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Arequipa: 짐승들 (311)
2017년 5월 25일 목요일 17시쯤 아레끼빠 [1] 어제는 하루 종일 굶었고, 오늘 다시 먹기 시작했다. 호스텔 조식으로 나온 빵, 잼, 버터, 커피, 파파야 주스를 먹고, 뻥튀기 먹고, 귤 먹고, 바나나 먹고, 남은 빵을 먹었다. 어제 돌아다니며 그렇게나 가보고 싶었던, 동네의 조그만 식당들 중 하나에 들어가 "메뉴"를 시켰다. 야채와 면이 들어 있는 국과 양념 밥과 음료수가 나왔다. 이렇게 먹고도 이상이 없는 걸 보면 소화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힘내라! [2] 이제 아레끼파 거리도 많이 익숙해졌다. 아침 일찍부터 열려 있는 예배당에 들어가 보고, 가판대에 걸려 있는 만화와 신문 사진을 찍었다. 시장에서 그리고 길에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이나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
Peru Arequipa: **똥 주의** (310)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11:30 아레끼파 (AQP) 백패커스 [1] 저를 설사쟁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오늘은 아무것도 먹으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뻥튀기 먹고, 수프 먹고, 감자튀김 먹고, 빵 먹고, 쿠키 먹고, 젤리 먹고. 감사하게도 버스에서는 아무 탈없이, 방귀나 가끔 끼면서, 아무 복통 없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빵과 뻥튀기를 꺼내 먹었고, 그때부터 상황이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터미널 1층 화장실은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노란 테이프가 붙어 있고 경비가 지키고 있었다. 2층 화장실은 사람들로 득시글거려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새벽 4시 맞아? 그래서 일단 머나먼 호스텔까지 걸어가 보려다가, 새벽은 어둡고, 배는 아프고 해서, 포기하고, 결국 돈 주고..
볼리비아 타라부코[Tarabuco]: 염소 울음소리 (307日)
[1] 꼬동형이 타라부코 시장에 간다고 해서, 일반 대중교통을 통해 가는 걸로 착각하고 따라간다고 했다가, 왕복 40볼(80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동행하게 되었다. 목마름과 쉬마려움의 협공 속에서도 꿋꿋히,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창밖으로 멀리 뻗은 들판과 산의 절경을 바라보았다. 감탄이 멈추지 않는 최고의 풍경에 40볼에 대한 미련은 싹 사라졌다. 뒷자리에 앉은 아줌마와 할머니의 끊임없이 계속되는 수다를 듣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2] 도착한 마을의 정경도, 마을 사람들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도시 사람들과는 달리, 눈도 마주치고, 인사도 건네는 마을 사람들. 시장 구경, 물건 구경, 먹거리 구경, 사람 구경, 짐승 구경, 사진 찍기. 사진 참 많이 찍었다...
볼리비아 수크레: 볼리비아 사람들 (306日)
2017-05-20 토요일 [1] 밤새 앓아누으며, 혹시나 누가 이 방에 체크인하지는 않을까 불안해했다. (공용 방인데 다른 손님이 없어서 나 혼자 쓰고 있었다.) 설사 기운이 있어서 방귀를 낄 때도 조심스럽게 끼고, 배를 어루만지며 몸을 달래다가, 신호가 오면 변기통에 앉아 똥물을 쏟아내고, 찬물로 엉덩이를 닦고, 다시 누워서 낑낑대다가, 계속 누워 있자니 자세가 불편하고 허리가 아파서 잠시 앉았다가 다시 눕기도 했다. 똥을 몇 번 더 쏟아내고 빈속이 된 후에는 상태가 좀 나아져서 핸드폰 후레시를 켜고 책을 읽었다. 피를 마시는 새. 하늘누리가 폭주하는 정신없는 부분을 읽을 때에는 내 상태도 정상이 아니어서, 죄다 귀찮고, 힘들고, 죽음을 떠올리게 되고, 여행이니 관광이니 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볼리비아 수크레: 고산증 (305日)
2017-05-19 금요일 맑음 오늘은 남쪽에 있는 궁전을 목표로 삼아 한참을 걸어가면서, 등하교하는 아이들, 털이 복슬복슬한 양떼와 양치기 아주머니, 염소, 군부대, 쓰레기, 사람, 개 등을 봤다. 도착해보니 궁전은 닫혀 있었다. 고산증에 걸렸는지 몸 상태가 별로여서,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를 탔다. 오후 내내 침대에 누워 쉬면서, 기이한 의식(儀式)과 주술을 통해 어떤 집단의 멤버로 받아들여지는 꿈을 꾼다. 어쩌면 호스텔에 더 머물며 쉬고 싶어서, 그동안 억누르거나 참아왔던 아픔과 질병들이 여기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지난 1년간 여행하면서 감기에 걸리거나 앓아 누웠던 기억이 없는 걸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