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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상파울루: 줄루, 투카노, 블라블라카, 우바투바 (여행 214일째)

2017년 2월 17일 금요일

브라질 상파울루(São Paulo)

마르쿠스네 집 오후 5시 50분: 줄루(10살 먹은 검정 개)의 헐떡거리는 소리. 친구들이 비디오를 보며 낄낄거리는 소리. 냉장고에서 나는 기계음. 가족사진과 그림. 늦어가는 오후에도 여전히 강렬한 태양. 산책 후 끈적거리는 몸. 먼지로 더러워진 발바닥과 타일에서 느껴지는 미적지근한 냉기. 발과 허리의 피로. 펜을 쥐는 손가락에 오는 압력. 등의 간지러움. 샤워실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호수 산책길에 받은 인상들: 노란 부리를 가진 검정색 투카노(Tucano, 왕부리새). 회색빛의 쭉쭉 뻗은 나무 줄기들. 학교 담벼락의 낙서들. 아이에게 코카콜라라는 멍에(쇳덩이)를 지우고 있는 그림. 의무교육이 죄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그림. 미친듯이 짖어대는 온 동네의 개들. 담장 밑의 흙바닥을 파고 우리에게 덤벼들려 하는 크고 사나운 개들. 질질 침을 흘리는 늙은 줄루가 힘겹게 헥헥거리며 내뱉는 단발의 '컹!' 소리. 마르쿠스의 덩치 큰 동네 친구가 따준 산딸기. 녹색 이끼와 쓰레기도 뒤덮인 호수. 조그마한 빨간 잠자리. 산책길에서 승마를 하는 남녀.

마르쿠스네 집에서 식사: 아침으로 요거트 시리얼, 치즈 버터 빵, 수박을 먹고, 점심으로 생선 튀김, 샐러드, 야채밥, 쥬스를 먹음.

우바투바로 이동: 마르쿠스 가족의 초대를 받아 우바투바의 별장으로 가기로 하고, 아름이네서 묵기로 했던 것을 취소함. 그런데 차에 자리가 없어 나만 따로 교통편을 알아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됨(200km 거리). 암벽등반을 할 때 디디고 있던 발을 떼었는데 다음에 어디에 발을 둬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것처럼 막막함. 그래도 안전줄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큰 걱정은 안됨. 

마르쿠스가 블라블라카(BlaBlaCar)에서 교통편을 찾아줌. 문제가 있는데, 나는 포어를 못하고 브라질 폰도 없음. 1차 미션: 마르쿠스네 집에서 시내의 티에테 버스터미널(Tiete Bus Terminal)까지 이동. 마르쿠스에게 버스카드를 빌려 버스를 타고 전철역(Estação Socorro)까지 이동 후, 전철을 타고 티에테로 이동. 2차 미션: 블라블라카 운전자와 접선. 터미널 픽업 장소에 멈춰서는 수 백 대의 차량 중, 전달받은 차종, 차량 색깔, 번호에 맞는 차량을 찾아 쉴새없이 눈알을 굴림. 약속시간이 조금 지나서 운전자와 다른 3명의 승객들을 만남. 약간 어색하지만 호의적인 태도의 사람들. 마르쿠스네 별장 앞에 내린 후 트렁크의 짐을 받고 운전자에게 45헤알(16600원) 지불. 3차 미션: 마르쿠스네 가족과 접선. 도착한 별장 단지(Condomínio Residencial Park Hills)의 경비실에서 쪽지를 건네 받고, 실외 라운지에서 마르쿠스네 가족이 도착하기를 기다림. 씻지 않아서 그런지 심하게 달려드는 모기들. 마침내 가족과 만나 집에 도착한 시간은 2시. 다들 밤잠이 없는 것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이 야식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어서, 침실로 향한 시간은 더 늦음.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다.

마르쿠스네 가족사진

마르쿠스네 거실과 베란다

베란다의 화초

주방의 파인애플 꼭지. 이렇게 해 두면 다시 자라는 것 같다.

혼자서 티에테 버스 터미널에 도착.

이곳에서 블라블라카 운전자를 기다렸다.

밤 늦게 우바투바의 별장에 도착.

경비실에 가니 마르쿠스가 남겨놓은 쪽지가 있었다: 당신은 발로 가서 그냥 기다려. 왼쪽은 라운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