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ru Lima (313-314) 2017-05-27 2017-05-28
Peru Arequipa: 알파카 (312)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아레키빠 [1] 호스텔에서 최대한 느리게 퇴실한 후, 밖으로 나와 목적지도 없이 어슬렁거렸다. 먼저 호스텔 근처의 길에서 팔고 있는, 퀴노아 곡물음료(chicha)를 한 잔 했다. 페루식 미숫가루다.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너무 좋았다. 너무 밝게 웃으시고 친절하시다. 길가에 서서 컵으로 마시고 싶었는데, 페트병에 담긴 것 밖에 없었다. 페트병에 담긴 퀴노아 미숫가루를 들고 "문도 알파카(Mundo Alpaca)"라는 박물관 겸 상점에 갔다. 들어가 보니, 라마인지 알파카인지 모를 짐승들이 많이 있었다. 남미의 낙타과 동물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있었는데, 야생에는 비쿠냐와 과나코가 있고, 가축으로는 라마(야마, Llama)와 알파카가 있다는데, 다 비슷하게 생겼다. 박물..
Peru Arequipa: 짐승들 (311) 2017년 5월 25일 목요일 17시쯤 아레끼빠 [1] 어제는 하루 종일 굶었고, 오늘 다시 먹기 시작했다. 호스텔 조식으로 나온 빵, 잼, 버터, 커피, 파파야 주스를 먹고, 뻥튀기 먹고, 귤 먹고, 바나나 먹고, 남은 빵을 먹었다. 어제 돌아다니며 그렇게나 가보고 싶었던, 동네의 조그만 식당들 중 하나에 들어가 "메뉴"를 시켰다. 야채와 면이 들어 있는 국과 양념 밥과 음료수가 나왔다. 이렇게 먹고도 이상이 없는 걸 보면 소화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힘내라! [2] 이제 아레끼파 거리도 많이 익숙해졌다. 아침 일찍부터 열려 있는 예배당에 들어가 보고, 가판대에 걸려 있는 만화와 신문 사진을 찍었다. 시장에서 그리고 길에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이나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
Peru Arequipa: **똥 주의** (310) 2017년 5월 24일 수요일 11:30 아레끼파 (AQP) 백패커스 [1] 저를 설사쟁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오늘은 아무것도 먹으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뻥튀기 먹고, 수프 먹고, 감자튀김 먹고, 빵 먹고, 쿠키 먹고, 젤리 먹고. 감사하게도 버스에서는 아무 탈없이, 방귀나 가끔 끼면서, 아무 복통 없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빵과 뻥튀기를 꺼내 먹었고, 그때부터 상황이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터미널 1층 화장실은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노란 테이프가 붙어 있고 경비가 지키고 있었다. 2층 화장실은 사람들로 득시글거려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새벽 4시 맞아? 그래서 일단 머나먼 호스텔까지 걸어가 보려다가, 새벽은 어둡고, 배는 아프고 해서, 포기하고, 결국 돈 주고..
Bolivia Copacabana: 새끼 돼지 (309日) 2017-05-23 화요일. 비 그치고 흐림. 코파카바나 아침 9시 30분 [1] 더 자고 싶어도 7시쯤 눈이 더지면 다시 잠들 수 없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주어진 만큼만 누려야지 그 이상으로 욕심부리면 안된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 상태가 아주 좋아져서 이제 기침은 안할 것 같았지만 여전히 텁텁함이 남아 있었다. [2] 명상을 하며 목구멍 근질거리는 걸 참아보려다가 격하게 기침을 했다. 명상을 하다말고 잡생각에 빠졌다. 의 사라말이 신과 대화하는 내용과, 영원회귀(책 속의 인물들은 누군가 책을 읽을 때마다 같은 행동을 영원히 반복하게 되어 있으니)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이미 일기장 속에서 영원히 과거의 죄악과 헛된 희망과 행복과 사랑과 아픔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책이나 영화나 만화나 게임이나 모..
Bolivia Copacabana: 할머니의 과일 주스 (308日) [1] 희미하게 밝아진 새벽에 라파즈에 도착. 높은 산과 저 아래로 펼쳐진 입체적인 도시의 아침. 케이블카. 흥미롭고 멋진 곳이지만 어서 떠나 쉬고 싶다. 아레끼빠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2] 아레끼빠로 가는 버스가 코빠까바나에 정차했다. 대충 둘러본 후 바로 아레끼빠로 갈 생각이었는데, 편하게 똥도 싸고, 씻고, 몸도 핸드폰도 충전하고픈 마음에 버스표를 내일 출발로 바꿨다. 위키트래블에 나온 30볼짜리를 호스텔을 찾아서 체크인했다.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오늘 저녁 어디서 묵을지 몰랐는데, 이렇게 코빠까바나에 묵게 되었구나. 신나게 똥을 싸고, 씻고, 와이파이를 즐기다가 밖으로 나갔다. [3] 호숫가쪽으로 내려갔다가,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경사가 매우 심했다. 숨이 너무 찼다. 그래도 좋았다. 새들과 ..
볼리비아 타라부코[Tarabuco]: 염소 울음소리 (307日) [1] 꼬동형이 타라부코 시장에 간다고 해서, 일반 대중교통을 통해 가는 걸로 착각하고 따라간다고 했다가, 왕복 40볼(80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동행하게 되었다. 목마름과 쉬마려움의 협공 속에서도 꿋꿋히,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창밖으로 멀리 뻗은 들판과 산의 절경을 바라보았다. 감탄이 멈추지 않는 최고의 풍경에 40볼에 대한 미련은 싹 사라졌다. 뒷자리에 앉은 아줌마와 할머니의 끊임없이 계속되는 수다를 듣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2] 도착한 마을의 정경도, 마을 사람들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도시 사람들과는 달리, 눈도 마주치고, 인사도 건네는 마을 사람들. 시장 구경, 물건 구경, 먹거리 구경, 사람 구경, 짐승 구경, 사진 찍기. 사진 참 많이 찍었다...
볼리비아 수크레: 볼리비아 사람들 (306日) 2017-05-20 토요일 [1] 밤새 앓아누으며, 혹시나 누가 이 방에 체크인하지는 않을까 불안해했다. (공용 방인데 다른 손님이 없어서 나 혼자 쓰고 있었다.) 설사 기운이 있어서 방귀를 낄 때도 조심스럽게 끼고, 배를 어루만지며 몸을 달래다가, 신호가 오면 변기통에 앉아 똥물을 쏟아내고, 찬물로 엉덩이를 닦고, 다시 누워서 낑낑대다가, 계속 누워 있자니 자세가 불편하고 허리가 아파서 잠시 앉았다가 다시 눕기도 했다. 똥을 몇 번 더 쏟아내고 빈속이 된 후에는 상태가 좀 나아져서 핸드폰 후레시를 켜고 책을 읽었다. 피를 마시는 새. 하늘누리가 폭주하는 정신없는 부분을 읽을 때에는 내 상태도 정상이 아니어서, 죄다 귀찮고, 힘들고, 죽음을 떠올리게 되고, 여행이니 관광이니 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볼리비아 수크레: 고산증 (305日) 2017-05-19 금요일 맑음 오늘은 남쪽에 있는 궁전을 목표로 삼아 한참을 걸어가면서, 등하교하는 아이들, 털이 복슬복슬한 양떼와 양치기 아주머니, 염소, 군부대, 쓰레기, 사람, 개 등을 봤다. 도착해보니 궁전은 닫혀 있었다. 고산증에 걸렸는지 몸 상태가 별로여서,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를 탔다. 오후 내내 침대에 누워 쉬면서, 기이한 의식(儀式)과 주술을 통해 어떤 집단의 멤버로 받아들여지는 꿈을 꾼다. 어쩌면 호스텔에 더 머물며 쉬고 싶어서, 그동안 억누르거나 참아왔던 아픔과 질병들이 여기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지난 1년간 여행하면서 감기에 걸리거나 앓아 누웠던 기억이 없는 걸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볼리비아 수크레: 공룡 발자국 화석, 타투인 (304日) 2017-05-18 이날은 공룡 발자국을 보러 북쪽에 다녀왔다. 입장료를 내고 구경할 생각은 없어서 염소들이 다니는 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울타리를 넘어 나왔다. 오고 가며 쓰레기, 버려진 자동차, 정비공을 많이 봤다. 모래 바람이 불어서 모래를 많이 먹었다. 실뱅 테송의 이라는 책의 표지글을 읽으며 공감했다. "내가 신발 밑창만을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고통을 즐기는 취향 때문이 아니라, 느림이 속도에 가려진 사물들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차나 자동차의 유리창 뒤로 풍경을 흘려보내면서 풍경의 베일을 벗길 수는 없다."
볼리비아 수크레: 수도원, 제단 (303日) 2017-05-17 이날은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냥 구글맵 스트릿 뷰를 보는게 낫다. 숙소(Hostal Pachamama)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수도원(Monastery de La Recoleta) 쪽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30분 정도 산 길로 들어가 어떤 제단을 보고 왔다. 흑마법이라도 하는지 으슥하고 어두운 기운의 장소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숲 속으로 들어가 닭을 잡고 돌아오는 남자 둘을 마주쳤다.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 수크레 이동 (여행 302일째) 2017-05-16 [1] 야간夜間 버스 수크레 가는 버스비는 겨우 사십 볼. 너무 싸다. (40볼 = 6500원) 산타크루즈에서 수크레까지의 거리는 오백 킬로미터 정도, 시간은 열 네 시간이 걸린다. 밤에는 휴게소 대신 으슥한 길가에 버스가 잠시 멈췄는데, 삐삐머리 아주머니들이 아무렇지 않게 길바닥에 쭈그려 앉아 소변을 보셨다. [2] 재회再會 브라질에서 헤어졌던 꼬동 부부와 다시 만났다. 같이 시장 구경을 하고 한국인 소개 받아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3] 여정旅程 우유니 사막에 꼭 가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안 가기로 했다. 포토시는 말할 것도 없지. 수크레에 머물다가 여유롭게 떠나야겠다. 과일, 빵, 커피 사먹고 낮잠을 즐기자.
볼리비아: 아나 (여행 301일째) 2017-05-15 (볼프강과 도로시는 시골 집에 갔다.) 망상 속에서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식당에서 아나를 만났다.) 친구와 차 안에서 와인을 마시다가 경찰서 구경하고 밤 늦게 집에 왔단다. 아나가 자신의 뚱뚱했던 옛날 모습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패션 모델을 하고 있을 만큼 예쁘고 자신감 넘치지만 확실히 같은 사람이다. 열 다섯살 많은 年上男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던 사연 등 그 당시 괴로웠던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유에프오를 보게 해준 현재의 남자친구를 따라 비밀 모임에 따라갔다가 목격한 儀式과 어깨를 누르는 느낌 기절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서약을 통해 소원을 실현하는 것과 破約에 따르는 처벌이 헌터헌터의 넨 능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과 돈을 추구한다면 진리가 아..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아니따, 예배당, 고양이 (여행 300일째) 2017-05-14 [1] 아니따 고기 때문인지 인터넷 광고 때문인지 한동한 잠잠했던 욕망이 싹튼다. 약간의 암시만 있어도 차곡차곡 쌓아온 절제에 금이 가고 욕망이 솟아나는데, 매일 이런 자극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어찌 이 자극을 견뎌낼 수 있을까. [2] 오전 예배 볼리비아 교회는 어떤 모습인지 도로시 아줌마를 따라가 보았다. 교회 입구는 시장통같이 먹거리 상인이 바글바글했다. 예배당 문이 열릴 때까지 비를 맞으며 기다렸다. 연녹색 휘장을 친 거대한 실내 체육관 강당에 청바지 차림의 신도들이 좌석을 빼곡히 채웠다. 에스빠뇰이어서 찬양은 자막을 보고 대충 따라해도 설교는 이해를 못해 지루했다. 도로시 아줌마가 내 손을 잡고 기도해주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가족과 여행을 축복해주셨다. 감동했다. [3] ..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예수님과 UFO (여행 298-299일째) 5월 12일 금요일. 산타크루즈(Santa Cruz de la Sierra, Bolivia) [1] 산타크루즈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이었다. 한참을 걸어 시 외곽에 있는 카우치서핑 호스트 볼프강(Wolfgang Landes)과 도로시(Dorothea Landes)의 집에 도착했다. 이들은 20년째 볼리비아에 살고 있는 독일인 선교사 부부다. 한때는 고아원을 운영했고, 지금은 후원자 연결 사업과 유기농 채소 판매를 하고 있다. 볼프강이 수경재배하는 상추 사진을 보여줬는데 흙이 묻지 않아 깨끗하고 맛있어 보였다. “너 기독교인이니?” 볼프강 아저씨의 심문이 시작됐다.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게 어딨어? 여자..
파라과이: 우유공장, 아두아나, 버스 (여행 297-298일째) 2017년 5월 11일 [1] 아침에는 클리포드 듀익(Clifford Dueck)을 만나 우유 공장을 했다. 하루에 몇십 만 리터를 가공한다더라? 초코우유, 흰우유, 딸기우유 등 다양한 우유를 생산하는데 멸균 우유여서 유통기한이 6개월 정도 된다고 한다. 끊임없이 포장되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도는 우유를 보니 찰리와 초콜렛 공장이 떠오른다. 창고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우유가 쌓여 있었는데, 이 재고가 2주일이면 순환된단다. 공장 견학이 끝난 후에는 무료 제공된 요거트를 먹으며 메노나이트 협동조합에 관한 비디오를 봤다. 내가 수많은 비건 영상을 보며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유제품 및 육류 생산'이 이곳에서는 수천 명의 생활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채식과 비건 운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파라과이 로마 플라타: 메노나이트 마을 (여행 295-296일째) 2017년 5월 9일 흐림 아순시온(Asunción) → 로마 플라타(Loma Plata) [1] 밤새 비가 쏟아졌다. 대화 소리가 안 들릴만큼 시끄러운 빗소리를 들으며, 싸게 산 포멜로를 까먹고 싸구려 맥주를 마셨다. 생각했던 것 만큼 행복하지는 않았다. 이런 걸로 만족하는 법을 알았다면 한국에서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겠지. 맥주에도 안주에도 행복을 주는 힘은 없다. 이런 욕망들이 채워지면 오히려 무언가를 더 채워넣고 싶어진다. 만화책을 보고 싶어진다. 만화책을 보다가 성인 광고가 뜨자 거기에 눈이 간다. 아, 영원한 윤회란 이런걸 말하는가. 결국 배 터지게 먹고 딸딸이를 치던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건 기쁨의 시간이 아닌 절망과 패배감의 시간이었다. 돈이 없을 때, 돈을 쓸 일이 ..
파라과이 아순시온: 한인교회, 4시장, 공동묘지 (여행 293-294일째) 2017년 5월 7일 일요일. Isla Francia Hostel, Asunción. 몇 주 정도 머무르며 사람들 만나고, 스페인어 공부하고, 책 읽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다. 물가도 싸고, 이번에 알게 된 한인교회 사람들도 친절하다. 정말 사람이 달라지는구나. 한국인들을 제발로 찾아가 만나고, 고기도 오징어도 주는대로 받아먹고, 오전 오후 두 번이나 교회에 가다니. 일요일 아침 호스텔 조식. 크레페와 빵에 둘세데레체를 발라 먹고 컵케이크, 바나나, 오렌지를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바늘과 실을 빌렸다. 햇살이 밝게 들어오는 안뜰에 앉아 엉덩이가 터진 사각팬티와 주머니가 터진 험멜 자켓을 꿰맨다. 전날 조사해 둔 한인교회를 찾아간다. 텅 빈 거리와 밝은 햇살. 예배 시작 후 도착해서 건물 ..
부에노스아이레스 - 아순시온 버스 이동 (여행 291-292일째) 2017년 5월 5일 금요일 아침으로 야채를 듬뿍 넣은 라면을 끓여 먹었다. 중국인 가게에서 산 머핀도 먹었다. 어젯밤부터 왕창 먹어서인지, 아니면 곧 장거리 버스를 탄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똥을 세 번이나 쌌다. 설상가상, 일회용 케찹을 이빨로 뜯다가 껍질 조각을 삼켜버렸다. 그 뾰족뾰족한 조각이 뱃속을 휘젓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럽고 찝찝했다. 토해내려고 손가락을 목구멍에 집어넣고 헛구역질을 하며 난리를 치다가 결국 포기했다. 똥으로 나오겠지. 아침부터 학교에 다녀온 베로니카와 같이 집을 나와 길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꼬옥 껴안고 작별했다. 베로니카 덕분에 돈도 안쓰고 편하게 잘 지내다 간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동쪽을 향해 걷는다. 첫날 지나왔던 길을 되감기하는 것 같다. 온세, 콩그레스를 ..
부에노스아이레스: 옷가게, 라 보까, 박물관 (여행 290일째) 2017년 5월 4일 목요일 [1] 23시. 베로니카집. 와, 확실히 밤이 긴 문화다. 스벤이랑 베로니카에게 한국 라면을 끓여주고 싶었는데 둘 다 귀가를 안해서 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술관에서 가져온 팜플렛의 그림 몇 개를 오려 내고 나머지는 버렸다. 파라과이에서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하나 찾았다. 역시 작은 도시를 노리면 성공률이 높다. [2] 오전에는 세비네 옷가게에 갔다. 정말 오래 걸었다. 가는 길에 상점, 좌판, 상인들이 없어서인지 꽤 지루했다. 공원에 잠시 들러 쉬려다가, 괜히 모기에만 뜯기고 다시 큰길로 도망쳐 나왔다. 길가의 중국인 가게에서, (이상하게 값이 싼) 10페소짜리 딸기잼 쿠키 한 봉지를 샀다. 쿠키를 하나씩 꺼내 먹는 재미에 모든 지루함과 잡념을 잊고 걷다가, 어느새..