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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해돋이 농장: 물구나무서기, 풀 베기, 별자리 포즈 (여행 253-254일째)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오전에는 프란체스코와 함께 밭에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호스’를 설치했다. 호스에 뚫린 조그만 구멍으로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때문에 온종일 밭에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나온 시스템이란다. 호스 설치 후에는 생강 밭 근처에서 잡풀을 제거했다. 가시달린 풀들 때문에 따끔거려서 소심하게 조금씩 했다.

오후에는 루나에게 팔찌 만드는 방법(두 줄씩 사선으로 내려가기)을 알려주고, 케이크와 빵을 잔뜩 먹고 낮잠을 잤다.

저녁 의식 전, 아직 햇빛이 밝고 찬란할 무렵, 전망 좋은 남쪽 공터에서 검은 고양이 루앙과 사진을 찍고 서로 몸을 비비면서 놀고 있는데, 엔지, 프란체스코, 루나가 나타났다. 셋이 풀밭에서 ‘머리대고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하기에 나도 가서 동참했다. 처음엔 각자 연습하다가, 나중에는 루나와 짝을 지어 ‘등 맞대고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했다. 수십 번을 구르고 넘어졌다. 그 다음에는 ‘어깨 위에 사람 올리기’를 했다. 엔지는 몸이 단단하고 기술도 있어서, 나와 루나는 물론이고 프란체스코까지 어깨에 척척 올렸고, 그 상태로 걷기까지 했다.


2017년 3월 29일 수요일

오늘은 풀 베는 일을 했다. 원 없이 사이드(scythe, 큰 낫)를 휘둘렀다. 사이드의 고수가 된 기분이다. ‘헌터x헌터’의 등장인물 카이토가 2번 무기로 사용한 필살기 ‘사신의 원무곡(死神の円舞曲)’이 떠올랐다. 평지에서는 천하무적이지만 경사진 땅에서는 젬병이다. 평평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국에서 쓰는 조그만 낫이 절실했지만, 이곳에는 낫이나 호미 같은 소형 농기구가 없다. 마체테(machete, 정글刀)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보이지 않아서 일종의 글레이브(glaive, 언월도)를 들고 풀을 벴다. 왼손으로 풀을 반쯤 뜯어낸 상태에서 오른손의 칼로 끊어낸다. 일을 한참 한 것 같은데도 시간이 안 가서, 씨앗을 심는 사람들을 도와주러 갔다. 손으로 땅을 파고, 씨앗을 심고, 마른 풀로 덮어준다.

점심 식사 후에는 라일라와 다이앤이 레몬파이 만드는 것을 구경했다.

오후에는 각 별자리를 상징하는 포즈를 배웠다. 남쪽 공터에 모여, 가운데에 서 있는 루나를 둘러싸고 각 사람이 포즈를 취하는 놀이를 했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멀리까지 이어진 초록 동산과 선명한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 그것을 배경으로 서 있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너무 잘 어울리고 그림 같았다. 이곳의 사람들과 장소들은 햇살만 받으면 기가 막힌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 후, 라일라와 다이앤이 만든 레몬파이와 바나나 튀김(실패작)을 먹고, 프란체스코가 곡괭이 머리를 새로 깎은 나무 손잡이에 끼우는 것을 도와주고, 바나나 나무 근처 호스에 물이 새는 것을 고치고, 누군가 바나나 나무 위에 올라가 딴 바나나 다발을 받아냈다.

마지막으로 저녁에는, 태양이 떨어지는 멋진 하늘을 보며, 모기에 뜯긴 다리를 문지르며, 하루 일과를 나누고, 하루를 닫는 의식을 했다. 다이앤, 줄리아노, 마리네즈가 이번 주말에 떠난다고 한다.


레몬파이 만들기

우리는 어른 9 어린이 1 개 2 고양이 3

남쪽 공터에 모인 사람들

별자리 포즈 배우기

닭들은 낮에는 밖에서 놀다가 밤이 되면 닭장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