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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우유공장, 아두아나, 버스 (여행 297-298일째) 2017년 5월 11일 [1] 아침에는 클리포드 듀익(Clifford Dueck)을 만나 우유 공장을 했다. 하루에 몇십 만 리터를 가공한다더라? 초코우유, 흰우유, 딸기우유 등 다양한 우유를 생산하는데 멸균 우유여서 유통기한이 6개월 정도 된다고 한다. 끊임없이 포장되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도는 우유를 보니 찰리와 초콜렛 공장이 떠오른다. 창고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우유가 쌓여 있었는데, 이 재고가 2주일이면 순환된단다. 공장 견학이 끝난 후에는 무료 제공된 요거트를 먹으며 메노나이트 협동조합에 관한 비디오를 봤다. 내가 수많은 비건 영상을 보며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유제품 및 육류 생산'이 이곳에서는 수천 명의 생활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채식과 비건 운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파라과이 로마 플라타: 메노나이트 마을 (여행 295-296일째) 2017년 5월 9일 흐림 아순시온(Asunción) → 로마 플라타(Loma Plata) [1] 밤새 비가 쏟아졌다. 대화 소리가 안 들릴만큼 시끄러운 빗소리를 들으며, 싸게 산 포멜로를 까먹고 싸구려 맥주를 마셨다. 생각했던 것 만큼 행복하지는 않았다. 이런 걸로 만족하는 법을 알았다면 한국에서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겠지. 맥주에도 안주에도 행복을 주는 힘은 없다. 이런 욕망들이 채워지면 오히려 무언가를 더 채워넣고 싶어진다. 만화책을 보고 싶어진다. 만화책을 보다가 성인 광고가 뜨자 거기에 눈이 간다. 아, 영원한 윤회란 이런걸 말하는가. 결국 배 터지게 먹고 딸딸이를 치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건 기쁨의 시간이 아닌 절망과 패배감의 시간이었다. 돈이 없을 때, 돈을 쓸 일이 ..
파라과이 아순시온: 한인교회, 4시장, 공동묘지 (여행 293-294일째) 2017년 5월 7일 일요일. Isla Francia Hostel, Asunción. 몇 주 정도 머무르며 사람들 만나고, 스페인어 공부하고, 책 읽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다. 물가도 싸고, 이번에 알게 된 한인교회 사람들도 친절하다. 정말 사람이 달라지는구나. 한국인들을 제발로 찾아가 만나고, 고기도 오징어도 주는대로 받아먹고, 오전 오후 두 번이나 교회에 가다니. 일요일 아침 호스텔 조식. 크레페와 빵에 둘세데레체를 발라 먹고 컵케이크, 바나나, 오렌지를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바늘과 실을 빌렸다. 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안뜰에 앉아 엉덩이가 터진 사각팬티와 주머니가 터진 험멜 자켓을 꿰맨다. 전날 조사해 둔 한인교회를 찾아간다. 텅 빈 거리와 밝은 햇살. 예배 시작 후 도착해서 건물 ..
부에노스아이레스 - 아순시온 버스 이동 (여행 291-292일째) 2017년 5월 5일 금요일 아침으로 야채를 듬뿍 넣은 라면을 끓여 먹었다. 중국인 가게에서 산 머핀도 먹었다. 어젯밤부터 왕창 먹어서인지, 아니면 곧 장거리 버스를 탄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똥을 세 번이나 쌌다. 설상가상, 일회용 케찹을 이빨로 뜯다가 껍질 조각을 삼켜버렸다. 그 뾰족뾰족한 조각이 뱃속을 휘젓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럽고 찝찝했다. 토해내려고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고 헛구역질을 하며 난리를 치다가 결국 포기했다. 똥으로 나오겠지. 아침부터 학교에 다녀온 베로니카와 같이 집을 나와 길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꼬옥 껴안고 작별했다. 베로니카 덕분에 돈도 안쓰고 편하게 잘 지내다 간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동쪽을 향해 걷는다. 첫날 지나왔던 길을 되감기하는 것 같다. 온세, 콩그레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