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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톰슨 - 하비비(Habibi)


서명: 하비비(Habibi, حبيبي)

저자: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

역자: 박중서


책 소개

도서관에서 스티븐 킹 소설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두꺼운 만화책.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가 앉은 자리에서 절반을 읽고, 집에 가져와서 끝까지 읽었다. 이런 물건이 아무 말 없이 도서관에 숨어 있었다니. 정말 말문이 막히는 책이다. 아름다운 작품이다.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작은 이야기들, 신화, 전설, 종교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즉 아동, 여성, 인종, 성소수자, 종교, 환경, 식수, 차별, 폭력, 쓰레기, 오염, 노예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섬세한 그림과 아름다운 문양들 속에 담겨있다. 한 컷 한 컷이 인상적이다.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한 사람이 이런 걸 만들어 냈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작가가 존경스럽다.

(Source: www.habibibook.com)

이야기 줄거리

어린 나이에 중년 남자에게 팔려 시집간 도돌라는 그곳에서 필경사인 남편에게 글을 배운다. 어느 날 강도떼의 습격을 받아 남편은 살해당하고 도돌라는 노예로 끌려간다. 노예상인이 죽이려던 부모없는 아이 를 자기 동생이라며 받아들인 도돌라는, 그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사막에 버려진 배에서 생활하게 된다. 

도돌라는 9년 동안 코란(혹은 성서)의 옛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잠을 키운다. 3살 아이였던 잠은 12살이 되고, 도돌라에게 성적인 호기심(영화 "블루 라군[The Blue Lagoon, 1980]"에서 처럼)을 느끼기 시작한다. 한편 도돌라는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에게서 식량을 얻어오곤 했다. 도돌라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몰래 도돌라를 따라간 잠은 도돌라가 겁탈당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도돌라가 몸을 팔아서 얻은 식량을 먹는 것에 역겨움을 느낀 잠은 스스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막을 헤매다 뱀의 도움으로 물을 찾고, 그것을 마을에 갖다 팔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막의 요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술탄에 의해 도돌라는 납치당한다. 홀로 남은 잠은 마을에서 막일로 연명하다가 거세한 남자들의 공동체에 들어간다. 술탄의 궁전에서 총애와 경멸을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과 죄책감 속에서 방황하던 도돌라는, 몇 번의 위기를 넘기지만 결국 술탄의 변덕에 의해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된다. 한편 잠은 자신의 성욕에서 도돌라를 겁탈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거세를 단행한다. 거세로 인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 들여지지만, 마을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공동체의 구걸 수익은 줄어들고, 잠은 공동체를 위해 몸을 팔기로 결심한다. 

몸을 팔러 나온 잠은 납치되어 술탄의 궁전에 팔려가고, 여기서 성실한 내시로 신임을 받으며 생활하던 중, 우연히 도돌라를 발견한다. 그리고 도돌라가 처형되는 날 도돌라를 데리고 하수도를 통해 탈출하고, 빈민가에 사는 노아라는 어부에게 구조된다. 여기서 도돌라는 죽음의 위기를 맞지만 잠의 간호로 소생된다. 선한 본성을 가졌지만 지독하게 가혹한 현실 때문에 절망에 빠진 노아의 재기를 도운 두 사람은 사막의 배를 찾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지내던 사막은 넝마주이들이 처절한 삶을 이어가는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다시 도시로 돌아온 두 사람은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건물에서 지내며 돈을 벌고 서로 간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도돌라가 잠의 거세를 알게 되자, 잠은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절망감에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절망감을 이기고 죽음에서 돌아온 잠은 도돌라와 함께 사막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두 사람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보트를 사려고 하지만, 노예 소녀를 발견하고 보트 대신 소녀를 선택한다.

(Source: www.habibibook.com)

인상적인 장면

  • 거북이 등에 새겨진 마방진. 주역에 나오는 하도낙서(河圖洛書)가 이슬람 전설에도 등장.
  • 첫 번째 사각형에 들어가는 철자는 바로 바(ب)야. 바는 곧 비스밀라야. "코란"의 첫 번째 단어지. "코란"에는 예언자가 받은 계시가 나타난 순서대로 모여있지 않아. 각 수라[章]의 대략적인 길이 순이지. 긴 것부터 짧은 것 순서로. 처음 계시된 수라는 그 책 96번째에 있어 (9 더하기 6은 15이니까.) "코란"의 수라는 (9번째를 제외하면) 모두 비스밀라(Bismillāh, بِاسم الله‎, "In the name of God")로 시작돼.
  • 비스밀라히라흐마니라힘(bi-smi llāhi r-raḥmāni r-raḥīm بِسْمِ اللهِ الرَّحْمٰنِ الرَّحِيْمِ "In the name of God, the Most Gracious, the Most Merciful"): 이 이름은 하느님이시니 자비롭고 자애로운 분이시니라.
  • 히아신스: 흑인의 역할에 관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두 잘 아실텐데. 흑인이 우리 왕실을 되찾을 혁명의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그리하여 당신과 다른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우리의 분노를 벗어나지 못하기 전까지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아가씨들.
  • 신비주의 전통에서 이르길, 빛과 어둠으로 이루어진 7만 개의 베일이 우리와 창조주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이가 우는 까닭은, 알라로부터 갈라졌다는 사실을 영혼이 알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다가 우는 까닭은, 일찍이 잃어버린 것을 영혼이 다시금 기억하기 때문이다.
  • 예언자께서 이르시길, <낙원은 어머니의 발아래 놓여 있느니라.>
  • 모래와 바람으로 만들어진 여자야. 남자의 물건을 빨대처럼 이용해서 생명력을 빨아들이더군. 또 어깨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서, 마법의 부라크로 변신해서 하늘의 일곱 층을 뚫고 올라가더군. 마치 솔로몬처럼, 그 여자는 의 군대를 이끌었지.
  • 언제라도 겁이 날 때면 그 부적을 기억해. 이건 부두라고 해. 성스러운 네 귀퉁이의 철자를 딴 거지. 이건 모두 짝수이고, 너를 보호해 줄 거야. 동산의 네 귀퉁이에도 네 명의 대천사가 버티고 지켜 서 있어. 대천사들은 기본적인 방향과 네 개의 자연 원소를 계속해서 감시하지. (아즈라엘-흙, 라파엘-공기, 미카엘-불, 가브리엘-물) 이들은 외부의 위협을 감시했지만, 진짜 위협이 그 안에 존재한다는 건 모르고 있었어. (어느 날 밤, 그녀가 잠자고 있는 사이, 그녀의 아들 아벨은 부적을 훔쳐서 그 힘을 남용하고 말았다. "으악! 뱀이다!")
  • 하지만 인간은 동산의 먹을 것들을 다 해치워 버렸어. 모든 과일은 물론 채소와 잎사귀와 뿌리까지도. 급기야 동물에게까지 손을 뻗쳐서, 그 살을 게걸스럽게 먹었지. 그들은 나무를 베어서 집을 지었고 집을 더 짓기 위해 공간을 확보했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고 말았어.
  • 결혼 생활을 할 때, 나는 간단한 교환을 통해서 양식을 제공받았다. 상대방이 내게서 뭔가를 가져가면, 나는 그 공허감을 음식으로 채워서 가라앉혔다.
  • 황야에서 불어온 돌풍으로 그의 집 네 귀퉁이가 무너지는 바람에 그의 아이들이 모조리 깔려 죽고 말았어. 욥의 몸에도 질병이 찾아왔지. 그의 피부는 부스럼 때문에 물집이 잡혀서 그릇 파편으로 긁어서 터뜨리곤 했어.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욥은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되찾았지. 건강과 부와 가족까지도. 그리고 그가 마실 시원한 물이 흘러나왔어.
  •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 난리였지만, 수원이 고갈되어서 이제는 나눌 만큼 충분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세계가 그 마지막 숨을 내쉬게 될 때가 되면, 대중은 파멸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뭔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내 몸은 여전히 그들에게 상품가치가 있을 것이었다. 이곳은 남자들의 세계이니까. 
  • 잠이 실제로 이해하는 것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어쩌면 미신적으로 이해하는 것. 그건 바로 말의 힘이었다. "코란"에 이르길, <만약 지상의 모든 나무로 펜을 만들고, 바다로 잉크를 만들어 일콥 바다를 거기 더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말씀은 다하지 아니하리라.>(31:27)
  • 미카엘은 잠잠의 샘에서 물을 길어 왔고, 가브리엘은 예언자의 심장을 세 번 씻었으니, 오류와 의심과 악행의 모든 흔적을 씻어 낸 것이다. 그러자 예언자의 가슴에는 지혜와 믿음이 가득 들어찼으며, 그의 양 어깨 사이에는 예언자 됨의 인(印)이 새겨지며 상처가 아물었다. 
  • 여기서는 매일같이 잔치가 이어지지! 너의 앙상한 뼈 위에 우리가 촉촉한 살을 조금 덧붙일 거다. 디저트로는 훌륭한 식물인 양귀비의 선물을 즐길 수 있지. 먹어도 되고, 피워도 되고. 이 선물 덕분에 몇 년의 시간도 겨우 며칠로 느끼는 거야. 순전한 기쁨 속에서. 
  • 첫 번째 하늘에서 예언자는 그 후손들에 에워싸여 있는 아담을 만났다. 아담은 오른쪽을 바라보며 잔나(천국)에 있는 선한 사람들의 대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왼쪽을 바라보며 자한남(지옥)에 있는 불쌍한 다수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자한남을 바라보던 예언자는 마치 집채만 한 배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했다. 비만하여 뱃가죽이 늘어난 나머지 투명해져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뱀들이 다 보였다. 가브리엘은 이것이 바로 탐욕에 대한 지옥의 처벌이라고 말했다.
  • 천상 여행 중에 예언자는 극심한 갈증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는 번쩍이는 그릇을 들고 무릎을 꿇은 두 명의 천사에게 다가갔다. 하나는 포도주 그릇. 하나는 우유 그릇. 그는 우유를 골랐다. 그리고 칭찬을 받았다. 너는 피트라, 즉 자연적 소질을 골랐다. 만약 네가 포도주를 골랐다면 네 추종자들은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 나 역시 다른 사람이 내 몸에 손대는 게 싫어. 내가 이런 생활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래서였지. 그건 나 자신을 하느님께 전적으로 드리기 위해서 한 일이야. 나는 변태가 아니야. 나는 금욕주의자고, 내가 속한 공동체는 수도회야. 네 나이쯤 됐을 때, 나는 수술을 통해서 내 육체를 단순화하고 정결화했지. 불필요한 것, 즉 육욕을 도려내 버린거야. 한때 내 다리 사이에 덜렁거렸던 그 죄 많은 살덩어리를 떼어 내고 보니 얼마나 자유롭던지!

Bahuchara Mata (Source: flickr)

  • 우리의 수호 여신은 바후차라 마타(Bahuchara Mata)야. 그녀는 사막에서 도적 떼를 만나게 되었지. 하지만 도적 떼는 그녀의 돈보다 오히려 그녀의 몸을 더 원했어. 그러자 그녀는 강간을 면하기 위해서 자기 양쪽 가슴을 칼로 도려내더니 정절을 지키는 대신 주는 거라며 그걸 도적 떼에게 내밀었지. 그녀는 결국 사막에서 피를 흘리다 죽었어. 순교자였지. 이후 그녀는 금욕과 발기 불능과 자해의 상징이 되었지.
  • 우리가 만들 음식들은 돌마(dolmas), 타불레(tabbouleh), 팔라펠(falafel), 피데(pide), 마나키시(manakish), 타히니(tahini), 바바 가누시(baba ghanoush).
  • 모세는 다섯 명의 가장 위대한 예언자 중 한 명이었지만, 그는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하느님이 그에게 지도자가 되라고 명령하시자, 모세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오, 주님. 저는 말이 유창하지 못합니다. 워낙 말과 혀가 느립니다. 어떤 전설에 따르면, 아기 모세가 훗날 파라오의 통치를 전복시킬 것임을 파라오의 마법사들이 일찌감치 예감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반짝이는 금덩어리와 이글거리는 숯 덩어리를 섞어 놓은 접시를 가져다 놓고 아기를 시험했다. 아기 모세는 당연히 금덩어리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천사 가브리엘은 아기의 손을 밀어서 숯 덩어리를 잡게 했다. 그러자 아기는 본능적으로 숯 덩어리를 입에 넣었고, 결국 혀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고 말았다.
  • 지혜를 찾던 모세는 두 바다가 합쳐지는 곳에서 성스러운 안내자 알키드르(초록색 사람)를 만났다. "내가 지혜를 보여 주겠다만, 반드시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야만 한다." 두 사람은 배를 타고 여행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알키드르가 까뀌로 배에 구멍을 냈다. 또한 두 사람이 육지를 지나고 있을 때 한 소년이 나타났고, 알키드르른 갑자기 그 소년을 죽여 버렸다. 두 사람은 어느 마을에 들렀는데, 그곳에서는 이들을 반기지 않았다. 마을 외곽에 이르자, 알키드르는 무너진 벽을 고치기 시작했다. "내가 그 배를 망가뜨린 것은 왕이 전쟁을 위해 그 배를 징발하지 못하게 하려 했던 것이다. 내가 그 아이를 죽인 것은 그 아이가 자라서 부모에게 파멸의 원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벽을 다시 쌓은 것은 두 고아의상속 재산인 보물을 묻어서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 <하(ه)>는 사방이 사각형으로 에워싸인 유일한 철자이다. 한가운데, 마방진의 눈, 눈물.
  • 하루에 다섯 번씩, 모든 것을 세 번씩 씻는다고. 예배를 드리기 전에 몸을 씻지. 자네가 예배를 드린다면 그건 깨끗하다는 거야. 정말 더러운 세상이지, 젊은 친구. 하지만 선한 태도를 계속 유지해야만 해. 
  • 그때 잠의 두 눈 안에서 그게 보였다. 베일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것은, 어른 남자의 가면을 쓴 아이의 눈이었다.
  • 기니 벌레(메디나충) 때문에 저래. 기생충이지. 먹는 물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데, 몸 안에서 무려 90센티미터까지 자라난다고.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년쯤 시간이 걸리지. 벌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준비가 됐을 때에는 저렇게 흉측한 종양처럼 나타나는 거고.
  • <하(ه)>는 중심점을 이룬다. 아래로 뾰족한 삼각형의 한가운데에는 ط자(자궁)가 들어간다. 위로 뾰족한 삼각형의 한가운데에는 ا자(뱀)가 들어간다. 두 개의 삼각형은 모래시계와 유사한 형태를 이룬다. 서로의 꼭짓점으로 균형을 잡으며 불안하게 흔들린다.

델리의 넝마주이 (출처: Scoopwhoop)

넝마주이 소년 (출처: The Dark Room)

  • 넝미주이들과 쓰레기장 거주자들. 이들의 움막이 마치 찔레나무에 달린 거미줄처럼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먹을 것과 재활용품을 찾아 돌아다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 솔로몬 왕의 힘을 제어할 수 있는 반지를 끼고 있었어.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국들을 통치했고, 사람과 짐승과 영을 다스렸으며, 그 모두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어. 어느 날 저녁, 궁전에 있던 솔로몬은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 모아 자기 손님들을 위한 합창곡을 공연하게 했어. 모두가 참석했는데 후투티만 오지 않았지. 후투티가 지각하자 솔로몬은 부리를 지져 버리겠다고 위협했지. 하지만 새는 이렇게 항변했어. "저는 아직 당신의 통치에 굴복하지 않은 장소를 찾아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바빴을 뿐입니다. 저는 시바를 발견했습니다. 그 나라는 금과 이국적인 향신료가 풍부하고 물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서, 관개 농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높이 20미터의 댐도 있습니다. 여자가 주도하는 이 왕국은 1천 년이 넘도록 처녀 여왕이 통치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여왕 빌키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현명하고 아름답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들은 한 분이신 진정한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해와 달, 그리고 이슈타르 여신을 비롯한 여러 신을 숭배합니다." 그리하여 솔로몬은 빌키스를 자기 신앙으로 개종시키려는 의도를 품고 그녀를 자기 궁전으로 초대했어. 그는 편지를 써, 자기 인장 반지로 봉인을 한 다음, 그걸 후투티의 발에 묶어서 여왕에게 전달했어. 
  •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익명으로 남고 싶었다. 누군가와 대화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척이나 편안하고 만족스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딘가 불편한 기분도 들었다. 
  • 솔로몬은 결혼해 달라고 빌키스에게 간청했다. 하지만 시바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그녀는 청혼을 거절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금과 보석, 귀중한 향신료 같은 선물을 남겼다. 그해에 솔로몬의 부는 금 666달란트에 달했다. 하지만 그것도 솔로몬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결국 그는 일부다처제에 관심을 돌렸다. 7백 명의 아내와 3백 명의 후궁을 둔 것이다.
  • 어느날 아침에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역시 어린애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의 육욕과 좌절의 노예라는 것을. 자칫 폭력으로 넘쳐흐를 수 있는 에너지가 끓고 있긴 하지만, 내가 부드럽게 다루기만 하면, 쉽게 상처입었고 쉽게 겁을 먹는 연약한 존재였다.
  • 지금까지의 역사 동안 수많은 예언자들이 있었다. 하디스에는 모두 12만 4천 명이라고 나와 있다. 무함마드의 계보는 이스마엘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예수의 계보는 이삭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 아브라함이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우상을 만드는 조각가였다. 그래서 꼬마 아브라함은 한밤중에 아버지의 작업실에 들어가서, 일신교의 토대를 만들었다. 돌에 새긴 그 형상들은 그저 허상일 뿐이었다.
  • 살기로 선택했어. 하지만 돌아오는 차편을 놓치고 말았어. 결국 걸어왔어. 사막에서의 그 여덟 시간이야말로 사십 일 동안의 낮과 밤이었지.
  • 마방진에서는 글자가 숫자의 순서대로 배열되지 않는다. 각각의 사각형은 점을 하나씩 품고 있는데 그 점들을 낮은 숫자에서 높은 숫자로 연결하면 완벽한 회전 대칭이 나타난다.
  • 사각형은 완전하다. 하지만 폐처럼 숨을 쉰다. 들이쉬고 내쉬고. 네 군데 뾰족한 별은 수축되어 내면 성찰이 된다. 이 십자가 형태는 희생을 상징한다. 여덟 군데 뾰족하게 달린 별은 팽창한다. 이것을 자비로우신 분의 숨이라고 부르며, 알라께서 우리의 육체에 영혼을 숨으로 불어 넣으신 순간을 상징한다. 사각형이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면, 더 많은 사각형이 만들어진다.
  • 마방진의 맨 마지막 글자가 뻗어 나가 맨 처음 글자와 연결되면 사랑을 뜻하는 허브라는 단어가 만들어진다. 하비브(حبيب‎)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것에 <나의>라는 소유격과 연결시키면 하비비(حبيبي)가 된다. 하비비는 마치 강처럼 이어진다. 하는 파도이다. 숨을 내쉬는 물이다. 소유격 나의는 얕은 곳으로 잠긴다. 숨을 들이쉬는 것이다. 자아는 소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사랑을 끌어당긴다. 물이 부딪쳐 깨어지는 물가가 바로 그곳이다.
  • 수피 성자 라비아 알아다위야(Rabi'a Al-Adawiyya)는 횃불과 물 한 동이를 달고 다닌다고 묘사된다. 횃불은 낙원을 불태우려고 든 것이고, 물은 지옥에 끼얹으려고 든 것이다. 그렇게 양쪽의 베일을 없애야만 사람들이 진정한 예배를 드릴 테니까. 보답을 바라고 드리는 예배도 아니고, 처벌이 겁나 드리는 예배도 아닌, حب에서만 비롯된 예배를.

(Source: www.habibibook.com)

라비드 이븐 라비아의 황금 송시

그러니 시인이여, 과거에
맺어짐이 좌절되었던 사람을
열망하는 일은 그만두어라.
여자에게 최고의 애인이란
그녀와 단호하게도 인연을
끊어 버리는 사람일지니라.


루미의 시 비스밀라

너의 습관은 천천히 걷는 것이다.
너는 여러 해 동안 인색했다.
이런 무게를 가지고, 너는 어떻게 겸손할 수 있겠는가?
이런 집착을 가지고, 너는 어떻게 어딘가에 도달하리라 기대하는가?

비밀을 배우려면 공중처럼 넓도록 하라.
지금 당장의 너는 똑같은 비율로 섞인 흙과
물, 그리고 진득한 진흙일 뿐이다.

아브라함은 해와 달과 별이 모두 어떻게 지는지를 배웠다.
그는 말했다. 더 이상 나는 하느님에게 동반자를 드리려 애쓰지 않을 것이다.

너는 무척이나 연약하다. 은총에 굴복하라.
바다는 각각의 파도를 돌보나니,
파도가 바닷가에 닿을 때까지 그리한다.
네가 아는 것 이상의 도움이 네게는 필요하다.
너는 난간조차 없는 비계(飛階) 위에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비스밀라, 곧 하느님의 이름으로를 말할 때에는,
마치 사제가 동물을 제물로 바치며 칼을 다루듯 말하라.

비스밀라, 너의 옛 자아가
너의 진정한 이름을 찾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