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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쿠리치바: 발미르, 웨슬리, 에리카 (여행 232-233일째)

2017년 3월 7일 화요일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

[1] 블라블라카로 쿠리치바에 도착한 후, 버스터미널로 픽업하러 오신 발미르 아저씨를 만나, 아저씨 집에서 카우치서핑을 하고 있다.

[2] 정말 좋은 사람! 정말 좋은 곳이다! 영국에서 데이브 영감님으로부터 받은 인상들 때문에, 독신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품게 되었는데, 여기서 발미르 아저씨를 만나며 그 인식이 바뀌었다. 

[3] 아저씨 집에서 웨슬리와 에리카를 만났다. 에리카는 발미르 아저씨의 조카인 웨슬리의 여자친구인데 발미르 아저씨 집에 머물고 있다. 정말 정신없는 친구다. '사랑'을 믿는 종교를 창시하고 책을 써야한다며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더니, 동양, 한국, 불교 등에 대한 정보를 강요했다. 하하. 에리카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추천하면서 내 일기장에 'r'자가 특이한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SURFWISE With love a garota ♡ italiana siciliana e agora brasilica (Erika) BOCCACCIO 8.3.2017" 라고 적었다. 

반면 웨슬리는 차분하고, 부드럽고, 안정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발미르 아저씨와 웨슬리는 몇년 전 자전거를 타고 함께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를 여행했다고 한다. 아저씨는 자전거를 다시 팔고 먼저 브라질로 돌아왔고, 웨슬리는 혼자서 1년 동안 여행을 계속하다가 작년에 돌아왔단다. 멋진 친구다.

[4] 밤에는 다같이 호프집에 가서 맥주와 파스텔을 주문했다. 그런데 에리카가 담배를 찾아 난리를 치고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사라졌고 웨슬리도 에리카를 찾으러 가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발미르 아저씨와 나는 맥주와 파스텔을 다 먹은 후에, 식어가는 나머지 파스텔 두 개를 바라보며 두 사람을 기다렸다. 두 사람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아저씨는 카미노길에 관한 영화 "The Way"에 대해 얘기했고, 카미노길에 한국인들이 많다고 얘기했다.


2017년 3월 8일 수요일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 발미르 아저씨 집.

[1] 발미르 아저씨는 항상 느릿느릿하고 느긋하면서도 유쾌하다. 아침에는 커피도 타 주시고 설거지도 해 주셨다. 커피와 요거트와 바나나를 먹으며, 100년 전 발미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이 이탈리아에서 브라질로 이민 온 얘기를 들었다. 할아버지는 99세까지 사셨고, 아버지는 현재 88세라고 한다. 

발미르 아저씨는 18년 동안 미국에서 일을 하다가 브라질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번 여름에는 두 달 동안 휴가를 내서 이탈리아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2] 쿠리치바의 날씨는 상파울루나 리우보다 훨씬 시원하다. 아침과 저녁에는 긴팔을 입고 있어도 냉기가 느껴진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저씨와 함께 시내로 나갔다. 아저씨가 일하는 동안 혼자서 보행자 거리를 돌아다녔다. 공원과 벤치가 있었고, 공연하는 군악대가 있었고, 돌멩이로 만든 목걸이와 드림캐쳐를 파는 좌판이 여럿 있었다. 관심이 갔지만 살것도 아닌데 구경하기 미안해서 흘깃 보고 지나갔다. 

교회, 서점(무료 와이파이), 쇼핑몰(무료 화장실)을 구경했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벽화와 간판들이 예쁜 도시다. 특히 상파울루와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차분함과 질서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3] 12시 반에 발미르 아저씨를 만나서 점심을 먹으러 부페에 갔다. 깨끗하고 맛있는데 가격은 1인당 7.5헤알밖에 안된다. 그릇에 야채, 파스타, 밥, 콩 등을 가득 담고, 1인당 두 종류만 고를 수 있는 고기반찬은 아저씨에게 드렸다. 아저씨가 또 사려고 하시는 것을 만류하고, 이번에는 내가 계산했다.

[4] 아저씨 차를 타고, 온실 식물원, 유명한 건축가가 지었다는 박물관(Museu Oscar Niemeyer), 시원한 정글숲, 신기한 새와 동물(카피바라)이 돌아다니는 커다란 공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약간 피곤해져서 졸음을 참아야 했다. 

[5] 집에 돌아온 후에 아저씨가 빵집에 데리고 가서 커피를 사 주셨다. 정말 좋은 분이다. 미안하게도 데이브 영감님과 자꾸 비교된다. 지식, 영성, 종교에 대한 관심이 가득하면서도 실제 삶은 불평, 투덜거림, 짜증으로 가득할 수가 있고, 진리나 종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편안하고 웃음이 가득하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베라의 장난스러운 혼잣말과 유쾌함'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발미르 아저씨 가족 사진. 아저씨는 독신이고 조카와 살고 있다.

쿠리치바의 보행자 거리

서점 구경

만화책, 스타워즈, 와우, 얼불노 등의 책표지를 보면서 환상 속 이야기 세계로 빠져들고픈 충동을 느꼈다.

군악대

서점 입구

폐전차 속에 차려진 작은 서점

예쁜 벽화

Curitiba Cathedral

상파울루보다 물가가 싸다.

Igreja da Ordem Terceira das São Francisco de Chagas

Espaço Carmela

R. Dr. Claudino dos Santos

Igreja de Nossa Senhora do Rosário de São Benedito

Tv. Nestor de Castro

Botanical Garden of Curitiba

Museu Oscar Niemeyer 부근

커다란 설치류 카피바라가 공원을 돌아다닌다.

아저씨를 따라 유명한 핫도그 가게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