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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볼리비아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예수님과 UFO (여행 298-299일째)

5월 12일 금요일. 산타크루즈(Santa Cruz de la Sierra, Bolivia)

[1] 산타크루즈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이었다.

 

한참을 걸어 시 외곽에 있는 카우치서핑 호스트 볼프강(Wolfgang Landes)과 도로시(Dorothea Landes)의 집에 도착했다. 

이들은 20년째 볼리비아에 살고 있는 독일인 선교사 부부다. 한때는 고아원을 운영했고, 지금은 후원자 연결 사업과 유기농 채소 판매를 하고 있다. 볼프강이 수경재배하는 상추 사진을 보여줬는데 흙이 묻지 않아 깨끗하고 맛있어 보였다.

“너 기독교인이니?” 볼프강 아저씨의 심문이 시작됐다.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게 어딨어? 여자 뱃속에 아이가 있으면 임신을 한거고 없으면 임신을 안한거야. 너 구원 받았니?”

“네, 구원 받았어요.”

“운전대를 니가 쥐고 있으면 넌 아직 구원 못 받은거야. 운전대를 예수님한테 넘겨야 돼.”

 

 

5월 13일 토요일. 산타크루즈(Santa Cruz de la Sierra, Bolivia) 


[2] 아침에 도로시와 함께 한달에 한 번 열리는 시장에 갔다. 각종 유기농 제품과 건강식품을 팔러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도로시는 직접 만든 알로에 제품과 페스토를 팔러 온 것이다. 부스 설치를 도와주고 구경하다가 버스를 타고 시티센터로 갔다.

시장 구경을 했다. 시장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멜빵바지를 입은 남자들과 검은 두건을 쓴 여자들을 봤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고 있는 메노나이트들이었다. 신기했다.

머릿속에 뭘 먹고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재래시장에서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샀다. 슈퍼마켓을 찾았을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싸구려 빵과 과일을 잔뜩 사먹었다.

비를 피해 쇼핑몰과 교회에서 시간을 때웠다.



[3] 집으로 돌아와 볼프강의 딸 아니(Annita Landes)를 만났다. 뒤뜰의 타일 바닥에 앉아 함께 구름이 변하는 모습을 봤다. 아니는 파랗게 빛나는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피웠다.

대화가 어떻게 흘렀는지, 어느 순간부터 아니와 UFO 얘기를 하고 있었다.

“8개월에 만난 에소테릭(esoteric, 祕傳)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외계인과 접촉하는 방법을 알아.”

“그럼 너도 UFO를 봤어?”

“그 친구에게 UFO 보는 방법을 배운 다음 같이 봤어. 그 후로는 자주 보여. 바로 여기에서 본 적도 있는걸.”

“나도 UFO 보고 싶은데, 보기 어려워?”

“보려면 정말 집중을 잘 해야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가능성을 마음 속에 열어두는 거야. 우리는 보고싶은 것만 보니까. 보통 사람들은 하늘도 잘 안 봐. 그런데 어떻게 UFO를 보겠어?”

“가장 최근에 본 건 언제야?”

 

내가 묻자 아니가 천천히 대답했다.


“얼마 전 그 친구와 아파트 17층에서 술 마실 때 봤어.

조금 마셔서 취하지 않은 상태였고 새벽 두 시 쯤 UFO가 나타났어.

그때 천사도 봤어.

하늘에서 구름 같은 것이 날아와 우리 앞에서 날개를 펼쳤는데 정말 아름다웠어.

몸통 부분은 빛 같았는데 설명하기 어려워.

내가 이런 얘기 하니까 이상한 사람같지?”

“아냐, 러시아에서 만난 친구도 몇 번 봤댔어.

우리 삼촌도 봤다고 했고.

부모님도 네가 UFO를 보는 걸 아셔?”

“아빠는 내가 미쳐서 그런걸 보는거래. 

나도 조금 혼란스러워. 

성경에서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고 있어.”


[3] 저녁에는 볼프강 부부를 따라 전시회(Women’s Fair)에 갔다. 옷이나 음식을 파는 부스가 수십 수백 개 들어서 있고, 한쪽에서는 패션쇼와 요리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도로시는 아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입장료가 20볼(약 3000원)이었는데 그게 아까워 기분이 우울해졌다. 하지만 우울한 티를 내지는 않았다. 뎅기열에 걸린 볼프강도 따라와서 기운차게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전시회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며, 산타크루즈가 미용과 성형의 중심지라는 얘기를 들었다. 

“여기 사람들 대단해. 무너져가는 오두막에서 사는 여자도 밖에 나갈 땐 깔끔한 옷 입고 화장 싹하고 나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한국과 비슷하군.

예쁘고 깨끗한 독실을 배정받았다.
예쁘게 꾸며놓은 앞마당
공원에 장이 열렸지만 손님은 별로 없었다.
도로시의 후원사업을 설명하는 책자
버스를 타고 이동 중. 창문의 스티커가 볼리비아틱하다.
시티센터 풍경
괜찮은 벽화도 있다.
전통의상을 입고 구걸하는 아주머니
거리 풍경
예배당에 왔다.
시티센터의 노숙인
시장 바닥에서 뒹구는 아이들
시장 풍경
교회가 많다.
식당에는 이런 메뉴가 있다.
또 교회
구걸하는 여인
볼프강이 사는 동네 풍경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