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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돋이 농장: 공동체에 대해, 빗속 도끼질, 마지막 밤 (여행 276-277일째) 2017년 4월 20일 목요일[1] (오후 2시 14분. 주방 식탁에서 일기를 쓰는 중. 루이스가 고치고 있는 전기톱에서 기름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온다.)시몬과 ‘공동체 생활’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다. 시몬은 어렸을 때 스위스의 바이오다이나믹스(Biodynimics) 공동체에서 자랐는데, 그곳에는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시몬에게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에 대해 물어보니, 몇 개의 웹사이트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이상하게 생각했던 소뿔이나 석영증폭제, 부엽토, 물 휘젓기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상세한 정보가 있었다. 특히 인도 웹사이트가 좋았다. 한국에는 제대로 소개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시몬이 이곳 ‘해돋이 농장(Chácara Sol Nascente)’에 정착한 지는 (20..
브라질 소스템플: 언덕 등산, 담배와 헤로인, 바위와 독수리 (여행 226일째) 2017년 3월 1일 수요일브라질 소스템플. 오후 7시 50분.소스템플. 컨티뉴엄 학생들의 "기부"가 없으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이제 이곳을 떠나 포르토 알레그레(Porto Alegre) 근처의 다른 공동체로 이동할 계획이다. 일요일까지는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오전에는 낙엽쓸기(raking)와 숲 속 건물 화장실의 페인트칠 위에 약품을 덧칠하는 일을 했다.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다가 케이시와 함께 산에 오르기로 했다. 이전부터 "산에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떠날때가 다 되어서야 가게 되는구나.소스템플의 농지를 지나서 들판으로 난 길을 걷다가 덤불이 점점 무성해지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대나무 숲과 개울을 지나고 진흙탕을 건너니, 다시 태양이 내리쬐고 풀이 무성한 들판이 나왔다. 풀들..
브라질 소스템플: 라져와 농장일, 유료 강의, 케이시와 폭포 명상 (여행 224-225일째) 2017년 2월 28일 화요일.브라질 소스템플. 맑음. 오전 6시 40분.2월도 끝이군.어제는 식당에서 한시간 청소하고, 농장에서 세시간 동안 낙엽, 잡초, 박스 잔해 제거하는 일을 했다. 농장에서는 라져와 함께 일을 했다.라져는 힘도 좋고 성실해서 아주 듬직한 일꾼이었다. 그런데 라져는 강렬한 태양과 수레의 무게 때문에 땀을 무척 흘리며 힘겨워했다. 덩치가 커서 힘은 좋았지만 그만큼 체력이 빨리 고갈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져는 뺀질거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쉬는 시간에 라져가 나에게 오더니, "너는 체력이 정말 좋구나. 나는 농장일이 너무 힘들어. 농장일을 배정받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라져의 체력과 힘에 감탄하고 있던 터라 라져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나는 겸손..
브라질 소스템플: 루드비아, 줄리, 매리, 찬양 모임 (여행 220-223일째) 배경음악: Hare Krishna Hare Rama2017년 2월 25일 토브라질 소스템플. 흐림. 오전 11시 20분.일기를 쓰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다. 이 좋은 곳,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없이 정체되고 싶은 기분도 든다.목요일에는 루드비아(루디)와 신(新)예루살렘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화초에 물을 주는 일을 했다. 일이 쉬웠고, 루드비아와 일하는게 좋아서 시간이 금방 갔다. 루드비아는 나에게 어떤 일을 시킬 때마다 공손하게 부탁했고, 일이 끝날 때마다 기쁜 표정으로 감사의 말을 했다. 루드비아가 틀어놓은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루드비아와 잘 어울렸다. 루드비아는 신이나면 깡총깡총 뛰었다. 오후에는 줄리가 게스트하우스에 새로 들어왔다. 줄리는 조그만 독일 여자애였다. 원래는 나와 ..
브라질 소스템플: 화장실, 식량, 페니, 숲의 요정 (여행 218-220일째) 2017년 2월 21일 화브라질 몬졸로 소스템플. 오후 7시 35분.배경음악: Cheap Day Return어제 저녁에 망고 볶음밥부터 망고 쥬스, 라임 쥬스, 민트 쥬스까지 신나게 먹고 마신 덕분에, 잠자리에 들기 전 네댓번은 소변을 보러 밖으로 나가야 했다. 처음에는 화장실로 갔지만 나중에는 화장실까지 가기 귀찮아서 숙소 건물 옆의 으슥한 풀밭에다가 오줌을 쌌다. 까만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창문으로는 백열전구의 주황색 불빛이 새어나오지만, 풀숲으로 몇 발자국만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줌물이 풀밭에 떨어지는 소리만 시원하게 들린다.에밀리에게 들은 것과는 다르게, 소스템플에서는 봉사자들에게 먹을 것도 마실 것도 풍족하게 제공했다. 기본적인 야채, 과일, 빵, 잼, 버터, 계란, 커피 등은..
브라질 소스템플: 고체용 변기통, 농장, 기도 모임 (여행 217일째) 2017년 2월 20일 월요일브라질 몬졸로 소스템플(Source Temple). 맑음.소스템플에서의 공식적인 첫날. 아주 좋은 날이었다. 아침 4시 30분쯤 일어나 다른 봉사자들을 따라서 어둠을 뚫고 공동 홀로 갔다. 어두운 빛이 나오는 전구를 켜고, 길쭉한 의자 겸 수납장에서 요가매트를 꺼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요가 선생님이 왔고, 5시부터 한시간 정도 요가를 했다. 여섯시 쯤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갓 나온 따뜻한 넓적빵을 썰어 잼과 버터를 발라 먹었다. 설거지가 끝난 후, 똥을 싸고 샤워를 하러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 보는 대변 전용 변기통. 배설물을 물로 씻어내는 것이 아니고 톱밥과 흙으로 덮어 두었다가 땅에 묻는 방식인데 액체(소변)가 들어가면 악취가 나기 때문에 오줌은 싸면 안된다..
브라질 소스템플: 새로 만난 친구들과 심술쟁이 염소 (여행 216일째) 2017년 2월 19일 일요일브라질 소스템플(Source Temple)소스템플의 대문을 열고 길을 따라 들어갔다. 넓은 부지의 왼쪽으로는 작은 숲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개울과 언덕이 있었다. 정면으로는 완만한 언덕을 따라 길이 이어졌고, 길 옆으로는 물을 모아두는 호수가 보였다. 호빗골같이 평화롭고 한가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둣빛 언덕에는 낮은 목조건물들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었다. 입구 근처의 단층 목조건물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있던 남자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리노라는 레바논 출신 친구였다. 2주 전에 나처럼 봉사자로 들어왔고, 이제 2주의 봉사기간이 끝났지만 이곳이 마음에 들어 학생으로 등록하고 더 지낼 예정이라고 했다. 리노는 내가 묵을 숙소를 알려주고, 다른 봉사자들과 학생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