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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브라질

브라질 해돋이 농장: 시몬의 귀환, 벌목 사고, 지미의 약물 (여행 260-261일째)

2017년 4월 4일 화요일

아르헨티나에서 여자 한명이 왔다. 이름은 제시카이고 요가 선생님이다. 농장에 제시카가 두 명이어서 이 제시카는 ‘뉴 제시카’ 혹은 ‘요가 제시카’ 혹은 ‘아르헨티나 제시카’라고 부르겠다.

아르헨티나로 강의를 하러 갔던 시몬이 돌아왔다. 모두들 시몬의 귀환을 반겼다.

밭에서 프란체스코의 지시에 따라 잡초제거, 땅 뒤집기, 부엽토 뿌리기, 마른풀 덮기(멀칭) 등을 하다가, 콧물이 계속 나오고 똥도 마려워서 밭에서 빠져나와 혼자 지붕 얹는 작업을 했다. 밭일은 왜 이렇게 시간도 안가고 지겨운 건지!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 그런 것 같다. (프란체스코는 어떤 일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들어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일 한다.)


2017년 4월 5일 수요일

어제 프란체스코를 버리고 단독행동을 해서 미안했는데, 오늘 같이 나무를 베면서 가까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사고가 있었다. 나무를 쓰러뜨리는 방향을 잘못 잡아서, 나무가 지미를 덮쳤고(지미는 나무를 피해 도망가다가 넘어졌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전깃줄을 건드리면서 전기가 끊어진 것이다! 때마침 인터넷 회사에서 와서 위성을 설치하고 있었는데(2주 넘게 인터넷을 못 씀), 그 작업도 중단되어 버렸다. 시몬이 불같이 화를 내며 프란체스코를 꾸짖었고, 프란체스코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게다가 전기톱을 과하게 사용하다가 사슬이 끊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그 후로는 도끼로만 나무를 베어야 했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벌목을 안 해본 사람이 만든 게 틀림없다. 프란체스코와 교대로 수백 번씩 나무를 두드려 패야 겨우겨우 한 그루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이렇게 도끼질을 하다 보니 오른팔에 힘이 빠져 펜 쥐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무겁고 위험한 전기톱보다 도끼로 벌목하는 것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식사 시간에 꼬마 지미가 빵에다가 버터를 엄청 많이 묻혀 먹으려다가 걸렸다. 누군가 “노싸(Nossa)”라고 말했고, 엔지가 지미에게 그러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지미가 대성통곡을 하며 난리치기 시작한다. 이 모습에서 역시 쾌락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느낀다. 프란체스코가 “누구나 자신만의 약물이 있는 법이지”라고 농담하는 것을 들으며(프란체스코는 커피 중독이다), 나는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아무도 발광모드에 들어간 지미를 통제하지 못했고, 결국 시몬이 와서 지미를 안아주며 버터를 먹고 싶은 만큼 발라 먹도록 해 주었다. 그러면서 “지미는 아직 어려서 버터를 이만큼 먹어도 몸이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며 아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시몬의 이런 자상한 모습을 보며, 우리 어른들의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아이에게는 엄격한’ 태도를 되돌아본다.


울보 지미

오늘의 하늘

루나의 일기장 표지사진

까불이 칼레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