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승태 - 고기로 태어나서

Chick sexing (source: Wiki Commons)

서명: 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저자: 한승태

[1] 내용

  • 케이지: 조그만 닭장에 세네마리씩 구겨 들어가 찌그러지고 밟히고 깃털은 다 빠지고 검붉은색으로 피부가 붓고 서로 쪼아대는 닭들.
  • 자유: 똥오줌이 떨어지는 계분 벨트로 올라가 사람들이 버린 것으로 치고 포기한 닭.
  • 병아리 감별: 수평아리는 갈색 마대 자루에 붓고 발로 꾹꾹 눌러 채움. 자루에서는 삐약거리는 소리가 나고 악취와 갈색 액체가 흘러 나옴. 예전에는 할머니들이 가져가서 학교 앞에서 팔았는데 요즘엔 그런 것 것 없음. 발효기에 닭똥과 병아리를 같이 넣고 회오리 칼날을 돌림. 컨베이어 벨트에서 뛰어내려 돌아다니다가 바퀴나 사람에 깔려 죽음. 병아리를 생명으로 여기면 작업 속도를 못 따라감. 수평아리를 담은 바구니를 10단으로 쌓는데 바구니 사이에 끼어 눈이나 내장이 튀어나온 병아리들. 바구니 격자에 엉겨붙은 병아리. 병아리 감별 학원에서는 핀셋 같은 걸로 똥구멍을 몇 번 씩 까 뒤집음. 2-3일이면 다 죽음.
  • 캄보디아 국제결혼: 만식 아저씨의 아내. 한국어 시험 불합격으로 비자 못 받음. 중매업체에 1400만원 주고, 신고하고, 인터뷰하는 절차에서 공무원 뇌물 찔러줌.
  • 죽은 병아리(닭) 골라내기: "쩔뚝이는 죽여버려. 어차피 다 냉동실에 넣어야 하니까." 병아리 다리를 잡고 바닥에 패대기침. 
  • 닭값: 농장에 떨어지는 건 마리당 3000원. 도계비, 운송비, 가공비, 포장비, 유통비로 추가로 5000원 소요됨. 닭값이 7-8000원 해야 맞음. 친환경 닭은 마리당 50원 더 쳐줌. 11만 마리 키워서 2000만원 순이익. 사료비, 병아리값, 약값이 거의 3억. 2000평 규모 농장 세우는데 비용 30억.
  • 병아리(닭) '도태' 작업: 머리를 두 바퀴 돌리니 병아리 목이 찢겨 나감. 목이 덜렁거리는데도 병아리는 1-2분 동안 날개짓. 못난이를 잡아 죽이라는 압박(사료값). 내장이 항문 밖으로 나온 병아리. 상품가치가 없는 닭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구석에 몰고 한 마리씩 목을 부러뜨림. 수백 마리를 죽였는데도 아무 감정이 없었음.

 

  • 스톨 안의 돼지: 철봉 씹거나 빈 사료통 들이박음. 뒤로 돌거나 움직이지 못함.
  • 파파라치: 돼지 농장에서 사진찍다가 걸림. 바로 해고당함.
  • 아기 돼지(자돈) '도태' 작업: 다리를 잡아서 들어 올려 바닥에 패대기친 후 배수로에 빠뜨림. 바로 죽지는 않고 입과 코로 피를 쏟아내고 발버둥 치다가 서서히 죽음. 모성애가 강한 팀장(몰티즈 기름)이 아무렇지 않게 아기 돼지를 죽임. 사료값 만큼 살이 찌지 않는 녀석들. 
  • 농장장: 용접할 때 35만원씩 받음. 잠수 용접은 60만원. 5.18 때 쇠파이프랑 화염병 숨겨서 보내고 기차로 광주에 가려다가 붙잡힘. 수배당할 때는 명동성당이나 절에 숨어 지냄. 소록도 운동회. 자수하고 교도소 갔다가 나오면서 트럭에 실려 삼청교육대 끌려감. 4개월. 두들겨 패고 밥을 안줌. 끌려온 여자들 목욕하는 것 보면서 딸딸이 치라고 명령.
  • 수술: 아기 돼지 목을 잡고 입을 강제로 벌려 니퍼로 이빨 절단. "베이고 이런 거 신경쓰지 마. 그리 안 함 일 못해!" 수컷은 살을 11자로 자른 다음 고환을 뜯어냄.
  • 돼지 구타: PVC 호스로 돼지 눈을 찌름. 막대기로 내리침. 발로 걷어 참. "일 똑소리 나게 하네. 승태야 너도 저렇게 좀 해봐."
  • 인간 구타: 일 끝나고 쉬는데 사장이 똥통에 들어가서 부품 주워오라고 시킴. 안한다고 하다가 욕설이 오고가고 사장한테 맞고 쫓겨남. 소개비 떼고 식비 떼고 입금해줌.
  • 이씨 아저씨: 두부를 사 오면 냉동실에 넣고 얼림. 스펀지 처럼 구멍이 뚤리고 쫄깃쫄깃해짐. 똥 치우다 와서 씻지 않고 바로 요리. "똥 가루가 좀 들어가야 구수하니 맛이 나지." 중국에서는 죽은 닭 몰래 갖다 파는 경우가 있음. 걸리면 총살. 죄수들 태우고 시내 한 바퀴 돈 다음 산에 꿇어앉혀 놓고 헬멧 쓰고 마스크 낀 군인이 머리 뒤에 대고 쏨. 군인 셋이 죄수 하나 처리. 죽으면 가방에 담아 트럭에 싣고 가서 화장. 가족에게 총알값, 화장비 청구. 쥐고기. 
  • 전기충격기: "돼지들이 말만 잘 들으면 나도 저런거 안 쓰지." 온화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 좋은 사람은 동물을 아끼고 악한 사람은 동물을 학대한다. 좋은 사람이 동물을 학대하는 건 동물이 물건이라는 믿음 때문에 가능.
  • 바퀴벌레: 사료통 뒤에 빼곡하게 숨은 것 화염 방사기로 사냥. 불길을 피해 사방으로 도망감. 불길에 닿으면 터지고 근처로만 가도 오그라듬. 
  • 돼지값: 120kg짜리가 50만원. 한 마리 팔면 사장한테 8-10만원 남음. 모돈은 크기가 두 세 배지만 25만원. 질겨서 고기로 못 먹음. 소시지 만드는데 씀. 
  • 병든 돼지(환돈): 앞 다리에 배구공만한 혹. 배에 혹. 목에 혹. 눈병(흰자가 없음). 도축할 때 문제있는 부위는 잘라내고 계산. 뇌에 이상이 생긴 돼지. 살기 위해 '초돈적'으로 처절하게 애쓰는 돼지. 누워 있는 상태에서 꿈틀꿈틀 사료통과 수도를 오감. 

(출처: 한국농정신문)

 

  • 개농장 룰: 사람을 한 번이라도 문 개는 도태. 개를 미워하지도 말고 정도 주지 말고 일감으로만 생각.
  • : 파리. 시큼한 냄새. 음식 쓰레기 속의 공깃밥 뚜껑, 병뚜껑, 그릇, 빨대, 숫가락. 비닐봉지는 하나하나 찢어서 내용물만 쏟아냄. 발효해서 개밥으로 사용. 닭발이나 소시지는 공장에서 공짜로 받아옴. 짬은 수거해주고 돈도 받음. 더울 때는 구더기가 생기지만 그래도 먹임. 생선 가게는 안 좋음(개가 생선을 안 먹음). 반찬 가게도 염분이 높아서 안 좋음. 짠 거 많이 먹으면 설사. 개들이 가장 많이 죽는 이유가 장염. 예식장에서는 한 번에 열 일곱 통도 나옴. 학교가 양도 많고 질도 좋음. 짬 받아 달라는 곳은 넘쳐나지만 처리하는게 어려움(폭탄 돌리기). 
  • 짬 수거비: 리터당 160원. 학교 같은 데는 100-120원. 강남은 짬밥 질이 좋음. 요리 재료도 좋고 짬 양도 많음. 식당마다 월 정액으로 작은 곳은 7-8만원, 큰 곳은 13만원, 평균 10만원. 짬통이 꽉 차면 3만 6800원인데 학교는 매일 한 통 반씩 나옴. 한 달이면 100만원이 넘음.
  • 개밥그릇: 부탄가스 통 세로로 자름. 녹슬어 있고 남은 짬밥이 변색되어 있음. 개들이 밥그릇에 똥을 싸 놓음. 설사한 것은 뒤집어 엎어도 닦이지 않아서 그 위에 그대로 짬밥을 줌.
  • 개싸움: 싸우다 죽이는 경우도 있음. 죽으면 서로 잡아먹음.
  • 봉휘 아저씨: 음악, 낚시, 껀투, 장기 좋아함. 피리 잘 붐. 틈날 때마다 요리책 학습. 벽돌 쌓기, 미장, 용접, 전선 다 잘함. 아들은 병이 있었는데 고치지 못해 사망. 돈 벌어서 다 집으로 보냄(아내 고혈압과 당뇨). 어렸을 때 쑨링이라는 의사가 피리 부는 것을 보고 따라함. 도레미파솔라시도가 골에 밸 정도로 학습하라는 얘기를 듣고 연습. 
  • 자유2: 케이지 문이 어쩌다 열려도 밖으로 빠져나오는 개는 별로 없음.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 두렵다는 듯 뒤로 물러나 있음.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것보다 자신만의 영역에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 개값: 한 근에 5000원. 50근(30kg)이 평균 근수. 한 마리에 25만원 정도. 사료를 먹이는 닭이나 돼지와 달리 짬을 먹이기 때문에 값이 1년 내내 꾸준함.
  • 사장: 연신내에서 100평짜리 횟집하다가 재건축 들어가면서 주인이 보증금만 받고 나가라고 함. 이미 권리금과 시설 투자에 몇 억 들여서 못 나간다고 주인이 소송 검. 보증금까지 뺏기고 더 보상해 주라는 판결. 가게에 불지르고 같이 죽으려다가 성공해서 떵떵거리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시작한게 개농장.
  • 백구: 케이지에서 안 나오려고 발악. 나와서도 공황 상태에 빠졌다가 점점 발랄해짐. 땅 파헤치고 풀과 나무 냄새를 맡고 벌레를 쫓아다님. 케이지 안에서는 짬밥을 잘 먹었지만 밖에 나온 후로는 맑은 액체만 조금 핥아 먹고 맘. 그러면서도 활동력은 좋아짐. 사람도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마구 먹지만 안정을 찾으면 식욕을 절제. 백구도 감각이 살아나자 짬밥이 얼마나 열등한 것인지 깨달음.
  • 적의: 싫어하는 개가 생김. 고기를 던져줘도 쳐다도 안보고 짖는 '초견적'인 수준의 의지. 양돈장 직원에게 각목으로 머리를 얻어 맞고 인간에 대한 적대심. 개 짖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막대기로 케이지를 후려치기 시작함. 
  • 김 실장: "태국, 베트남, 동남아 국민성이 그래. 일단 쉬고 일은 천천히 한다고. 거긴 기후가 그렇거든. 엄청 덥고 습하니까 한국 사람들 일하듯 할 수가 없는 거야." 2년 동안 하루도 쉰 적 없음.
  • 도살: 철제 사다리에 줄을 넘기고 개의 목을 매달음. 개가 세차게 몸을 흔들다가 허공에 1자로 서서 소리를 멈춤. 눈을 부릅뜨고 사다리를 물며 피를 흘림. 움직임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 몸을 움찔거리고 늘어짐. 똥을 싸고 완전히 멈춤. 개를 내려 토치로 얼굴부터 태움. 불로 그슬려서 이를 잡으면서 확인 사살. 까맣게 태운 후 철 수세미로 닦음. 배를 눌러 똥 빼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머리 분리. 귀 코 잘라내고 혀 뽑고 다리손질. 내장 손질. 입 속의 짬밥 제거. "너 이게 잔인하다 더럽다 그런 선입견을 버려야 돼. 음식이라고 생각을 해야지. 돈 벌려면 어쩔 수 없잖아?" 철근으로 개의 머리를 찌르니 개가 막대기가 물고 감전사함. 옆에 있던 개도 마찬가지.
  • 개장수: "개장수보다 더 천한 놈이 누군 줄 알아? 돈 없는 놈! 돈이 없어봐. 마누라도 짐 싸 도망가고 애들도 아부지 취급 안해. 벤츠타고 나가봐. 내가 개를 키우건 말건 사람들이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굽신굽신하지. 내가 걱정인건 앞으로 개고기 흐름이 어떻게 될까야. 젊은 사람들 개 안 먹잖아? 환경 단체에서 지랄하면 그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2] 

  • 심란하다. 개장수 사장은 돈을 벌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개를 해체하는 사람이 되었다. 저자도 글을 쓰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닭의 목을 비트는 사람이 되어야 했을까? 저자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자기 자신이 망가져 가는 과정을 너무도 솔직하게 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끔찍한 체험을 나 대신 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무엇 때문에 그래야 했는지 묻고 싶다.
  • 머릿말에 언급하듯이 작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고 이 책은 채식을 권하는 책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어정쩡하게 동물 복지 농장과 개고기 규제를 제안하는 모양으로 마무리된다. 종차별주의(specisism). 맺음말에는 "개는 오직 맛, 미각의 쾌락을 위해 죽인다"라는 주장을 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를 "닭"이나 "돼지"로 바꿔도 여전히 맞는 말이다. 저자가 먹는다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은 맛을 위해 먹는 것이지 절대 부족한 영양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개고기에 선을 긋고 개라도 구제하자는 것은 위선적이다. "공평하게 잔인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게 윤리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원한다면 얼마든 채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채식을 선택한 것 같지는 않다. 저자의 솔직한 심정이 알고 싶다. 채식이라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인지, 코르네이 섬의 붉은 돌담에서 개 외의 다른 짐승들과 물고기들은 보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 현재 직장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병아리의 목을 꺾거나 아기 돼지를 바닥에 후려 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재밌게 잘 읽었다. 새로 알게된 사실도 많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미심쩍은 찌라시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생생한 경험이 기록이기 때문에 훨씬 신뢰가 갔다. 외국의 양계장, 양돈장, 도살장에서 촬영된 동영상들이 너무 잔인해서 내심 한국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 아우슈비츠의 독일 병사들과 축산업 노동자들이 계속 겹쳐졌다. 책에 묘사된 노동자들은 각각의 사연을 가진 흥미롭고 인간적인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아무렇지 않게 병아리를 밟아 죽이고 돼지의 머리통을 쇠파이프로 내리친다. 나치 독일의 포로수용소에서 유대인을 가스실에 집어 넣던 병사도 집에 가면 다정한 아빠이자 남편이었을 것이다.
  • 재밌는 묘사를 많이 한다. 정말 웃긴 것도 있었고 과하다 싶은 것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저자의 솔직함이 좋았다.
  • 저자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진지한 관심 때문에 동물 뿐만 아니라 축산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인(조선족)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