폴과 트레이시의 이웃 사랑. 포도 따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고(고개를 들고 키가 닿을락 말락한 곳에서 계속 손을 뻗고 있어야 함), 한 가정집 마당에서 수십 박스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대부분은 라끼아(rakia, 불가리아 독주)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안 그러면 다 썩어서 버려야 하겠지...


6. 내일은 다른 도시로 가는 버스도, 묵을 곳도 없다. 아직은 해먹도 없다. 어떤 일이 생길지 지켜보다. 나야 돈도 있고, 결국에는 돌아갈 한국의 집이 있지만, 난민들은 어떨까.



노끈으로 고양이 해먹부터 만들어보기 시작.


생각보다 쉽고 중독성 있다.



목공작업을 하는 폴과 사람 해먹을 만들기 시작한 나.




완성한 고양이 해먹은 이렇다. 하지만 고양이 들이 절대 올라가려고 하지 않음.


해먹을 만들다가 이웃집에 포도를 따러 왔다.


딴 포도 중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