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atus Descartes, nobil. Gall. Perroni Dom. summus mathem. et philos. (Source: British Museum)
정신지도를 위한 규칙들
르네 데카르트 | 이현복 옮김
1규칙: 정신에 나타나는 모든 것에 대해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리도록 정신을 지도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이다.
- 모든 학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따로 분리해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함구하는 것이 쉬움.
2규칙: 정신이 확실하고 의심할 수 없는 인식을 족히 얻어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만을 다루어야 한다.
- 배워야 할 것이 극히 적음. 똑똑한 사람들이 학문에서 같은 견해를 갖는 경우가 거의 없음.
- 개연적(蓋然的, 그럴 법한) 의견(probabiles opiniones)들로부터 완전한 지식(perfectam scientiam)에 도달할 수 없음.
- 산술과 기하학만이 불확실성의 그늘에서 벗어나 있음. 이만큼의 확실성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니면 공연히 씨름할 필요 없음.
- 경험은 불확실함.
3규칙: 우리가 다루려는 대상에 관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이나 우리 자신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명석하고 명증적으로 직관되는 것이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연역되는 것만을 고찰해야 한다. 오직 이런 방식으로만 지식은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옛 사람들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커다란 혜택이지만,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음. 작가들은 교묘한 논증으로 자신의 견해로 이끄는 경향이 있음.
-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분명치 않음. 증명을 읽어도 그걸 풀고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소용없음.
- 판단에 추측이 섞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
- 오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물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관이나 연역이 필요함.
- 직관: 순수하고 집중된 정신의 단순하고 판명한 파악. 우리가 현존하는 것, 사유하는 것, 삼각형이 세 변으로 이루어진 것 등.
- 연역: 하나가 확실한 다른 하나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됨.
- 직관과 연역 외에는 의혹이 있고 오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포기해야 함.
4규칙: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하다.
- 옛 철학자들이 수학을 모르는 자는 지혜를 탐구할 수 없다고 말한데에는 이유가 있음. 이 학문이야말로 가장 단순하고, 정신을 다듬는데 필수적임.
- 순서나 척도에 의해 연구되는 것은 모두 수학에 속함.
- 사물의 인식을 추구할때의 순서: 가장 단순하고 쉬운 것에서 시작하고, 여기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기 전에는 다른 것으로 넘어가지 않음.
5규칙: 모든 방법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우리가 정신의 눈을 돌려야 하는 대상들의 순서와 배열에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복잡하고 모호한 명제들을 단계적으로 보다 더 단순한 명제로 환원시킨 다음, 가장 단순한 것에 대한 직관에서부터 동일한 단계로 다른 것에 대한 인식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이 규칙을 정확히 지키게 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규칙을 모르거나 어김. 그것은 사다리 없이 건물 꼭대기로 뛰어 올라가려는 것과 같음.
6규칙: 가장 단순한 것을 복잡한 것에서 구별하고, 순서적으로 따라가기 위해서는 사물의 각 계열에 있어, 즉 여기에서 우리가 어떤 한 진리를 다른 한 진리에서 연역한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단순하고, 또 다른 것들이 이것에서 얼마나 더, 덜, 혹은 같은 정도로 멀어져 있는지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 모든 것은 특정한 계열로 배치될 수 있음.
- 어떤 어려움이 나타났을 때, 어떤 것을 우선 고찰할지, 어떤 순서로 고찰할지.
- 절대적인 것(absolutas): 독립적, 원인인 것, 순수, 단순, 보편적, 하나, 동등함, 유사함, 단순한 것, 가장 쉬운것.
- 상대적인 것(respectivas): 의존적, 결과인 것, 개별적, 합성된 것, 동등하지 않음. 상호종속적인(subordinatos) 관계를 더 많이 가질수록 절대적인 것과 떨어져 있음.
-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을 구별하고, 상호 결합 및 자연적인 순서를 관찰.
- 가장 절대적인 것(maxime absolutum): 경험 자체에 의해, 우리 안에 있는 어떤 빛에 의해 가장 먼저, 그 자체적으로 직관되는 순수하고 단순한 본성. 이것의 수는 극히 적지만, 주의깊게 고찰되어야 함.
- 3 6 □: 직접 고찰 directe (3/6 = 6/x)
- 3 □ 12: 첫번째 방식에 따라 간접적으로 고찰 indirecte primo modo (3/x = x/12)
- 3 □ □ 24: indirecte secundo modo (3/x = x/y = y/24)
- 3 □ □ □ 48: 복잡해 보이지만 첫번째 방식과 동일 (3/x = x/y = y/z = z/48 대신 3/y = y/48 을 먼저 계산)
7규칙: 지식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계획에 속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어디에서도 단절되지 않는 사유 운동에 의해 그 전체 및 각각을 면밀히 검사해야 하고, 충분하고 순서잡힌 열거로 그것을 파악해야 한다.
- 중간에 있는 결론들의 연결을 정확히 훑어보지 않고 빠뜨리면 연결은 무너지고 추론도 불확실해짐.
- 열거(enumerationem) 혹은 귀납.
8규칙: 찾고자 하는 사물의 계열에 있어서 우리 오성이 충분하게 직관할 수 없는 것이 나타나면,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하고, 다음 것을 고찰해서는 안 되며, 공연한 수고를 덜어야 한다.
- 어느 곳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노력에도 자신이 찾는 지식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은 지성의 탓이 아니라 어려움 자체의 본성이나 인간의 조건이 발견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됨.
- 이것은 사물 자체의 본성에 대한 앎 못지 않음.
9규칙: 정신은 아주 하찮고 가장 단순한 것으로 완전히 시선을 돌리고, 진리를 판명하고 명확하게 직관하는데 익숙해질 때까지 그것에 머물러야 한다.
- 정신의 직관은 눈과 비슷하게 사용.
- 한번의 눈길로 많은 대상을 한번에 보려고 하면 아무것도 판명하게 보지 못함. 한번의 사유로 많은 것에 주의하면 혼란하게 됨.
- 시선을 집중해 작고 정교한 것을 완벽하게 식별하듯이, 여러 대상에 사유를 분산하지 않고 단순하고 쉬운 대상에 전념하면 명찰(明察, 사물을 똑똑히 살핌)에 이름.
10규칙: 지성이 명민해지기 위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발견한 것을 고찰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이때 우리는 아주 하찮은 인간의 기예들도 두루 살펴야 하는데 특히 순서를 드러내고 상정하고 있는 것을 살펴 보아야 한다.
- 아주 하찮은 인간의 기예들: 직물, 주단(紬緞, 명주와 비단 따위), 자수(刺繡), 숫자놀이
- 순서를 드러내고 상정하고 있는 것: 열거
11규칙: 우리가 몇몇 단순 명제들을 직관적으로 통찰한 다음, 이것들로부터 어떤 것을 도출하려고 할 때 유익한 것은, 이 명제들을 지속적이고 단절되지 않은 사유 운동으로 두루 살피고, 이것들 간의 상호관계를 반성해 보며, 가능한 한 동시에 많은 명제를 판명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인식은 더욱 확실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정신의 역량 또한 상당히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정신의 직관: ① 명제가 명석 판명하게 인식되어야 함. ② 전체가 한번에, 비연속적으로 인식되어야 함.
- 연역: 전체가 한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서 다른 것을 끌어내는 운동. but 이미 연역이 행해진 것으로 고찰하면 '운동의 끝'을 지시함.
- 단순하고 분명한 연역 = 직관.
- 복잡하고 뒤얽힌 연역 ≠ 직관.
- 복잡하고 뒤얽힌 연역 → 열거, 귀납(확실성이 어느정도 기억에 의존함).
- 추론들의 확실성은 기억에 의존. 기억은 변덕스럽고 약함.
-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유 운동으로 강화할 수 있음. 전체를 기억의 도움 없이 한번에 직관한다고 여겨질 때까지 전체를 반복적으로 훑어봄.
12규칙: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성, 상상력, 감각 및 기억이 제공하는 모든 도움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우선 단순 명제들을 판명하게 직관하기 위함이고, 다음에는 찾고 있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이것을 이미 알려진 것과 올바로 바교하기 위함이며, 끝으로 서로 비교되어야 할 것을 발견하기 위함이며, 그러므로 인간의 역량이 미치는 그 어떤 것도 빠트리지 말아야 한다.
인식주체(정신): 인식하는 우리 자신. ① 오성만이 진리를 지각하지만 ② 상상력 ③ 감각 ④ 기억의 도움을 받아야 함.
인식대상(사물): 인식되는 사물 자체. ① 자발적으로 드러나는 것. ② 하나가 다른 하나에서 인식되는 방식. ③ 무엇이 어떤 것에서 연역되는가 하는 점.
인식주체에 대한 가설①: 신체의 부분인 한에서 모든 외적 감각은 엄밀하게 보면 단지 수동적으로 감각함. 밀랍이 인장으로부터 형태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음. 감각하는 신체의 외적 형태도 대상에 따라 실제로 변함. 눈, 코, 귀, 혀 모두 빛, 소리, 향기, 맛으로부터 새로운 형태를 받아들임. 색깔은 어떤 형태의 본성(도형의 상이성과 같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음. 형태의 무한한 다양성은 감각적인 사물들 간의 모든 차이성을 보여줌.
인식주체에 대한 가설②: 외적 감각이 대상에 의해 자극되어 받아들인 형태는 신체의 다른 한부분(공통감각sensus communis)으로 전달되는데 동시적으로, 어떤 실재물이 지나감 없이 이루어짐. 글씨를 쓸 때 펜의 반대쪽 끝이 움직이는 것과 같음.
인식주체에 대한 가설③: 공통감각은 인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물체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외적감각을 통해 들어온 형태(figuras)나 관념(ideas)을 밀랍에서처럼 상상 혹은 상상력에 새김. 이 상상은 진정한 신체의 일부이며, 그 부분들은 상이한 형태를 받아들이고, 습관적으로 한동안 보존(기억)함.
인식주체에 대한 가설④: 운동기능 혹은 신경 자체는 상상이 자리잡고 있는 뇌에 근원을 두고 있음. 상상이 뇌 안에 있는 다양한 운동들의 원인임. 상상이 운동에 대한 상을 갖고 있는게 아니라, 이런 운동을 야기하는 것, 이로부터 그런 운동이 나오게 되는 것만을 갖고 있을 뿐임. 생명체의 운동에 인식이 아니라 순전히 물질적인 상상만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이런 운동이 일어날 수 있음. 이성의 조력 없이 행해지는 우리의 모든 활동들이 이렇게 생길 수 있음.
인식주체에 대한 가설⑤: 사물을 인식하는 힘은 순전히 정신적인 것(pure spiritualem)이고, 이것은 신체와 전적으로 다른 것임. 이 힘이 공통감각에서 유래하는 형태를 상상을 통해 받아들이든, 기억 속에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향하든, 새로운 것을 형성하든, 그 힘은 단일한 것(unicamque)임. 인식력(vis congnoscens)은 어떤 때는 수동적(aptitur)으로 밀랍처럼 작용하고, 어떤 때는 능동적(agit)으로 인장처럼 작용함. 인식력은 상이한 기능에 따라 순수오성(인식력이 홀로 활동할 때. 이해한다intelligere), 상상력(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상상력으로 향할 때. 상상한다imaginari, 표상한다concipere), 기억(상이한 형태를 갖고 있는 상상력으로만 향할 때. 기억한다), 감각(상상력을 통해 공통감각으로 향할 때. 본다, 만진다)으로 명명함. 인식력이 상상력 안에 새로운 관념을 형성하거나 이미 형성된 관념에 종사할 때 지성(ingenium)이라 함.
오성이 '물질적인 것을 포함하지 않는 어떤 것'을 고찰할 경우에는 '상상력, 기억, 감각'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음. 오히려 방해를 받지 않도록 감각을 멀리하고 판명한 인상을 상상력에서 박탈해야 함. 오성이 물체와 관련된 것을 고찰할 때에는 물체의 관념이 판명하게 상상력 안에 형성되어야 함. 이를 적절하게 행하기 위해서는 그 관념이 표상하는 것 자체가 외적 감각에 나타나야 함. 사물이 많이 있다고 해서 오성이 개별적 사물을 판명하게 직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님. 많은 것에서 하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당장 주의를 요하지 않는 것은 모두 사물의 관념에서 제거되어야 함. 외적 감각에 현시되어야 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 축약된 형태이며, 이것이 기억의 오류를 방지해 준다면 간략할수록 더 적절함.
①②③④⑤
(Source: University of Virgi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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