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아순시온: 한인교회, 4시장, 공동묘지 (여행 293-294일째)
2017년 5월 7일 일요일. Isla Francia Hostel, Asunción. 몇 주 정도 머무르며 사람들 만나고, 스페인어 공부하고, 책 읽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다. 물가도 싸고, 이번에 알게 된 한인교회 사람들도 친절하다. 정말 사람이 달라지는구나. 한국인들을 제발로 찾아가 만나고, 고기도 오징어도 주는대로 받아먹고, 오전 오후 두 번이나 교회에 가다니. 일요일 아침 호스텔 조식. 크레페와 빵에 둘세데레체를 발라 먹고 컵케이크, 바나나, 오렌지를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바늘과 실을 빌렸다. 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안뜰에 앉아 엉덩이가 터진 사각팬티와 주머니가 터진 험멜 자켓을 꿰맨다. 전날 조사해 둔 한인교회를 찾아간다. 텅 빈 거리와 밝은 햇살. 예배 시작 후 도착해서 건물 ..
부에노스아이레스: 환전, 대성당, 베로니카 (여행 288일째)
2017년 5월 2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라나도스 호스텔 → 베로니카 집 [1] 베로니카는 프리즈비 모임에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고, 에이비엔비로 이 집에 머무르는 독일인(교환학생)은 밥을 지어 먹더니, 뭔가 또 요리하고 있다. 베로니카의 책장에 꽂혀있는 론리플래닛 콜롬비아와 중앙아메리카를 탐욕스럽게 읽다가 일기를 쓴다. [2] 아침. 호스텔 조식으로 나온 빵과 잼, 초콜릿 시럽, 커피, 주스, 버터 등을 신나게 먹는다. 초코롤 두 개와 빵 8개 정도를 먹은 듯하다. 참 행복했음. 아침으로 이렇게 빵, 잼, 시럽, 버터만 주면 호텔 뷔페 이런 것 필요 없어요.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니 베로니카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다! 이미 어제 나를 초대했던 것이다. 베로니카한테서는 연락이 없고, 세비와는 약속이 취소..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대마초, 카포에라, 칸돔베 (여행 286일째)
2017년 4월 30일 일요일 [1] 식탐: 먹을 것에만 돈을 220페소(9000원 정도) 썼다. 샌드위치, 웨하스, 쿠키 등 과자와 오렌지, 바나나, 빵 등을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먹었다. 더 이상 배고픔이 없음에도 그저 무언가를 섭취하고, 감각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즉 空虛感을 채우기 위해 먹었다. 이렇게 식비를 과하게 쓴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항구 쪽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식당에서는 음식을 500-900페소에 팔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기서 지글지글 스테이크와 보글보글 맥주를 먹고 마시는데 돈을 펑펑 쓰고 있다. 심지어는 그 음식을 다 먹지도 않고 남겨 버린다. (배부르면 안 먹는 그들에 비해, 배부른데도 꾸역꾸역 먹는 나는 그들보다 못하다.) 쓸데없는데 돈을 쓰지 않으면 예산은 여유롭다. 이..
브라질 펠로타스: 루이스, 제시카, 공동묘지, 흑마술 (여행 278-279일째)
2017년 4월 22일 토요일[1]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계속 두드리기에 일어나 바지를 올리고 문을 빼꼼 열어보니 지미다. 쉬를 싸게 하고 내보낸 후, 다시 문을 닫고 보던 일을 마저 본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짐을 싼다. 그동안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팔찌들을 가방에 묶는다. 그 순간, ‘내가 지금 원하는 건 그저 팔찌나 만드는 건데,’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날 아침은 맑다. 저 멀리 아름다운 능선도 보이고, 풀밭에는 햇살이 반짝이고, 주방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풍긴다. 집에 가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집에 가는 듯한 기분이다.[2] 아침 먹고, 점심 먹고, 간식 먹고, 저녁 먹고, 모든 사람들과 하나하나 작별을 하고 난 뒤, 오후 8시가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