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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해돋이 농장(Chácara Sol Nascente) 소개 (여행 235일째)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브라질 히우 그란지 두 술(Rio Grande do Sul) 


오늘의 목적지인 해돋이 농장으로 가기 위해 포르투 알레그레의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샤카라 솔 나센치(Chácara Sol Nascente)"는 브라질에서 여행중인 꼬동형에게 소개받은 곳이다. 샤카라는 농장이라는 뜻이고, 은 태양, 나센치는 봄 혹은 떠오르는 상태를 뜻한다. "솔 나센치" 이렇게 이어 붙이면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뜻이 된다. 앞으로는 "샤카라 솔 나센치"를 해돋이 농장이라고 부르겠다. 원래는 꼬동형 부부가 농장에 가고자 연락을 시작했지만 결국 가지 않기로 했고, 대신 나에게 농장을 소개해 주었다. 소개글을 읽어본 후 괜찮을 것 같아서 3월 중에 가기로 약속을 잡아뒀었고, 바야흐로 농장에 들어가기로 한 날이 되었다.

농장과 이메일로 연락할 때는 영어로 했지만, 이메일에 첨부되어 있던 소개글이나 교통안내는 모두 포르투갈어였다. 구글 번역을 돌리면 대충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느려터진 스마트폰으로 한문장 한문장 검색하는 작업은 매우 불편했다. 그래서 약간 불친절하다는, 포르투갈어를 못하면 오지 말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포르투갈어를 못하는데 가도 괜찮은지 모르겠다"라고, 가기 싫다는 마음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 답변은 "괜찮으니 오라"는 내용이었다.

터미널에서 안내서에 나온 대로 버스를 찾아 탔다.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목적지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고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얘기했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남쪽으로 약 120km 정도 이동하면 되는데, 구불구불하고 좁은 시골길을 주로 달려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는 동안 버스기사 아저씨가 내 부탁을 잊지는 않았을까 해서, 수시로 느려터진 구글맵을 열어 위치를 확인했다. 

창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기사 아저씨의 부름을 듣고 버스에서 내렸다. 길 건너편의 널따란 나무 대문 안쪽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 한 명이 나와서 문을 열어줬다. 

약간 걱정을 했지만 문제없이 잘 도착해 환영을 받았다. 사람들은 주방 겸 식당 겸 공부방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껴서 음식을 먹으며 몇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도착했을 때 문을 열어주었던 그라지, 그라지의 딸 라일라, 프랑스에서 온 샬린, 포르투갈에서 온 다니엘 등 몇몇 사람이 영어를 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연주회가 있었다. 사람들이 색소폰, 통기타, 일렉기타, 리코더 등을 연주했다.

소스템플보다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보통은 어른 5-6명이 지내는데, 지금은 봉사자가 많이 와 있어서 어른 13명과 아이 4명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분위기는 좋은데 청결도는 소스템플보다 못하다. 주방의 쓰레기통에는 개미들이 잔뜩 기어다니고, 집 구석구석에 방치된 거미줄에는 거미와 거미였던 형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친환경-비살생"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 같다. 소스템플에서는 주 언어가 영어여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었지만 이곳은 주 언어가 포어이고, 영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은 괜찮다.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한두달 정도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포르투 알레그레. 루카스 집의 맥주병.

서점에 들러 시간을 떼우며 타로카드를 구경했다.

어스름이 짙어갈 무렵, 해돋이 농장에 도착했다.

주방 풍경. 왼쪽에는 가스 오븐, 오른쪽에는 불을 떼어 사용하는 화덕이 있다. 벽과 화덕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왼쪽부터 시몬의 아들 시릴, 그라지의 아들 지미, 일렉을 연주하는 오스카, 프랑스인 샬린.

농장의 두 마리 개중 하나인 자파카.

예쁜 돌이 잔뜩 있다.

매듭법을 잘 배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