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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문화센터, 시위대, 루카스, 파올라 (여행 234일째)

2017년 3월 8일 수요일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

포르투 알레그레행 야간버스. 버스에 타자마자 발미르 아저씨가 사주신 5헤알짜리 핫도그를 먹고, 안대를 쓰고 잤다. 나중에 보니 의자가 뒤로 많이 제껴져서, 끝까지 제끼고 푹 잤다. 휴게소 혹은 버스터미널에 몇번 들렀지만, 소변을 보러 한번 내린 후로는 버스가 서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그냥 잤다. 아주 잘 잤다. 


2017년 3월 9일 목요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Porto Alegre)

아침에 어떤 도시의 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렸다. 30분 동안 정차한다길래 아침 대변을 처리했다. 역시나 전날에 뷔페 따위를 먹어서 배설물이 깨끗하지 않았다. (반면 바나나와 빵 위주로 간소하게 먹은 날은 깨끗하다.)

버스가 포르투 알레그레에 늦게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별로 버스에서 내리기가 싫었다. 내려봐야 오후 6시까지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가만히 앉아 바깥 구경도 하고 잠도 자는 것이 좋았다. 버스는 오전 11시쯤 포르투 알레그레에 도착했다.

안내센터에서 지도를 하나 받고, 약 한시간 동안 버스터미널을 돌아다니며 정보수집(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 찾기)을 했다. 거대한 터미널에는 수없이 많은 버스 회사의 창구가 있었다. 우루과이나 아르헨티나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이중에서 Expresso Frederes 사의 Potreiro Grande 행 버스를 찾아야 했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같은 주 내의 타 도시(intermunicipal)로 이동하는 버스는 회사별로 창구가 있는게 아니라 공통 창구에서 파는 것이었다.

시티 센터쪽으로 가면 더 정교한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걸었다. 길에서는 파스텔과 쥬스 세트를 3-4헤알에 팔고 있었다. 어떤 과자 가게에서는 와플과 조그만 케이크를 1헤알에 팔고 있길래 우와-하면서 하나씩 샀다. 과일가게에서는 바나나 1킬로그램을 3.5헤알에 샀다.

시장 앞의 조그만 광장(Praça Quinze de Novembro)에서 새 지도를 받았다. 광장에는 디제이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고, DJ의 디제잉에 맞춰 노숙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얼마나 유쾌한 노숙자들인가!

보행자길을 따라 쭉 걸었다. 피곤하고, 약간 덥고, 찝찝하고, 쉬고 싶었다. 벤치가 여러개 놓여 있는 조그만 공원(Praça da Alfândega)에 앉아 식량을 섭취했다. 종이로 만든 꽃을 파는 사람이 다가왔는데, 꽃은 사지 않고 바나나를 조금 줬다. 길에서는 예쁜 색깔의 돌멩이, 목걸이, 인형, 수공예품 등을 팔고 있었다.

안내소에서 추천받은 문화센터(Casa de Cultura Mário Quintana)에 가려고 했는데, 위치를 놓치고 지나쳐 버린 바람에, 눈에 보이는 커다란 교회(Igreja Nossa Senhora das Dores)에 들어가 쉬었다. 쉬면서 기도를 했다. 지금까지 먹여주고 재워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기도했다.

화장실을 쓰기 위해 무료로 개방된 군사 박물관(MMCMS - Museu Militar do Comando Militar do Sul)에 들어갔다.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나도 화장실을 쓰기 위해 온 것이었지만, 마치 관심이 있는 것처럼 전시된 탱크와 무기를 천천히 둘러봤다.

서쪽으로 쭉 걸어가니 또 다른 문화센터(Usina do Gasômetro)가 있었다. 여기에 앉아서 쉬고, 먹고, 핸드폰을 충전했다. 바다나 강을 보고 싶었는데 공사현장에 막혀 있어서 볼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초록색 조끼를 입고 재활용품 수거용 수레를 끌며 행진하는 시위대를 만났다. 쇼핑카트에 플라스틱 병과 아이들을 싣고 가는 사람, 박스가 잔뜩 실린 커다란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 행렬은 시청(Prefeitura Municipal de Porto Alegre) 앞으로 향했다. 무슨 일로 시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을 지지하고 싶었다.

오늘의 카우치서핑 호스트 루카스의 집으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걷기 시작했다. 다리 밑의 수많은 텐트와 천막, 노숙인과 행상인들을 지나 오늘의 쉼터에 도착했다.

그리고 비가 멋지게 오기 시작했다! 아직 루카스는 집에 오지 않았지만, 또 다른 카우치서핑 손님 파올라가 문을 열어줬다.

루카스의 집은 정말 멋졌다! 골동품을 모아 놓은 듯한 아늑한 공간. 오래된 게임팩, 영화, 책, 잡지들. 백열 전구 두 개에서 나오는 침침한 주황빛. 나무바닥.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사진들. '루카스 삼파이오'의 이름이 찍혀 있는 팜플렛들. 정말 맘에 드는 곳이다.

파올라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살고 있는 콜롬비아 여자인데, 오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가는 버스를 찾지 못해 내일 가기로 했단다. 내가 아까 산 1헤알짜리 케이크를 주자 고맙다며 콜롬비아 커피를 타줬다. (아싸비아 콜롬비아 커피-)

루카스는 약간 취한 채로 집에 돌아왔다. 맥주를 마시자길래 같이 내려가 술집에서 맥주를 다섯병 샀다. 슈퍼마켓이 아니라 술집에서 사서 좀 비쌌다. 루카스는 나에게 진지한 관심을 갖고 여러 좋은 질문을 했다. 반응도 좋아서, 나는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그러다가 실수로 마시던 맥주 한 잔을 통채로 소파에 쏟아버렸다! 이거 원... 루카스는 정말 쿨하게 아무 신경쓰지 않았지만, 천으로 된 소파는 맥주를 잔뜩 머금어 버렸고 아무리 닦아도 수습이 불가능해서 너무 미안했다.

루카스는 내 카우치서핑 프로필에 리퍼런스가 많이 달려 있어서 수락했다고 한다. 루카스는 연극과 코메디 쇼를 하는데, "싱글로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갈수록 배가 나오는 것"처럼 자기 삶에 관한 내용을 몇 가지 틀에 맞추어 이야기 한단다.

루카스 삼파이오가 집을 꾸며 놓은(혹은 방치해 놓은) 것이 너무 좋았다. 오... 이 집에 있으면 그림을 그린다거나 무언가 창작을 하고 싶어진다. 생각한 것보다 덩치도 크고 맥주도 좋아하는 것이 꼭 니트라의 페테르와 닮았다. 로버트 바라테온 같은 느낌이다.

신나게 질문하고 이야기하던 루카스는 갑자기 (마리화나) 약빨이 떨어졌는지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나에게 거실을 내준 후 방으로 들어갔다. 파올라도 방으로 들어가 루카스와 같이 잤다.


길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

길에서 사는 사람들

길에서 파는 인형

센터 지역 지도

Praça da Alfândega

Igreja Nossa Senhora das Dores

MMCMS - Museu Militar do Comando Militar do Sul

Casa de Cultura Mário Quintana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는 두 남자가 부러웠다.

사무실에서 할 일을 하는 여인들도 부러웠다.

시위대가 보이길래 따라갔다.

시청앞에 모인 시위대

우리는 일하고 싶다 어쩌고 저쩌고...

기병대

길에서 사는 아주머니

루카스 삼파이오 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