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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상파울루: 황열병 예방접종, 피드 푸드, 공동묘지 (여행 211일째)

2017년 2월 14일 화요일

브라질 상파울루(São Paulo) 미카엘네 집(R. Paim, 158).

[1] 카우치서핑: 집주인 미카엘은 손님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어서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좋았지만, 주인과 아무런 관계도 없으면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불편하기도 했다. 약간 어색하고 조용하게 따로따로 아침식사를 한 후, 어제 사다 둔 망고를 깎아서 나눠주고 나도 먹었다. 미카엘은 9시가 조금 넘어 출근했다. 그제서야 맘편히 먹을 것을 더 꺼내먹고, 샤워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2] 황열병 예방접종: 전철역에서 유빈이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장소가 지도에서는 가까워 보였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상당히 멀었다. 날씨가 덥고 긴장을 바짝해서 그런 것 같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유빈이가 나타났다. 오늘도 날 버려두지 않고 나와 준 것이 고마워서, 타우바테에서 에듀에게 받아온 카카오를 선물했다. 때마침 발렌타인 데이라 잘 들어 맞는다.

유빈이를 따라 병원으로 갔다. 나중에 볼리비아 비자를 받으려면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는데, 브라질에서는 황열병 예방접종이 무료란다. 어떤 건물인지 몰라 헤매다가 사람들이 바글대는 건물에 들어갔다. 대학 병원인데도 건물 내부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처럼 구질구질했다. 평일 오전인데도 사람들이 사방에 빽빽하게 서 있었다. 유빈이 말로는 공공 병원이라 병원비가 없어서 그런단다. 혼자 왔으면 절망하고 울면서 집에 돌아갔을 테지만 유빈이가 도와준 덕분에 황열병 주사 맞는 곳을 찾아 줄을 섰다. 대기표를 뽑는 대신 의자에 순서대로 앉아 있다가 사람이 빠질 때마다 한 칸씩 옮겨 앉는 시스템이다. 곧 있을 카니발 때문에(여행을 가니까) 예방접종을 맞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유빈이도 주사를 맞을 생각으로 왔는데, 상파울루에 거주하고 있고 여행 계획이 없기 때문에 주사를 맞지 못했다.

주사를 맞고 증명서까지 받았다. 한 번 맞으면 죽을 때까지 유효한 증명서란다. 누군가 말한대로 전혀 느낌도 없을 만큼 안 아팠다! 나중에 아플 수도 있다는데, 건강한 몸 상태로는 별 문제 없을 듯하다.

[3] Feed Food(R. Artur de Azevedo, 517 - Jardim Paulista): 유빈이가 자꾸 뭐 먹고 싶냐고 해서(자기도 무직이면서... 흑흑) "고기 빼고 암거나"라고 했더니, 자기가 자주 간다는 Feed Food 라는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비싼 곳이다. 유리 천장으로 된 온실에 검정색 벽과 바닥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나무를 몇 그루 심어 놓아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음료까지 합쳐서 2인분에 100헤알(약 3만원)이 넘는 비싼 음식이었지만 닭고기가 들어 있어서 그리 맛있게 먹지는 않았다. "화장실이 어디에요?"를 포르투갈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배웠다. 온지에오 바녜이루(onde é o banheiro)?

[4] 공동묘지(Cemitério do Araçá): 유빈이와 공동묘지에 갔다. 공동묘지에는 조그마한 건물, 들어가서 예배할 수 있는 작은 공간, 동상 등이 있었다. 가족 무덤에는 7-8명까지 묻힐 수 있는 것 같았다. 묘지는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한쪽 구역은 오래된 무덤들이 모여 있었는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공동묘지는 아름다웠지만 더워서 목이 바짝 마르고 입안이 텁텁했다.

[5] 파울리스타(Av. Paulista): 다시 걸어서 파울리스타 거리로 갔다. 어느 몰의 푸드코트에 들어가서 아사이 스무디를 얻어 먹었는데(둘이 합쳐 30헤알) 그야말로 천상의 달콤함과 북극의 시원함이었다. 두 잔이고 세 잔이고 네 잔이고 계속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빈이와 가족, 지수(친구), 여행 등에 대해 얘기했다. 그런데 마음이 차분하지 않고 어딘가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과장된 웃음과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루 종일 얻어 먹으면서 미안한 마음(빚)이 쌓이고, 의무감에 억지로 말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어색하거나 불편한 건 아닌데,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헤어질 때 쯤엔 집에서 가만히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공동묘지

순직한 경찰관들의 무덤인것 같다.

낡아 부서진 무덤도 보인다

브라질의 제철과일

꼬동형이 리우에서 레고로 만들었던 형이상학적 구조물과 똑같이 생긴 건물이 보인다.

옥상에서 음악을 틀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