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볼리비아

Bolivia Copacabana: 새끼 돼지 (309日)

2017-05-23 화요일. 비 그치고 흐림. 코파카바나 아침 9시 30분

[1] 더 자고 싶어도 7시쯤 눈이 더지면 다시 잠들 수 없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주어진 만큼만 누려야지 그 이상으로 욕심부리면 안된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 상태가 아주 좋아져서 이제 기침은 안할 것 같았지만 여전히 텁텁함이 남아 있었다.

[2] 명상을 하며 목구멍 근질거리는 걸 참아보려다가 격하게 기침을 했다. 명상을 하다말고 잡생각에 빠졌다. <피마새>의 사라말이 신과 대화하는 내용과, 영원회귀(책 속의 인물들은 누군가 책을 읽을 때마다 같은 행동을 영원히 반복하게 되어 있으니)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이미 일기장 속에서 영원히 과거의 죄악과 헛된 희망과 행복과 사랑과 아픔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책이나 영화나 만화나 게임이나 모든 이야기들은 이렇게 영원히 반복된다. 우리 삶도 이야기라면 영원히 반복되겠지. 그렇다면 역시나 작가의 바람대로 살아가는게 도리겠지. 그렇잖으면 어쩌겠는가 그저 기도할 뿐이지.

[3] 똥을 시원하게 쏟아 붓고 (먹는 것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계속 나오는 이유는?) 남아있는 빵, 뻥튀기, 귤을 먹고, 다시 신호가 오는지 기다려 보았다. 물통을 봉다리와 밧줄로 묶어 들고다니기 편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안 좋아서 태양섬에 안 가는게 아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나 더 먹어보고, 버스타고 떠나기로 했다.

2017-05-23 Bolivia Copacabana (309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