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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소스템플 하산, 상파울루의 카니발, 아름이네 집 (여행 230일째) 2017년 3월 5일 일요일[1막: 소스템플]아침 5시에 일어나 바나나와 요거트와 죽을 먹었다. 오늘 하루종일 못 먹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과식을 해서 출발하기 전에 똥을 두번이나 쌌다.떠날 시간이 되어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봉사자들과 학생들)과 작별했다. 배낭을 메고, 대나무 지팡이를 땅에 짚으며 마지막으로 손을 흔드는데, 내 모습이 딱 어벙이 순례자(타로카드 0번의 바보) 모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나와 같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소스템플에서 쿠냐로 가는 길.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걷다가 첫번째로 만난 자동차가 픽업해 주었다. 남자 운전자와 여자 승객 3명이 타고 있었는데, 여자 한명이 자리를 옮겨 내가 조수석에 앉을 수 있게 ..
브라질 소스템플: 마지막 날, 줄리와의 데이트 (여행 229일째) 2017년 3월 4일 토요일 22:30브라질 소스템플. 낮에는 구름과 햇살. 밤에는 비가 많이 내림.[1]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너무 금방 지나가 버린 2주일이었다. 적응했다 싶으니 떠날 때가 되는구나. 누군가에게 말을 잘 했으면 돈을 내지 않고 지금처럼 봉사자로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었을 테지만, 약속되어 있는 곳들도 있고, 무엇이든 끝은 있는 법이니, 감사하는 마음을 끝을 맞이하자.[2] 오전의 요가와 만트라 모임이 끝나고, 게스트하우스에 다들 모여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그 후에는 줄리와 함께 돌멩이 목걸이를 만들었고, 라져와 케이시와 셋이 프리스비를 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초록빛 잔디밭에서 산책나온 강아지들처럼 신나게 놀았다.[3] 오후에는 피터와 함께 독서 모임에 가기로 약속이 되..
브라질 소스템플: 폭포, 개미, 구아바, 이름놀이 (여행 227-228일째) 2017년 3월 2일 목요일저녁식사 전. 시계 고장. 비가 한바탕 내림.[1] 가만히 눈을 감고 복구에 의식을 집중하면 배의 빵빵함이 느껴진다. 사실 거의 하루 종일 배가 빵빵하고 (식욕은 있지만 배가 고프지는 않다) 먹을 것이 냉장고에 가득하지만, 에밀리와 케이시를 핑계로 항상 배부름을 유지하며 많이 먹고 있다. 줄리와 비슷하게 생활한다면 훨씬 적게 먹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먹자. 먹을 수 있을 때 잔뜩 먹자.[2] 점심 식사 후, 라져와 케이시의 '영적인 길'과 '깨달음'에 대한 얘기를 가만히 들으면서, 아는척 하고 싶은 욕심과 대화의 중심에 있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 건재함을 느꼈다.[3] 오후에는 폭포(Cachoeira do Pimenta)에 가 보기로 했다. 폭포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많은..
브라질 몬졸로 소스템플(Source Temple) 부근 회색 바위 언덕 2017년 3월 1일 수요일브라질 소스템플글 바로가기: 2019/03/03 - [The New World/Brazil] - 브라질 소스템플: 언덕 등산, 담배와 헤로인, 바위와 독수리 (여행 226일째)
브라질 소스템플: 언덕 등산, 담배와 헤로인, 바위와 독수리 (여행 226일째) 2017년 3월 1일 수요일브라질 소스템플. 오후 7시 50분.소스템플. 컨티뉴엄 학생들의 "기부"가 없으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이제 이곳을 떠나 포르토 알레그레(Porto Alegre) 근처의 다른 공동체로 이동할 계획이다. 일요일까지는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오전에는 낙엽쓸기(raking)와 숲 속 건물 화장실의 페인트칠 위에 약품을 덧칠하는 일을 했다.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다가 케이시와 함께 산에 오르기로 했다. 이전부터 "산에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떠날때가 다 되어서야 가게 되는구나.소스템플의 농지를 지나서 들판으로 난 길을 걷다가 덤불이 점점 무성해지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대나무 숲과 개울을 지나고 진흙탕을 건너니, 다시 태양이 내리쬐고 풀이 무성한 들판이 나왔다. 풀들..
브라질 소스템플: 라져와 농장일, 유료 강의, 케이시와 폭포 명상 (여행 224-225일째) 2017년 2월 28일 화요일.브라질 소스템플. 맑음. 오전 6시 40분.2월도 끝이군.어제는 식당에서 한시간 청소하고, 농장에서 세시간 동안 낙엽, 잡초, 박스 잔해 제거하는 일을 했다. 농장에서는 라져와 함께 일을 했다.라져는 힘도 좋고 성실해서 아주 듬직한 일꾼이었다. 그런데 라져는 강렬한 태양과 수레의 무게 때문에 땀을 무척 흘리며 힘겨워했다. 덩치가 커서 힘은 좋았지만 그만큼 체력이 빨리 고갈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져는 뺀질거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쉬는 시간에 라져가 나에게 오더니, "너는 체력이 정말 좋구나. 나는 농장일이 너무 힘들어. 농장일을 배정받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라져의 체력과 힘에 감탄하고 있던 터라 라져의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나는 겸손..
브라질 소스템플: 루드비아, 줄리, 매리, 찬양 모임 (여행 220-223일째) 배경음악: Hare Krishna Hare Rama2017년 2월 25일 토브라질 소스템플. 흐림. 오전 11시 20분.일기를 쓰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다. 이 좋은 곳,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없이 정체되고 싶은 기분도 든다.목요일에는 루드비아(루디)와 신(新)예루살렘에서 잡초를 제거하고 화초에 물을 주는 일을 했다. 일이 쉬웠고, 루드비아와 일하는게 좋아서 시간이 금방 갔다. 루드비아는 나에게 어떤 일을 시킬 때마다 공손하게 부탁했고, 일이 끝날 때마다 기쁜 표정으로 감사의 말을 했다. 루드비아가 틀어놓은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이 루드비아와 잘 어울렸다. 루드비아는 신이나면 깡총깡총 뛰었다. 오후에는 줄리가 게스트하우스에 새로 들어왔다. 줄리는 조그만 독일 여자애였다. 원래는 나와 ..
브라질 소스템플: 화장실, 식량, 페니, 숲의 요정 (여행 218-220일째) 2017년 2월 21일 화브라질 몬졸로 소스템플. 오후 7시 35분.배경음악: Cheap Day Return어제 저녁에 망고 볶음밥부터 망고 쥬스, 라임 쥬스, 민트 쥬스까지 신나게 먹고 마신 덕분에, 잠자리에 들기 전 네댓번은 소변을 보러 밖으로 나가야 했다. 처음에는 화장실로 갔지만 나중에는 화장실까지 가기 귀찮아서 숙소 건물 옆의 으슥한 풀밭에다가 오줌을 쌌다. 까만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이고 창문으로는 백열전구의 주황색 불빛이 새어나오지만, 풀숲으로 몇 발자국만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줌물이 풀밭에 떨어지는 소리만 시원하게 들린다.에밀리에게 들은 것과는 다르게, 소스템플에서는 봉사자들에게 먹을 것도 마실 것도 풍족하게 제공했다. 기본적인 야채, 과일, 빵, 잼, 버터, 계란, 커피 등은..
브라질 소스템플: 고체용 변기통, 농장, 기도 모임 (여행 217일째) 2017년 2월 20일 월요일브라질 몬졸로 소스템플(Source Temple). 맑음.소스템플에서의 공식적인 첫날. 아주 좋은 날이었다. 아침 4시 30분쯤 일어나 다른 봉사자들을 따라서 어둠을 뚫고 공동 홀로 갔다. 어두운 빛이 나오는 전구를 켜고, 길쭉한 의자 겸 수납장에서 요가매트를 꺼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요가 선생님이 왔고, 5시부터 한시간 정도 요가를 했다. 여섯시 쯤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갓 나온 따뜻한 넓적빵을 썰어 잼과 버터를 발라 먹었다. 설거지가 끝난 후, 똥을 싸고 샤워를 하러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 보는 대변 전용 변기통. 배설물을 물로 씻어내는 것이 아니고 톱밥과 흙으로 덮어 두었다가 땅에 묻는 방식인데 액체(소변)가 들어가면 악취가 나기 때문에 오줌은 싸면 안된다..
브라질 소스템플: 새로 만난 친구들과 심술쟁이 염소 (여행 216일째) 2017년 2월 19일 일요일브라질 소스템플(Source Temple)소스템플의 대문을 열고 길을 따라 들어갔다. 넓은 부지의 왼쪽으로는 작은 숲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개울과 언덕이 있었다. 정면으로는 완만한 언덕을 따라 길이 이어졌고, 길 옆으로는 물을 모아두는 호수가 보였다. 호빗골같이 평화롭고 한가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둣빛 언덕에는 낮은 목조건물들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었다. 입구 근처의 단층 목조건물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있던 남자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리노라는 레바논 출신 친구였다. 2주 전에 나처럼 봉사자로 들어왔고, 이제 2주의 봉사기간이 끝났지만 이곳이 마음에 들어 학생으로 등록하고 더 지낼 예정이라고 했다. 리노는 내가 묵을 숙소를 알려주고, 다른 봉사자들과 학생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
브라질 히치하이킹: 소스템플 가는길 (여행 216일째) 2017년 2월 19일 일요일브라질 우바투바(Ubatuba) - 쿠냐(Cunha) - 소스템플(Source Temple)소스템플은 세계일주를 시작하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곳이다. 소스템플의 헬프엑스 프로필(바로가기)에 달린 수십 개의 리뷰에는 "기쁨이 가득한 공동체", "놀라운 경험", "아름다운 사람들" 등의 수식어가 달려 있었고, 하나같이 별표 다섯개가 달려 있었다. 소스템플을 거쳐간 봉사자들은 그들의 아름답고 충만했던 경험을 이야기했고, 나는 그 글들을 읽으며 환상을 키웠다. 오늘 바로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교통편. 나는 오늘 오후까지 소스템플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데, 마르쿠스네 가족은 우바투바에서 며칠 더 머무를 예정이어서, 이곳을 빠져나갈 교통편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