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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상파울루: 프리워킹투어, 아름이 가족, 블라블라카 (여행 231-232일째)

2017년 3월 6일 월요일

브라질 상파울루(São Paulo)

[1] 아침 일찍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아름이 차를 타고 전철역으로 갔다. 전철을 타고 유빈이를 만나러 헤푸블리카(República)역으로 갔다. 인터넷이 없어 연락을 하지 못하고 30분 동안 기다리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지하 역으로 내려갔더니 유빈이가 있었다.

[2] 유빈이와 함께 상파울루 프리워킹투어(SP Free Walking Tour)에 등록했다. 등록한 사람이 꽤 많았다. 들이붓는 폭우 속에서 우리처럼 우산을 들고 버티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판대에서 우비를 사와서 뒤집어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투어 그룹을 인도하는 가이드는 키가 작고 힘이 넘치는 동양계 여자였다. 영어를 빠르고 유창하게 했지만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주 가이드 외에도 진행을 돕는 보조 가이드가 두어명 더 있었다. 30분 정도 따라다니다가, 젖은 양말과 물이 들어가 무거워진 신발 때문에 더이상 빗속의 행군을 참지 못하고 살짝 도망나왔다. 투어 끝에 자발적으로 내야 하는 팁이 아깝기도 했다.

기부받은 책으로 운영된다는 공립 도서관(Mário de Andrade Library)에 들어가 책을 구경하다가, 신발을 벗고 젖은 몸을 말리며 꾸벅꾸벅 졸았다.

휴식을 취한 후에는 13헤알(약 5000원)짜리 부페에 갔다. 채식 식당은 아니지만 각종 야채 음식들이 가득하다! 아침에 배가 아팠던 것은 생각 안하고, 파스타, 콩요리, 보라색 소스로 버무린 바나나, 야채볶음, 샐러드, 밥 등을 잔뜩 먹었다. 이번에는 내가 사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또 얻어먹게 되었다. 식사 후에는 교회 건물에 가서 비를 피하며 눈을 감고 졸았다.

[3] 유빈이와 헤어진 후에 다시 아름이를 만났다. 아름이가 다니는 헬스장에 갔는데, 관리인이 무료로 입장시켜 주었다. 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운동을 조금 하다가 힘들어서 걷기와 요가를 하며 시간을 죽였다. 어제 만났던 바네사와, 얘기 들었던 바네사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 인사했다. 철이 덜 들었다지만 몸은 정말 좋더라.


2017년 3월 7일 화요일

브라질 상파울루 - 쿠리치바(Curitiba)

[1] 여전히 설사가 나왔다. 잠든 가족을 깨우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일을 처리한 후 샤워를 했다. 식당에서 아름이 아버지와 함께 간단한 아침식사(누텔라, 빵, 멜론)를 먹으며,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Atacama Desert)과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Salar de Uyuni) 얘기를 했다. 놀랍게도 수십년 간 남미에 살고 계시면서도 그 두 곳에 갈 기회가 없으셨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나 대신 꼭 가봐라!" 아름이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예-"라고 대답하며 웃었지만, 속으로는 '제 예산으로는 힘들것 같아요-'라고 생각했다.

[2] 아름이 아버지가 막내 지혜에게 나를 데리고 가서 아침을 먹고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동네 빵집 겸 카페에서 두번째 아침을 먹게 되었다. 윽! 돈을 좀 가지고 와서 사준다고 할걸! 아무 생각없이 나왔다가, 당연하다는 듯이 또 얻어먹게 되었다. 지혜가 타피오카와 쥬스를 사줬다. 지혜는 한국말은 거의 못했지만 영어가 유창했고, 자연스럽게 내가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같이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거웠다.

지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오전 10시 이전에는 차를 끌고 나올 수 없는 날이어서 출근을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다. 지혜는 나를 목적지(Giovanni Gronchi)까지 태워줬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한번은 가족을 태우고 지금처럼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춰 있는 사이 권총 강도가 나타나 바로 앞에 서 있는 트럭 운전수에게 총을 들이대는 것을 봤다고 한다.

[3] 지혜와 헤어지면서 아버지가 전달하라고 했다는 봉투를 받았다. 헤어진 후 확인해보니 1000헤알(당시 환율로 약 37만원, 거의 한달치 여행비)이 들어 있었다. 너무 충격적이면서도 감격적이고, 미안하면서도 감사했다. 갚기 힘들 만큼 은혜를 입었다. 앞으로 나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이 가족에게 충성과 사랑을 바칠수 밖에 없게 되었다.

[4] 까르푸 주차장에서 블라블라카 운전자 호돌포(Rodolfo)와 다른 승객들을 만났다. 이렇게 블라블라카를 통해 상파울루에서 쿠리치바로 이동하면 45헤알(약 16500원)로 버스(70-100헤알)보다 훨씬 저렴하다. 옆자리에 근육맨이 앉아서 6시간 동안 몸을 움츠리고 있어야 했지만,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 승객 한 명과 호돌포는 영어를 어느 정도 했다. 중간에 휴게소에도 들렀다. 차가 점점 목적지에 도착해가는 것에 묘한 아쉬움을 느끼며 쿠리치바에 도착했다.


전날 새벽 3시까지 아름이 아버지와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포근하고 안락했던 잠자리

Buzios 지도

신호등과 전봇대에 스티커가 많이 붙어있다.

아름이네 가족사진. 나는 이 가족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