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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카사블랑카 - 리우: 가브리엘, 라이너스, 신대륙 (여행 205일째)

모로코 항공에서 무료 제공한 호텔

2017년 2월 8일 수요일

모로코 카사블랑카(Casablanca) 릴렉스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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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이너스: 호텔 조식을 잔뜩 먹고, 시간에 맞춰 셔틀을 탔다. 공항에서 내리자 어린 백인 남자가 "어제 저녁에 식당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걸고 싶었다"며 다가왔다. 라이너스(Linus)라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독일 친구인데, 출국 심사를 하고 브라질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너스로부터 히치하이킹(프랑스에서 6개월간 프랑스어 배운 후 히치하이킹, 스페인에서는 언어 때문에 실패 - 7시간 동안 기다린 적도 있다고), 컨테이닝(덤스터 다이빙, dumpster diving, 버려진 음식을 모아 끼니를 해결하는 것), 카누 여행(스웨덴에서 카누를 빌려 11일 동안 떠돌아다님) 등 흥미로운 모험 얘기를 들었다. 특히 카누 여행은 완전히 새로웠다. 라이너스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여행의 기간과 가방의 사이즈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는 여행을 시작한지 200일이 넘었지만 라이너스는 이제 막 새로 여행을 시작하는 참이었다. 그리고 라이너스는 "1000 DAYS OF SPRING"이라는, 표지에 히치하이킹을 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는 책을 읽고 있었다. 남미에서 시간이 맞으면 같이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가브리엘은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기타를 꺼내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설픈 솜씨지만 듣기 나쁠 정도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비행기에서는 "CAPTAIN FANTASTIC"이라는 영화를 봤다. 숲 속에 사는 가족이 누리는 거칠고 자유롭고 자급자족적인 삶. 항상 꿈꿔왔던 삶이지만 그런 방식도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영화는 말한다. 9시간 20분의 비행이 끝나고 리우에 도착했다. (라이너스는 비행기에 남아 상파울루까지 간다고 했다.)

[2] 가브리엘: 어제 같이 저녁을 먹으며 리우에서 차를 태워주기로 약속한 가브리엘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공항에 마중 나온 가브리엘의 아빠를 만났는데, 차를 끌고 오는 대신 대중교통으로 왔다고 했다. 그래서 차를 얻어 타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같이 버스를 타기로 했다. 브라질 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환전을 해야 했는데, 공항의 환률이 무척 안 좋았다. 고민하다가 ATM에서 160헤알(60754원, 1헤알=379.7원)을 인출했다. 나중에 씨티은행 카드로 씨티은행에서 620헤알(231780원, 1헤알=373.8원)을 인출했을 때와 수수료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다. 내가 환전 수수료를 아끼겠다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가브리엘과 가브리엘의 아빠는 차분하게 기다려 주었다.

같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아프리카 사람을 만났는데(주소가 적힌 종이 쪽지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만 했음), 끝까지 이 아프리카 사람을 열심히 챙겨주는 모습에서 가브리엘 부자의 선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나에게 브라질에서 파벨라(빈민촌) 근처에는 절대 가지 말 것, 길에서 핸드폰을 꺼내지 말 것, 밤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지 말 것, 강도를 만나면 순순히 모든 것을 내어줄 것 등 브라질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 주었다. (혹은 겁을 주었다.)

브라질 리우(Rio de Janeiro) 이지고잉 호스텔

[3] 이지고잉 호스텔: 두 사람 덕분에 버스에서 내려 호스텔로 가는 밤길이 불안했지만, 어린아이나 가족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살짝 마음이 놓였다. 호스텔 위치를 찾기가 어려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맞으며 조금 헤매다가, 가정집처럼 생긴 호스텔 입구를 찾아서 입성했다.

호스텔 카운터에 있던 사람이 반갑게 맞아준다. 러시아의 무뚝뚝한 무관심도 아니고, 자본주의의 깍듯한 친절함도 아니다. 오랜만에 단골 술집을 찾아온 손님을 맞는 듯한 느긋한 친근함이다. 가브리엘이 "브라질 사람들은 '칠(chill)'하다"고 한 말과, 라이너스가 "남미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온 학생들이 미국, 동남아, 호주로 다녀온 학생들보다 '칠'하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호스텔 체크인부터 그게 느껴진다. 호스텔 이름처럼 이지고잉이다. 방을 보지도 않고 2박을 결정했다.

남반구로 오면서 계절이 바뀌는 바람에 날씨가 확 더워졌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 먹다가, 혼자 여행중인 독일인 여자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볼리비아에서 여행을 하다가 브라질로 내려왔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비가 시원하고 거세게 쏟아졌다. 일기를 쓰고 도미토리의 3층 침대로 꼬물꼬물 기어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

호스텔 휴식공간. 밥 말리가 보인다.

호스텔 주방

호스텔 바의 칠판

호스텔 뒷뜰의 작은 정원

호스텔 남자화장실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