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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빌가의 테스 (Tess of the d'Urbervilles)

테스 (Tess of the d'Urbervilles)

Thomas Hardy / 이가형 역 / 어문각

비극이다. 참으로 슬프고 아쉬운 이야기다. 많은 여자들이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너무 아름다우면 비극적 결말을 맞는 경우가 많다. 안나 카레니나도 그렇다.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 로스토바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지만, 사랑과 기다림과 유혹과 불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테스의 이야기와 많은 부분 겹쳐졌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알렉 더버빌이 테스를 유혹하지 않았다면, 테스가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된 지도를 받고 좀 더 경계했다면, 테스가 좀 더 일찍 고백할 용기가 있었다면, 에인절이 좀 더 관대하게 테스를 받아들였다면, 에인절이 테스를 알아보는 농부의 턱을 날려버리지 않았다면, 테스가 그 농부에게 사과했다면 테스와 에인절에게 두번째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알렉에게 참회의 기회가 왔을 때, 남편을 기다리는 테스와 테스의 가족을 물질적으로 후원하되, 테스를 정부로 삼으려는 욕망을 품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두가 구원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테스가 알렉의 가슴에 칼을 꽂는 것은 필연적인 전개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칼을 꽂는 대신 모욕을 참고, 용서하고, 에인절에게로 돌아갈 수 있었다면, 테스와 에인절 두 사람은 마침내 사랑하고 행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요즘 같으면 웃어 넘길 수 있는 일 아닌가.

더버빌 가의 조상이 저지른 죄가 테스에게 돌아왔다는 것도 재미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형제 자매이기 때문에, 내가 누구에게 저지른 죄는 나에게, 나의 확장형에게, 과거의 나의 확장형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에인절은 테스를 포함한 목장 아가씨들의 마음을 빼앗았지만, 사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테스는 남편을 여전히 완벽한 존재인 것처럼 한없이 사랑한다. 사랑의 대상이 완벽한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온전히 전심으로 사랑하는 사랑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위대한 사랑이 감동을 주고 여운을 남긴다.

그밖에도 산상수훈에 대한 테스의 긍정적인 태도와 신앙 만능론(신앙에 의한 의로움)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작가의 종교관이 톨스토이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 해설에 톨스토이가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칭찬했다는 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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