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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히치하이킹: 소스템플 가는길 (여행 216일째)

2017년 2월 19일 일요일

브라질 우바투바(Ubatuba) - 쿠냐(Cunha) - 소스템플(Source Temple)

소스템플은 세계일주를 시작하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곳이다. 소스템플의 헬프엑스 프로필(바로가기)에 달린 수십 개의 리뷰에는 "기쁨이 가득한 공동체", "놀라운 경험", "아름다운 사람들" 등의 수식어가 달려 있었고, 하나같이 별표 다섯개가 달려 있었다. 소스템플을 거쳐간 봉사자들은 그들의 아름답고 충만했던 경험을 이야기했고, 나는 그 글들을 읽으며 환상을 키웠다. 오늘 바로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교통편. 나는 오늘 오후까지 소스템플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데, 마르쿠스네 가족은 우바투바에서 며칠 더 머무를 예정이어서, 이곳을 빠져나갈 교통편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걱정과, 귓가에서 윙윙대는 모기와, 친구들이 밤늦게 클럽에서 돌아오는 소리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잤다.

별장 단지 바깥쪽의 도로

별장 단지 내부

아침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결심했다. 별장 단지 밖으로 나가 도로 사정을 살피고, 박스를 주워 왔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두꺼운 유성펜으로 박스에 TAUBATE(타우바테)라고 적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난 마르셀로 아저씨는 내가 히치하이킹 준비하는 모습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지켜봤다. 곧 라이너스, 마르쿠스, 줄리아노도 방에서 나왔다. 친구들은 나에게 이틀 더 놀다가 같이 떠날 것을 권했지만, 내 결심이 확고한 것을 알고 나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히치하이킹과 안전에 대한 조언을 해 주었다. 

마르쿠스에게 그동안 같이 먹은 음식값을 얼마나 내면 될지 물어봤다. 고맙게도 마르쿠스는 20헤알만 받았다. 지나 아주머니와 안드레이는 아직 자고 있었기 때문에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빨래는 로프에 엮어 가방에 매달았다. 친구들과 작별하고 별장 단지 앞의 차도로 나와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눈을 똥그랗게 뜨거나, 웃거나, 안된다는 신호로 손을 흔들거나, 양손을 위로 올려 뻐끔뻐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이 뻐끔뻐끔 신호를 "어이없음"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꽤나 주눅이 들었다. 30여분만에 차를 얻어 탔는데, 운전자는 레게를 좋아하는 젊은 남자였다. 서로 포어와 영어로 더듬더듬 대화하며 아름다운 길을 달렸다. 산에는 보랏빛 꽃들이 무수하게 피어 있었고, 카오디오에서는 비장하고 웅장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그중 한 곡은 시크릿가든의 녹턴이었다. 운전자는 탁 트인 바깥 풍경과 꽃들을 보더니 뻐끔뻐끔 손모양을 하며 "보니따(멋지다, 예쁘다)"라고 말했다.

타우바테에 도착한 후, 운전자의 여자친구 집에 들러 여자친구를 기다리다가, 여자친구를 태운 후 다시 출발했다. 좀 더 차를 달려 도착한 버스터미널에 나를 내려주고, 두 사람은 떠났다. 타우바테(Taubaté)에서 과라(Guaratinguetá)까지 가는 버스는 많았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몇몇 작은 마을을 지나 과라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레게남의 차를 얻어 탔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초록 언덕

기념 촬영

과라(Guaratinguetá)에서 쿠냐(Cunha)까지 가는 버스는 시간이 맞지 않았고 택시는 혼자 타기엔 무척 비쌌기 때문에, 정보를 받은대로 공유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터미널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타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시간은 불안하게 흘러가고, 한참동안 우물쭈물거리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마침내 사전에서 찾은 단어를 얼기설기 붙인 조잡한 포어로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덕분에 출구에서 서성거리던 수상해보이는 아저씨와 접선하는데 성공했다. 승객이 4명 모일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 승객이 모두 모인 후 쿠냐로 출발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약 1시간 정도 달려 쿠냐에 도착했다. 쿠냐는 멋진 곳이었다. 빨간 지붕을 올린 2층이나 3층 건물들이 산비탈을 따라 들어서 있었다. 공유택시 운전기사에게 폭포(Cachoeira do Pimenta, 소스템플 근처)까지 가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90헤알(약 27000원)이란다. 사기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너무 비쌌기 때문에 걷기로 했다. 더위와 낯설음과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지고 걷기 시작했다. 지도에 나타난 방향대로 걷다 보니 폭포의 방향과 거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였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구멍가게에 들러서 빵, 음료수, 모기퇴치제를 샀다.

과라의 버스터미널 내부. 여기서 교통편을 찾지 못해 다시 헤맸다.

결국 합승택시를 찾아 타고 언덕 마을 쿠냐에 도달했다.

페인트칠이 간판을 대신하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 시골길을 걸으며 두번째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쿠냐에서 소스템플까지는 약 13km로 거리였다. 최악의 경우에도 3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가벼웠다. 교통이 뜸했지만, 금방 차를 얻어탔다. 폭포까지 놀러가는 일행이었다. 

폭포 입구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숲길, 작은 저수지, 소와 말을 풀어 놓은 방목장, 닭과 병아리들이 돌아다니는 농가를 지나쳤다. 갈림길에서 소스템플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꺾은 후, 나무 다리를 건너 포장되지 않은 언덕길을 따라갔다. 길 왼쪽의 풀로 뒤덮인 언덕에는 유대교 촛대(메노라)처럼 생긴 특이한 소나무(파라나[Paraná pine], 巴西松)가 서너 개 튀어나와 있었다. 길의 끝에는 소스템플이라고 적혀 있는 대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걷기 좋은 시골길

푸른 언덕

풀 뜯는 망아지

그늘에서 쉬는 소들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한다는 맑은 저수지

농가 풍경

이정표

맑은 개울물을 건너서

언덕길을 따라

백마와 백로가 노니는 늪지대를 지나

언덕 위로는 파라나 나무가 보인다.

소스템플에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