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키요사키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어렸을 때 아빠의 책장에서 이 책을 본 기억이 난다. 아빠는 이 책이 마음에 드셨는지 카세트 테이프로 된 오디오 북도 사 두셨다. 나는 한번도 그 책을 펴 보거나 들어 보지 않았지만, 눈에 쏙 들어오는 제목 때문인지 아직까지 아빠가 그 책을 좋아했다는게 기억에 남아 있다.
몇 개월 전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갔을 때, 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항상 돈이나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했고, 돈이 없이 사는 사람들을 존경했고, 부자들을 은근히 경멸해왔기 때문에 속으로 '쓸데없는 책을 추천한다'고 생각했다. 뭐하러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소비를 줄이면 평균 미만의 소득으로도 충분히 넉넉하게 살 수 있는데. 하지만 그 책을 추천한 친구가 좋은 친구였기 때문인지 책 이름은 머릿속에 남았다.
그리고 얼마전 내가 존경하는 한 헝가리 친구로부터 유투브 채널을 몇 개 추천 받았다. 그 중 'Improvement Pill(향상 알약)'이라는 자기계발에 관한 비디오 채널에서 'The 6 Best Self Help Books (최고의 자기계발서 6권, 바로가기)'이라는 영상을 봤는데, 추천 책 목록 중에 'Rich Dad Poor Dad(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렇게 계속해서 신호가 오면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그동안 가져왔던 편견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도서관에서도 책을 찾을 수 있었지만 오래된 베스트셀러여서 그런지 책이 너덜너덜했다. 영문판 전자책을 다운받아 출퇴근 길에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에 완전히 빠져서 메모까지 해가며 읽게 되었다.
1. 돈에 대한 철학
제목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이기 때문에 나는 책이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가르친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돈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썼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내 생각은 완전히 선입견이었다. 저자는 돈이 당나귀 앞에 매달린 당근처럼 단지 환상일 뿐이고, 그 환상은 우리의 욕심과 공포에 의해 지탱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돈의 허상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니! 나는 로버트 키요사키가 좋아졌고, 열정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돈을 극도로 피하는 것은 돈에 집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적이라는 말에는 뜨끔했다. 정말로 돈이 두렵지 않다면 (돈의 허구성을 안다면) 돈을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텐데, 나는 병적으로 돈을 주고, 받고, 벌고, 쓰는 것을 싫어한다. 돈에 관계된 것은 모두 더럽다고 생각한다. 이런 병적인 혐오는 어떻게 보면 애착과 연결이 된다. 정말로 건강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돈을 감정적으로 대하기 보다는 무심히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견금여석(見金如石),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말과 통한다. 황금 보기를 똥같이 하라고 하지 않고, 돌같이 하라고 했다. 길 위의 돌멩이는 집착의 대상도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그렇게 무관심하게 돈을 대하는 것이야 말로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의 시작점인 것이다.
2. 생존경쟁(rat race)과 자유
Wealth is a person's ability to survive so many number of days forward... or if I stopped working today, how long could I survive? - Buckminster Fuller
부(富)란 어떤 사람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해서, 내가 오늘 직장을 때려 친다면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벅민스터 풀러
아침 출근길에 급행 열차에 탄 사람들 얼굴을 보면 모두 죽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차가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들으며 눈을 감고 서 있다. 웃고 있는 사람도 없고, 대화하는 사람도 없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없다. 사람이 너무 많아 몸을 움직일 공간도 없는데, 누군가가 밀치고 들어올 때는 신경질적인 불평 소리가 터져 나온다. 죽은 영혼을 가득 태운 지옥행 열차 풍경이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사람들에게 이 지옥행 열차에 몸을 싣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생존'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삶을 '쳇바퀴 경주(rat race)'라고 한다. 아무리 달려고 제자리. 달리면 달릴 수록 힘은 빠지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힘껏 달려서 노력을 쏟아서 소득을 늘리면 웬걸, 그만큼 지출이 늘어난다. 결국 제자리다. 이 책은 이 다람쥐 쳇바퀴를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3. 공포와 욕망
If you don't first handle fear and desire, and you get rich, you'll only be a high-paid slave.
만약 먼저 공포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부자가 된다면, 당신은 그저 돈을 많이 받는 노예가 되는 것이다.
직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혹은 직장을 못 구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 당장 밥먹고 월세 낼 돈이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필사적으로 직업을 붙들고 싶어 한다. 물론 그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고 보람을 주는 일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많은 경우 '돈없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떤 직업이라도 붙들도록 많은 사람들의 심리를 몰아 붙인다. 하지만 직업은 단기적인 방안일 뿐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리고 일단 소득이 생겨 최소한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되면 우리의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사람마다 욕망의 대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뻔하고 쓸데없는 것들이다. 신발, 옷, 맛있는 음식, 새 노트북, 새 핸드폰, 새 조리기구, 새 가전제품, 새 장난감,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보내는 휴가, 특별한 경험, 특별한 장소, 자동차... 목록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탈칵! 탈칵! 쥐가 쥐덫에 잡히는 소리다. 그리고 쳇바퀴는 계속 돌아간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공포와 욕망을 다스리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재미있게도 이 두 가지를 확실히 마스터 한다면 돈을 많이 번다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일이 된다. 밥을 몇 끼 굶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고 싶어하는 욕망도 없다면? 그럼 적은 돈으로도 오랫동안 문제없이 살 수 있게 된다. 즉 이미 부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돈을 무심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 실사판 아이언맨 소리를 들으며 전기차와 우주개발 등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는 억만장자 엘론 머스크(Elon Musk). 이 남자는 창업하기 전 하루에 1달러만 쓰면서 사는 실험을 해봤고 한달에 30달러로 사는 것에 별 문제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창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꽤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세상의 원리는 이렇다. 예쁜 파랑새는 악착같이 그 새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사람에게서는 뾰로롱 날아서 도망가 버린다. 반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살며시 날아가 발치에 앉아서 자신의 노랫소리를 들려준다.
4. 부자아빠 되기
사실 공포와 욕망을 다스리면 부자 아빠이건 가난한 아빠이건 별 상관이 없지만, 저자는 친절하게도 부자 아빠가 되는 법에 대한 설명을 계속한다.
핵심은 부채(liability) 대신 자산(asset)을 늘리는 것이다. 부채는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는 것, 자산은 주머니에 돈을 넣어 주는 것이다. 할부금으로 산 자동차나 주택담보 대출은 대표적인 부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꼬박꼬박 통장에서 돈을 빼간다.
그럼 자산은 뭘까? 저자는 한참 동안 뜸을 들이면서 자산에 대한 강조를 수 차례 반복한다. 그리고 나서야 구체적으로 무엇이 자산인지, 어떻게 자산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자산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알아서 돌아가는) 내 존재가 필요 없는 사업. 주식. 채권. 펀드. 수익이 들어오는 부동산. 차용증서. 음악, 글,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서 오는 수익. 그리고 이같은 자산들을 얻기 위해서는 월급을 타서 쓸데없는 것들에 돈을 소비하는 대신 자산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계발과 용기 또한 중요하다. 공부는 가장 중요한 투자다. 각종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에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투자 대비 효용이 가장 높은 것이 바로 교육이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직업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택해야지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택해서는 안된다. 안정적인 직업은 바보같은 소리다. 그리고 남에게 고용되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하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조금씩이나마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을 권한다. 확실히 사업가다운 마인드다.
또한 부끄러움이 많았던 자신이 순전히 영업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제록스에 입사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영업과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한다. 사람들이 영업직을 꺼리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저자도 그랬고 독자인 나도 그랬듯이) 무언가를 판매하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불법이지만) 전철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 가정집을 방문하며 물건을 판매하는 것, 길에서 모금을 하는 것, 전화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 이런 것들이 두려운 이유는 거절당하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 = 배짱 = 근성 = 대담함 = 집요함 = 끈기(Guts, Chutzpah, Balls, Audacity, Bravado, Cunning, Daring, Tenacity, Brilliance)의 중요성을 말한다.
Often in the real world, it's not the smart that get ahead but the bold.
실제 세상에서는 종종 똑똑한 놈들이 아닌 대담한 놈들이 앞서 나간다.
5. 인상적인 구절
책의 초반부터 작가에게 마음을 뺏기고 읽어서인지 마음에 드는 구절이 많았다. 그중에 몇 개만 남겨 둔다.
Just like a board game, the world is always providing us with instant feedback. We could learn a lot if we tuned in more.
세상은 마치 보드게임처럼 항상 우리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준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인다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Life is much like going to the gym. The most painful part is deciding to go. Once you get past that, it's easy.
인생은 헬스클럽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가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일단 가면 그때부터는 쉽다.
There is gold everywhere. Most people are not trained to see it. (A gold miner in Peru)
황금은 어느 곳에나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볼 수 없을 뿐이죠. (페루의 어떤 광부)
Remember, the easy road often becomes hard, and the hard road often becomes easy.
기억하라. 평탄한 길은 종종 험해지고, 험한 길은 종종 평탄해진다.
If you want something, you first need to give.
무엇을 원한다면, 먼저 그것을 주라.
Whenever you feel short or in need of something, give what you want first and it will come back in buckets. That is true for money, a smile, love, friendship.
무언가가 모자라거나 필요할 때, 그것을 먼저 주라.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이것은 돈에 대해서든, 미소든, 사랑이든, 우정이든 통하는 진리이다.
God does not need to receive, but humans need to give.
신은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바칠 필요가 있다.
The game of buying and selling is fun. Keep that in mind. It's fun and only a game. Make offers. Someone might say "yes."
사고팔기 게임은 재미있다. 명심하라. 이건 재밌지만 단지 게임일 뿐이다. 제시하라. 누군가는 승낙할 것이다.
Money is only an idea. If you want more money simply change your thinking.
돈이란 그저 관념일 뿐이다. 만약 돈을 원한다면 그저 사고방식을 바꾸라.
Action always beats inaction.
행동은 언제나 무행동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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