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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해돋이 농장: 소뿔증폭제, 석영증폭제, 지붕얹기, 풍선벼룩 (여행 245-248일째)

2017年 3月 20日 月曜日

아침 일찍 다니엘, 시릴, 샬린이 떠났다. 장작에 불붙이기, 진흙 웅덩이에서 수영하기, 팔찌 만들기, 데빌스틱 등 많은 것을 가르쳐준 친구들과의 이별이다. 연인 사이가 되었던 시릴과 샬린은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한다. 다니엘과 연인 사이가 되었지만 아이들을 두고 따라갈 수 없는 그라지도 이제 이별을 마주해야 한다. 지난 2주 동안 피어났던 사랑이 빠른 끝을 맺는다. 나도 붉게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잠시나마 사랑했던 세 사람을 아침 버스에 떠나보낸다.

오후에는 가을을 맞이해 만들기와 꾸미기를 했다. 진흙을 모으고 낙엽을 주워서 ‘변화’를 주제로 형상을 만들었다. 나는 애벌레와 번데기와 나비를 만들었다.

해질 무렵에는 소뿔증폭제 500번(소똥을 소뿔에 담아 몇 달 동안 묻어 두었던 증폭 퇴비)을 희석해 농장에 뿌리는 작업을 했다. 증폭제와 물이 담긴 물통에 팔을 넣고 수백 회 강하게 물을 회전시켜 증폭제를 물에 녹였다. 섞는 작업이 끝난 후에는 작은 물통에 희석액을 담고, 나뭇잎이 달린 조그만 나뭇가지를 희석액에 적셨다가 꺼내 땅과 식물에 뿌리며 농장을 돌아다녔다. 

소뿔증폭제: https://www.biodynamics.in/bd-500

저녁에는 이웃 농장(‘Volkmann’이라는 브랜드의 유기농 쌀을 재배하는 농장)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배우고 합창하는 시간이 있었다. 앞으로 매주 노래 모임이 있을 거라고 한다.


2017年 3月 21日 火曜日

다니엘이 떠나기 전에 권했던 것처럼, 진흙 웅덩이에 들어가 보았다. 다니엘의 말대로 햇볕을 받은 물의 윗부분은 따뜻하고 아랫부분은 차가웠다.

석영증폭제 501번을 커다란 분무기에 담아 메고 바나나 나무 윗부분과 다른 나무들에 뿌려줬다. 오늘의 ‘카프리콘’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석영증폭제: https://www.biodynamics.in/bd-501

생명역동농법에 대한 강의가 계속 있었는데, 포르투갈어를 못하니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좌절의 강의 후에는 밖으로 나가서 땅을 파고, 암소뿔에 담긴 증폭제 3개를 꺼내는 것을 지켜봤다.

저녁 무렵에는 주방에서 그레놀라 만드는 것을 도왔다. 귀리, 참깨, 들깨, 해바라기씨, 건포도, 건바나나, 땅콩 등을 굽고, 잘게 갈아서 휘젓는다. 줄리아노와 함께 수동 분쇄기로 깨를 갈 때에는, 헬스장(아카데미아)에서 운동하는 것처럼 웃통까지 벗고 땀을 뻘뻘 흘리며 기계를 돌렸다. 그레놀라의 양이 엄청나게 많고,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2017年 3月 22日 水曜日

오늘은 지붕 얹는 일을 계속 했다. 이미 세워둔 3개의 고인돌 모양 틀 위에 서까래를 다섯 개씩 얹을 예정이다. 이제 작업반장이 되어서, 줄리아노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마무리 설거지를 안 하고 나왔더니, 아무도 컵과 접시를 치우지 않아서, 멜(Mel, 고양이)이 싱크대 위에 올라가 남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2017년 3월 23일 목요일

할 일이 확실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 일하는 게 재미있고 금방 주말이 다가온다.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시몬이 아르헨티나로 강의하러 가기 때문에 농장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주 계획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사람마다 농장, 주방, 건축, 육아, 조경 등을 배정받아 따로 일하는 대신에, 요일별로 일을 몰아서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혼자 혹은 둘이서 하던 건축 일을 7-8명이 하게 되면 어떻게 일을 배정해야 할지 데굴데굴 뇌를 굴렸다.

카이(검정개) 몸에서 피를 쭉쭉 빨아 포도알만큼 커진 몸뚱이에 다리가 여섯 개 달려있는 풍선 벼룩을 발견했다. 모기가 피를 빨아서 두툼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놀랍게 팽창하는 벼룩. 몸길이의 수백 배를 뛴다는데 부피도 수백 배 팽창하는가 보다. 나뭇가지로 한참을 비벼서 뗘 내었지만 여전히 많이 붙어있는 작은 벼룩들은 잘 안 떨어져서 포기했다. 그런데 시몬을 보니, 손으로 벼룩을 잡고 뱅글뱅글 돌려서 쉽게 띠어 낸다.

‘지대넓얕’의 ‘신비’ 파트까지 읽고, 접어놓은 부분들을 돌아보며 신비 속에 잠긴다. 전무한윤회(全無限輪回, 모든 사람과 생명의 삶을 다 살아볼 때까지 반복하는 것)에 대한 건 안 나오지만, 개개인의 색깔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책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밖에도 임사체험, 힌두교와 불교의 차이점, 비쉬뉴, 크리슈나, 니체의 무한회귀, 우리가 보고 듣고 감각하는 것들의 모습과 ‘신’이 바라보는 입자와 파동의 소용돌이인 ‘실제’는 다를 것이라는 것, ‘마야’와 허상(환상세계)에 대한 내용이 좋았다.

오전에 신나게 일하다가 드릴이 작동하지 않아 고장 낸 줄 알고 덜컹 했는데, 콘센트 부분만 선이 한 가닥 끊어진 거여서 쉽게 수리했다. 나무 기둥 윗부분에 구멍을 많이 뚫고, 길이도 재고, 대못 대용으로 사용할 얇은 쇠파이프도 준비하는 등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

점심식사 후에는, 진한 커피에 물을 조금 타고, 사탕수수를 불에 구워 만들었다는 갈색 설탕을 한 스푼 커피에 타 마신다. 하하-

아이들이나 동물들이 놀 때는, 관객도 자의식도 없고, 누가 보건 말건 놀이에 집중하여 자신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지미가 하는 자동차 놀이, 나비(아기 고양이)가 나무토막으로 하는 놀이, 농장의 어른들이 하는 요리와 건축, 교수들의 컨퍼런스,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하는 영화, 이 모든 것이 동등하게 위대하고 진지한 놀이다. 돈벌이가 된다고 해서 유명 감독의 영화가 지미의 놀이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돈과 관계없는 순수한 놀이가 더 위대하겠지.



지미

왼쪽부터 줄리아노, 시몬, 라일라, 다니엘, 오스카. 아코디언은 이름 모를 이웃 아저씨.

나비

엔지와 시몬

그라지와 나비

다니엘

시몬의 품에 안기려는 지미, 그리고 나비

나비

나비는 (강제) 채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