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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상파울루: 미카엘, 과루자, 만디오까, 아름이네 별장 (여행 212일째)

2017년 2월 15일 수요일

브라질 상파울루(São Paulo) & 과루자(Guarujá)

[1] 미카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미카엘이 안 보여, 화장실에 있는줄 알고 조용히 거실에 앉아 있었는데, 현관문이 열리더니 밖에서 미카엘이 들어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영을 다녀온 것이었다. 어제 새벽 한시에 요리를 해먹고 잤다는데, 정말 부지런한 친구다. 가끔씩 혼잣말로 어이없다는 듯이 "와-앗(Whaaat)↑↑?"이라고 하는게 귀엽다. 

매주 수요일이 과일 가게에 과일이 들어오는 날이라서 가격이 싸다며 사러 간다길래 나도 따라갔다. 과일을 사고 좀 더 걸어서 일본인 구역(Liberdade)까지 갔다. 빨간색 동양풍 가로등으로 꾸며진 일본인 거리에는 일본어 간판을 달고 있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근처의 고가차도들은 어느 일본 영화에 한 번쯤 나왔을 법한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미카엘은 어느 동네에 어느 나라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지, 어떤 길(avenue)이 전에는 강이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현재 상파울루 시장이 보수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오고 가는 길에 다리 밑에서 사는 사람들이 보였다. 미카엘은 그런 텐트촌 사람들에게 존중심을 가지고 있었고, 상파울루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상파울루를 좋아했다. 하지만 상파울루보다 더 좋아하는 곳은 브라질에서 흑인(Afro-Brazilians)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인 살바도르(Salvador)라고 했다. 미카엘은 자신의 뿌리와 아프리카 문화에서 유래한 브라질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2] 과루자(Guarujá): 미카엘이 출근한 후,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가, 아름이의 연락을 받고 파울리스타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수영복 바지를 입고 나갔더니 훨씬 시원하다. 하지만 전체적은 패션은 정말 일부로 못 입은 것보다 못하다. 게다가 지저분하게 붕 뜬 머리까지! 같이 다니는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약속 장소에서 유빈이를 만나고 잠시 뒤 아름이가 차를 끌고 왔다.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며 그래피티를 구경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속도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브라질에 와 있는 느낌이 나는 멋진 밀림도 지났다.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을 하던 아름이가 오른손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는 손동작을 하며 "노싸(Nossa, 포르투갈어 감탄사)!"를 내뱉었다.

[3] 과루자 식당: 그렇게 한시간 정도 달려 과루자에 도착했다. 바깥은 아주 덥다! 언덕 위에 올라가 파도가 철썩이는 해변을 내려다 보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주차한 곳 주변에 남자 두 명이 있었는데, 아름이와 유빈이는 강도를 당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하는 눈치였다. 금방 언덕을 내려와 해변의 식당으로 갔다. 비싼 식당이다. 이거 자꾸 얻어먹기만 해서 너무 감사하다. 먹어보고 싶었던, 펭귄 그림이 그려진 남극 오리지날 맥주를 같이 마시고, 고구마 맛이 나는 30헤알짜리 뿌리채소(만디오까, mandioca) 튀김과, 88헤알짜리 거대한 세트요리를 시켰다. 부가세까지 거의 150헤알이 나왔다(약 45000원). 콩죽 페이조아다(feijoada)는 옛날에 노예들이 먹던 음식이 기원이라는데, 고기가 많이 들어 있었다. 인절미 가루같은 따삐오까(Tapioca, 만디오까로 만듦), 돼지고기, 버터 바른 양배추, 돼지 껍데기 튀김 등이 나왔다. 감사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과한 요리를 얻어 먹으니 즐겁기보다는 미안하다. 유빈이는 많이 먹지 않았고, 나도 고기류는 별로 손을 대지 않아서 음식이 참 많이 남았다. 남은 밥이랑 만디오까 튀김은 포장해 달라고 해서 싸왔다.

[4] 과루자 해변: 생각보다 깨끗한 바닷물 속에는 조그만 물고기들과 꼬물꼬물 움직이는 고동들이 보였다. 웃통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파도를 맞았다. 발바닥 밑으로는 모래의 특이한 감촉이 느껴졌다. 갑자기 큰 파도가 밀려와 모래밭에 벗어 놓은 티셔츠가 젖었다. 태양이 뜨거워 옷이 금방 마를 것 같았지만, 아직 덜 마른 상태에서 다시 차를 탔다.

[5] 아름이네 별장: 과루하에 있는 아름이네 별장에 갔다. 상파울루에 사는 사람들 중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바닷가에 별장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한다. 조그만 아파트인줄 알았는데 방이 4개에 커다란 거실과 발코니가 있는, 한번에 집구조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곳이다. 벙크베드도 있어서 20명은 거뜬히 묵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짜피 비워두는 공간인데 나 여기서 며칠 살다 가면 안돼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타월을 받아 샤워를 한 후, 발코니에 앉아 맥주와 감자칩을 먹으며 파도를 구경했다. 이렇게 좋을수가. 아름이와 유빈이는 포르투갈어로 무슨 얘기를 나누었다.

얼마간 쉬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 뜨거운 바위 위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얘기를 했다. 얼마전 에듀(Edu)에게 들었던 스페셜 티(아야와스카, Ayahuasca) 얘기를 아름이에게 다시 들었다. 바로 이 바위에서 아름이와 소피아와 다른 친구들이 약에 취했던 얘기도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정적이 흐르고 파도 소리만 들린다. 바위를 때리는 파도를 보며 앉아 순간의 영원 속에 머문다.

원색을 많이 쓰는 화려한 벽화

녹색인간 벽화

과루자 해변

만디오까 냠냠

아름이네 별장 아파트

이름모를 식물

파도 구경

Ellen and Ell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